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영문으로 이름(성명)을 쓰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1. 한국어 발음을 어떻게 정확하게 영문으로 옮길 것인가.
2. 성과 이름의 순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3. 다음절의 경우 떼어서 쓸 것인가, 붙여서 쓸 것인가, 혹은 하이픈(-)을 넣을 것인가? 하이픈을 넣는 경우 뒤에 오는 음절의 첫글자는 대문자 혹은 소문자로 할 것인가?
1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 글이 비록 표음문자로서 적지 못할 소리가 없다고는 하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현재 통용되는 로마자 표기법은 다음의 사이트에서 참조할 수 있다.
http://www.korean.go.kr/09_new/dic/rule/rule_roman_0101.jsp (국립국어원)
이를 그대로 따른다면 내 이름의 '영'은 yeong으로 적어야 한다. 그러나 Park이나 Lee와 같이 실제로 국어 발음과 차이가 있지만 이와 비슷한 영어 단어가 있는 경우 그것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습관적으로 young으로 적고 있다. Lee라고 적지 않고 Yi라고 하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일까? 잘 모르겠다. 영어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말의 '어'나 '으'에 정확히 해당하는 모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서'씨를 표기 표준안에 따라 'Seo'로 표기한다면 영미인은 '세오' 비슷하게 발음할 것이다. 차선책으로 'Suh'도 있지만, 이는 '어'도 아니고 '아'도 아니라서 실제 한국에서 통용되는 발음과 차이가 있다.
특히 국어에서는 ㄱ,ㄷ,ㅈ 등이 처음에 오는 경우 무성음이 되므로 영미인에게는 '푸산(부산)'이나 '태전(대전)'으로 들리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표준안에서는 이를 표기에 인정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과거 Pusan으로 표기되던 부산은 Busan이 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부산 국제 영화제는 영문 약자로는 여전히 PIFF이다. 또 우리의 'ㅅ' 발음은 영어의 s와 완전히 동등한 것도 아니니...
(요즘 느끼는 것인데, '수'나 '스'처음 받침이 없는 파열음이 앞에 나오는 국어 발음의 경우 모음을 거의 소리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평소 습관대로 '수박'을 빨리 발음해 보라. 아기들에게 말을 가르칠 때처럼 한 음절씩 또렷하게 발음하는 것 말고. 아마 '우' 모음은 거의 소리내지 않고 'ㅅ박'처럼 말하고 있을 것이다)
2번 역시 쉽지 않은 문제. 서양의 관습에 따라 성을 나중에 적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언론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의 경우 동양의 관습대로 성을 먼저 표기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를 명확히 하려면 Jeong, Haeyoung과 같이 성을 앞에 쓰고 쉼표를 찍거나, Haeyoung JEONG과 같이 성 전체를 대문자로 쓰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유명인이 일단 되고 나면, 동양식으로 성을 먼저 적는 권세를 누릴 수 있으리라.
3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Haeyoung인가, Hae Young인가, Hae-Young인가, Hae-young인가? 두번째 방식으로 표기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이는 서양인에게 Young을 미들 네임으로 혼동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규정을 따르자면 Hae-young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제3장 표기상의 유의점 제2항). 그러나 제2항에서 규정한 것은 '발음상 혼동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라는 것이다. '중앙'을 Jungang으로 표기해 놓으면 '준강'으로 발음할 수도 있는데, 이를 Jung-ang으로 하면 명확해진다. Jung-Ang은 옳지 않은 듯. 따라서 혼동할 우려가 없는 내 이름의 경우 Haeyoung이 가장 좋은 표기법이다.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 좀 길어졌다. 언어는 생물과 같아서 계속 변하는데, 대중의 발음 현실이 변하는 속도를 글로 적는 규정은 따라가질 못한다. 현실은 받아들이되, 혼란을 초래할 정도로 표준이 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국내의 변화와 더불어 타 언어로 국어를 표현할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옳은 '말글살이'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