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30일 금요일

연구개발관리사 자격검정 시험평가가 처음으로 실시된다

연구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창의적이고도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성과를 잘 내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여기에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어느 정도 규모의 연구집단을 이끌고, 연구비 관리를 잘 하는 능력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연구를 잘 하는가를 가장 쉽게 평가하려면, 즉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줄세우기를 해 본다면 그 사람의 논문과 특허 등 3P 실적을 보면 된다.

연구 자체와 연구개발 관리는 약간 다르다. 연예인과 매니저가 다른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소속사 없이 혼자서 스케쥴을 챙기고 모든 대외 업무까지 도맡는 1인 연예인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쉬운 노릇이 아니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에서 오는 11월 19일 제1회 연구개발관리사 자격검정 시험평가를 실시한다고 한다(대덕넷의 관련기사 링크). 연구개발 기획과 수행·관리, 성과확산 등 전주기 분야와 연구실 안전, 윤리, 보안 등 필수 분야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인정받으면 자격증을 발급하게 된다.


아직은 이 자격증 취득 여부를 가지고 취업이나 각종 평가에 가산점을 준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KIRD나 미래부의 의지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2016년 6월 날짜가 찍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연구개발서비스 활성화 방안(안)" 공개자료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연구개발관리사, 연구장비전문가 등 민간자격제도를 활용하여 실무형 전문인력 양성 연계 및 공인자격으로 확대·발전...'16년 자격시험 시범실시 -> '18년 이후 공인인증자격으로 내실화.

그렇다면 이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연구를 잘 하는 사람인가, 연구개발관리를 잘 하는 사람인가? 머니투데이에 실린 다음의 기사 제목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다. 


Science와 Nature에 논문을 자주 싣는 사람과 이 자격증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건 분명히 잘못된 기사 제목이다. 이 자격증이 분명히 내실이 있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어디까지나 연구개발'관리'에 국한된 것이어야 한다.

또 다른 우려는 이 자격증이 어떤 식으로든 필수적인 요건으로 자리잡게 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신설된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 자격증을 필수로 하는 일들이 신설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정부연구개발사업을 신청하는 연구책임자는 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거나, 기업 부설 연구소에는 반드시 연구개발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근무하도록 규정을 만든다거나... 그러면 이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시험을 주관하는 단체는 확고한 수익 모델을 얻는 셈이 된다. 말하자면 요즘 지나치게 남발되는 민간자격증제도의 나쁜 점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연구개발도 자격증 시대가 오는가? 학위와 경력 및 그동안의 업적으로도 부족하고 특정 자격증이 있어야만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연구개발관리사, 빅데이터분석사, 연구개발성과확산사, 해외네트워크구축사, 연구부정행위감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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