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 일요일

6LQ8 PP 앰프의 고역 바이패스 필터 개선

약 열흘 전에 6LQ8 PP 앰프의 잡음을 개선하고자 low-pass filter를 달았다가 중고역대가 너무 많이 깎여나가 답답한 소리가 나서 원상복구를 한 일이 있었다(링크).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저항과 캐패시터를 이용한 제대로 된 low-pass filter는 아니었다. 교과서적인 passive low pass filter는 다음의 회로와 같다.

출처: https://www.electronics-tutorials.ws/filter/filter_2.html
고역이 감쇠된 신호는 A 지점을 통해서 뽑아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내가 참조했던 회로에서는 B 지점에 초단의 플레이트 로드 저항(R5)이 위치하고, 여기에서 처리된 신호가 넘어가게 된다. 필터를 통해서 변화된 신호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R5에 병렬로 저항-캐패시터를 연결하여 바이패스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R-C 연결체는 주파수에 따라 임피던스가 변하게 된다. 높은 주파수에 대해서 낮은 임피던스를 갖게 되므로 높은 주파수를 바이패스하는 효과가 생기고 이에 따라서 잡음이 줄어든다는 원리로 이해하고 있이다. R과 C의 값을 잘 결정하면 가청주파수보다 높은 쪽에서 감쇠가 일어나므로 실용상 문제가 없다고 한다.


왜 지난번의 시도에서는 가청주파수 영역에서 효과가 좋지 않았었을까? 처음에 제시된 R과 C의 값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제이앨범에 최근 올라온 글(RC 회로에 의한 발진 방지)을 보니 내가 처음에 택했던 1K/0.01uF과는 부품의 값이 너무나 차이가 큰 것이 아닌가? 직렬 R-C 임피던스 계산기에 이 값들을 넣어 보았다.

1 kHz : 15.9 kΩ
10 kHz: 1.9 kΩ
20 kHz: 1.3 kΩ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100 kΩ 로드저항에  수~16 kΩ에 불과한 저항을 병렬로 연결한 셈이 아닌가. 그러니 소리가 좋게 들릴 수가 없다. 저항은 그대로 두고, 캐패시터를 100 pF(IC114 HCYR3A101KDT)로 바꾸어 보았다. 일반적으로 세라믹 캐패시터는 저주파 회로에는 권장되지 않지만 신호가 직접 지나가는 길목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바이패스 용도이니 당장은 대충 실험하는데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주파수에 따른 임피던스 값을 다시 계산해 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저항값을 1-20 kΩ 정도로 바꾸는 것으로는 이 주파수 대역의 임피던스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1 kHz : 1.6 MΩ
10 kHz: 160 kΩ
20 kHz: 79.6 kΩ

이 정도라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납땜을 마치고 소스 기기를 연결하여 보았다.

어라? 이번에는 전에는 들리지 않던 "삐~' 비슷한 약간 높은 소리가 난다. 볼륨 노브가 최저에서 11시 정도까지 들리다가 더 노브를 올리면 사라진다. 공연하게 부품을 더해서 불필요한 발진을 만든 셈이다. 세라믹 캐패시터의 가청 주파수 대역 특성이 바빠서 그런 것일까? 니퍼로 리드를 끊으니 잡음이 사라졌다. 50원짜리 비싼 고내압 세라믹 캐패시터만 두 개 낭비하고 말았다.

함부로 손을 댈 것이 아니다. 필터(혹은 바이패스) 회로를 달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스부의 음량을 완전히 줄여놓고 볼륨 노브를 최대로 돌렸을 때 간혹 '칙 칙' 거리는 소리가 나는 정도이다. 항상 잡음이 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저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문제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금속 재질의 섀시를 쓰는 것이 더욱 현명한 잡음 대책이 될 수도 있다.

구글을 뒤져보면 plate bypass capacitor calculator가 있다. 그 효과는 가청주파수 대역의 고음을 줄이려는 것이다. 6LQ8 앰프에서는 오실로스코프로 찍어야 나타날 수준의 수십 kHz 혹은 그 이상의 발진(?)을 줄여서 가청 대역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안다. plate bypass capacitor에서는 직렬로 다른 저항이 놓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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