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어디서부터가 대본에 의한 것일까?
방송 제작자가 아니니 확인할 길은 없지만, 꽃보다 할배의 경우 대본이 출연자들의 행동을 크게 제약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미 황금기를 다 보낸 원로 배우들이고, 이제 왜서 새삼스럽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 위해 색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연예인이란 소비자에게 팔릴만한 이미지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철저히 계산되고 만들어진 것이란 뜻이다. 문화 소비자에게 드러나는 것은 배우 한 사람이지만, 실제로 카메라 시야에 나오지 않는 바깥쪽에는 방송국 소속 혹은 배우 개인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성 오락 프로그램이 무서운 점은,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실제 연기자의 참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든 말든 일관성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상품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만들어진 이미지, 그리고 대본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우리 소비자들은 그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거대 자본이 전달하고자 하는 선전이 아닌 실체를 보아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노릇이 아니다.
우리는 과연 '대본 없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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