2021년 8월 21일 토요일

[독서 기록] 가이 스탠딩 - 불로소득 자본주의

휴가와 밀린 업무 처리 등으로 거의 열흘만에 글을 쓴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모두 읽기 위해 기간 연장까지 했지만 1.5권을 읽는 것에 그쳤다. 이번에 읽는 내내 큰 울림과 충격을 준 책은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의 『불로소득 자본주의』였다. 부제는 '부패한 자본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이고 원제는 'The Corruption of Capitalism'이다.


여담: 도서관에서 소장한 책에서는 디자인의 요소를 일부 상실한 상태로 만날 수밖에 없다. 겉표지(보통은 '자켓'으로 부른다고 한다)와 띠지를 전부 제거한 뒤에 서가에 꽂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책날개에 인쇄된 저자 및 옮긴이 소개 문구는 그대로 오려서 표지 안쪽에 붙여 놓는다. 책 디자인과 관련된 용어는 책을 알아보아요: 1. 책의 외부명칭에서 참조하면 된다.

가이 스탠딩은 프레카리아트라는 새로운 계급의 개념을 체계화한 사람이다. 

프레카리아트는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 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말이다. 출처: 노동자 연대

57쪽을 보면 세계화, 신자유주의 정책, 제도 변화와 기술혁명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글로벌 계급구조를 창출하게 되었다.

  • 극소수의 부호 계급
  • 엘리트 계급
  • 샐러리아드(salariat):  상대적으로 안정된 봉급 생활자 계급
  • 프로피시언(profician): 프리랜서 전문가 그룹
  • 프롤레타리아: 핵심 노동 계급. 여기부터 아래 계급은 불로 소득이 전혀 없다.
  • 프레카리아트
  • 룸펜-프레카리아트

마침 모 연구소에서 심포지엄 발표자로 초청을 받아서 미생물과 관련된 발명을 인정받기 위한 특허에 관한 내용을 아주 조금 다루려던 참이었다. 청구항을 포괄적으로 작성하여 출원인이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하게 된 '바람직한(?)' 사례가 슬라이드 한 장에 담겼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특허권으로 창출한 시장 지배력을 불로소득의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보았다(84쪽). 

인간의 모든 행동의 근원을 경제적 동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추앙하고,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이른바 '불로소득 자본주의'가 피할 수 없는 사회의 발전 방향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가이 스탠딩은 이것을 자본주의의 부패로 보았다.

우리에게는 지금 케인스가 말한 '불로소득자의 안락사'가 필요하다.(490쪽)

그가 내세우는 바람직한 사회는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하는 다단계 사회보호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오겠다고 선언한 어느 인사가 '국민의 삶을 왜 정부가 책임집니까?'라고 발언을 하여 큰 물의를 빚었던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아무리 일을 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하층 계급의 삶은, 그들이 노력을 덜 하고 자격을 갖추지 못해서 자초한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1980년대 이후 생산성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 임금이나 세수는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난 때문이다. 휴대폰 하나만 갖추고 플랫폼에 종속되어 고된 노동 끝에 세상을 달리하는 노동자를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

 두 번째 책인 임철의 지음 『누가 말끝마다 권력을 입에 담는가』(표지에 새겨진 글: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말은 문자로 남는 글이 그렇듯 바람에 뜻을 새겨 영속한다)는 처음에 잠시 몰입하여 읽었다가 뒷심 부족으로 다 읽지 못하였다. 저자는 가짜 타동사인 '한자어+시키다'를 사례로 들어 잘못된 언어 생활을 통해 정신까지도 병들게 되는 현실을 고발하였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다. 나도 불편한 국어현실에 대하여 나름대로 생각해 둔 바 있어서 언젠가는 별도의 글로 쓰고자 한다. 나는 특히 최근 겪고 있는 급격한 억양 또는 발음의 변화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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