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수요일

어제는 6.22 km밖에 달리지 못했지만... 오늘은 5.48 km를 달리는 것으로 만족한다

늘 달리는 갑천변 코스에서 7 km를 채우기 위한 반환점을 설정하기가 참 어렵다. 전민동을 나와서 정남향으로 달리다가 원촌교 교각에서 되돌아오면 6.x km에 그친다. 횡단보도로 올라와서 동네 어귀를 조금 더 달리면 되지만 별로 재미도 없고 보행자를 피해 다녀야 한다. 사실 어제는 몸이 잘 받쳐주지 않아서 6.22 km(40분)로 끝냈다. 아, 어떻게든 우회로를 찾아서 5분만 더 달릴 것을! 정말 수준 이하의 체력이다!

요즘 달리기가 인기를 끌다보니 인터넷에는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달리는 자세, 달리는 빈도와 거리, 복장과 장비, 기록 향상을 위한 보강 운동 방법, 심지어 '그렇게 달리면 무릎 망가져요~'라는 글까지.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이는 많은 경우에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한다. '날 좀 보소'라고 외치는 정보 홍수 속에서 보석과 같은 정보를 찾는 일은 정말 어렵다.

오늘 우연히 발견한 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정세희 교수(뇌질환 전문)의 블로그는 정말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정보를 가득 담고 있었다. 이렇게 달리다가 무릎이 망가지거나 혈관에 석회화가 일어나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을 할 시간에 한 번 더 달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11월 8일 한국일보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소개한다.

"숨 가쁜 운동 없이 건강을 바라나요? 요행입니다...걷지 말고 당장 뛰세요!"

미드풋이니 포어풋이니 테크닉을 고민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달리는 것이 낫다. 정세희 교수는 지난 11월에 237 km를 달렸다. 거의 매일 10 km를 달린 것이다. 같은 달에 나는? 75 km... 

이 블로그는 논문을 통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실행 가능한 결론을 기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문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나 세 줄 요약만 읽고 싶은 사람 모두를 만족시킨다. 

오늘 밤 9~10시의 예상 기온은 영하 5도. 과연 이런 기온에서 뛰는 기분은 어떨까? 직접 느껴 보도록 하자.


밤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딱 40분을 달려 보았다. 오늘의 코스는 언덕이 포함된 동네 순환 직사각형 코스에서 한쪽 변을 몇 번 왕복하다가 전체를 순환하였다. 5.48 km, 평균 7분 17초 페이스라는 부끄러운 기록. 평균 7분 이내 페이스를 만들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워밍업을 별로 하지 않았고, 몸도 많이 무거운 상태였다. 어제 뛰었으니 오늘을 쉬고 싶은 마음을 달래면서 달렸다. 기온은 영하 4도였고, 전반부에 손이 시린 것 말고는 별 문제가 없었다. 덴탈 마스크를 끼고 달려서인지 찬 공기를 들이마시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눈썹에 물방울이 가득 맺혔다.

달리고 난 뒤 집에서 쉬면서 느끼는 나른함은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달린다!


왜 측정해야 하는가? 아니, 측정을 정말 해야 하는가?

연말이 되니 연구과제 성과를 IRIS라는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에 등록하라는 공지문이 왔다. 논문 실적은 매우 객관적으로 증빙이 되는 자료라서 비교적 쉽게 입력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입력을 하다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PMID 하나만 있으면 자동으로 가져올 수 있는 정보를 이렇게 일일이 다 쳐 넣어야 하는가? 공동 주저자(~제1저자) 정보를 여러명 넣을 수 있는 것은 다행이다. 제1저자나 교신저자에 점점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나 너무 많으면 보기에 좋지는 않다. 심지어 5명의 주저자가 'equally contributed'했다는 논문까지 본 일이 있다. 과제에 따른 기여도는 또 어떻게 적어야 하나?

우선 PMID(PubMed identifier) 문제를 짚어 보자. 생명과학이나 의료 분야의 학술지에 실은 논문이라면 대부분 PubMed에 오르게 되니 여기에서 검색을 하거나 원문 웹사이트로 링크하는 일은 아주 쉽다. PMID 하나만 있으면 이러한 서지사항이나 초록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학술 분야는 그렇지 않다. Scopus나 Web of Science는 모든 학술분야를 망라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되겠지만, PubMed처럼 무료는 아니다. 게다가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에서는 국내에서 발간되는 인문학 분야의 학술지 게재 성과도 다루어 주어야 한다. 그러니 등록자에게는 다소 번거롭지만 많은 정보를 직접 입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다소 불편해도 감내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여기에 재미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하는 Journal of Confucian Philosophy and Culture(JCPC)라는 인문학 분야의 학술지를 2022년 Scopus에 등재한 경험에 관한 이야기이다(링크). 이 학술지는 2001년 창간 당시에는 전면 중문이었다가 중/영문 혼용을 거쳐 2019년부터는 전면 영어 학술지가 되었다. 

다음으로 주저자 문제. 보통 주저자라 하면 제1저자와 교신저자를 통틀어 일컫는다. 그러나 IRIS에서는 주저자란 제1저자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는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 필드이며, 교신저자 정보는 필수가 아니다. 어쨌든 공동 제1저자를 전부 입력할 방법은 없다. 

주제를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국내 연구 환경에서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라는 자리에 따르는 중요성은 지나치게 강조되는 면이 있다. 사실 교신저자란 논문을 투고하고 리뷰어 의견에 따라 수정본을 보내며 나중에 투고료를 내는 저자를 의미하는데, 국내에서는 '책임저자'라는 묘한 이름으로도 불리면서 [그 논문을 쓰는데 (정치적으로?) 가장 많이 기여한 저자]이자 [그 논문이 이루어게 만든 연구의 과제 책임자]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사실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논문을 대부분 다 작성한 제1저자] = [정치적으로 무게감이 가장 큰 저자, 즉 보스]는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여담이지만 논문을 쓰면서 저자의 위치(즉 제1저자, 제2저자, 교신저자 등)는 가장 늦게 결정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도 된다. 논문 리뷰 과정에서 새로운 저자를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새로운 연구 내용이 추가되고 본문도 이에 따라 늘어났다면 인정). 사사에 들어갈 과제정보는 요즘 점점 더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다음으로 더 골치아픈 기여율 입력을 따져 보겠다. IRIS는 과제 협약과 진도 관리도 중요한 기능이지만,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아서 과제를 수행한 뒤 나온 성과물을 등록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논문이 어느 연구과제에서 지원을 받았는지를 논문 뒤편의 Acknowledgements(사사) 섹션에 적게 된다. 원래 사사는 저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연구 및 논문 작성에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으로 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 연구를 있게 해 준 과제를 사사에 언급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사사를 따지게 된 것은 부정직한 연구자 때문일 수도 있다. 정부에서 A라는 과제로 연구비를 받았는데, 전혀 엉뚱한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아마도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와 친분이 있었을 것이다), A 과제의 수행 결과에 따른 실적이라 등록하고는 면피를 하는 것이다. 과제/성과 관리 기관에서 전문성이 없던 시절에는 이를 적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자꾸 문제가 되기 시작하니 아예 사사에 과제 정보(보통 코드 형태)를 넣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기여하지 않은 사람은 평가 대상인 A 과제 번호를 들고 와서 이름과 더불어 이것까지 사사에 넣어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자, 그런데 논문 하나가 과제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가? 기관 간 공동 연구도 흔해지고, 연구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사사에 몇 개의 과제를 넣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니 IRIS에서는 각 과제의 기여율을 퍼센트로 입력하라고 시키는 것이다. 모든 과제의 기여율 합이 100%를 넘으면 안 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여율을 논문 투고 당시에 모든 저자들이 결정하지는 못한다. 교신 저자가 2~3명인 대형 과제라면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어떤 논문은 과제 책임자인 내가 교신 저자 역할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저자 이름과 사사의 과제 번호 옆에 기여율을 아예 명시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 IRIS에 성과를 입력하면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대규모 연구라서 저자가 수십명에 육박하는 경우, 정말 의미 없는 숫자 배분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오늘은 다른 과제의 책임자 인적사항을 적으면서 정말 난감한 상황을 접하였다. 나의 과거 논문 발표 실적을 적는 양식이 있는데, 가장 마지막 컬럼에 나의 기여율을 쓰라는 것이다. 최근 것 중에 내가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로서 4~5명이 같이 저자로 오른 논문이 두 편이 있었다. 나의 기여율을 도대체 몇 퍼센트로 평가해야 하는가? 아니, 이것을 숫자로 나타낸다고 해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이 바로 계량주의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계량할 수 있다는 것도 신화이고, 계량하여 수치화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것 자체도 미신이다. 흔히들 피터 드러커가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근거가 되는 글을 소개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피커 드러커는 말한 적이 없다고?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정말?

두 번째 소개한 글에서는 피터 드러커가 실제로 저서에 적은 글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가장 가까운 것이 실려 있다. 이는 <경영의 실제(1954)>에 나온다고 한다. 굵게 표시한 곳에 유의해서 읽어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매우 분위기가 다르다.

자신의 성과와 목표를 비교하여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모든 주요한 분야에 대해 분명하고도 보편적인 측정 기준을 제공하는 것은 진정 변함없는 관행으로 정책시켜야만 한다. 그런 기준은 엄격하게 숫자로 표시할 필요는 없으며 반드시 정확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분명하고, 단순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측정은 인간의 일부 세계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학의 세계-즉 달을 향해 로켓을 쏘아 보내는-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인간생활의 모든 면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때로는 그저 느낌이나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근거일 수도 있다. 

연말이 되어 참으로 불편한 마음으로 부서원들에게 성적을 매겨야만 했다. 어제부터 개인별 성과평가 점수가 공개되었으니 컴퓨터에서 이를 조회하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평가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기쁨은 누군가의 아쉬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다 모아 놓고 점수표를 공개한 뒤 '전부 만족하십니까?'라고 할 수도 없다. 또 아래 등급을 받은 사람을 빼앗아서 상위 등급자에게 얹어주는 방식이 과연 옳다고 볼 수 있가? 

이래저래 고민만 늘어간다. 오늘 밤에도 뛰어야 되겠다. 고민을 '술'로 풀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자.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연말에 밀려드는 숙제와 더불어 휩쓸려 날아갈 것만 같은...

기업에 근무하면서 연말 마감 전에 실적을 채우기 위해 몸을 갈아 넣는(?) 사람에 비교한다면 감히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엄살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불평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엄살도 자유라고 생각한다면.

하필이면 바쁜 연말을 맞아서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는 '숙제'를 해 내라고 왜 이렇게 이렇게 사람을 떠미는지... 여러명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서로 논의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내도록 해도 부족한데, 며칠 시간을 주지도 않은 채 공문이나 이메일로 온갖 지시와 부탁이 내려온다. 이런 숙제를 하면서 조직 내에 '빌런(villain)'이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러면 조직 외에 빌런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인가?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반드시 빌런 개인만 유발하지는 않는다. 내가 좌우할 수 없는 업무 추진 방식 또는 문화가 썩 마음에 들지 않다는 뜻이다.

머릿수만 채우는 회의, 또는 회의 개최 자체가 목적이자 성과인 회의(또는 행사),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안건, 제출 자체가 목적인 문서, 무의미한 평가와 줄세우기... 글로 남기기는 조심스러우나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을 추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추천서와 근거 자료를 만드는 숙제가 따른다. 한국 사회에서 추천서는 누가 쓰나요? 성사되지 않으면, 추천한 살람이 미안해진다. 그래도 준비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하니 정말 고마운 노릇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교류와 소통을 위한 행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가뜩이나 바쁜 시기에 이렇게 몰아서 숙제처럼 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최근 2년 동안 외부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기에 내부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실행이라는 '디테일'이 부담스러우면 곤란하다. 

요즘의 내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2013년도에 찍은 사진을 찾아내고 싶어졌다. 쓰레기와 함께 나 자신이 거대한 빗자루에 휩쓸려 날아가는 것만 같다.

덴버, 콜로라도, 미국(2013년).


'왜 이렇게 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왜 이런 일을 나에게(또는 우리에게) 시키는 거지?'

더 이상 이런 반론을 제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데아)은 현실에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차라리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위기?)에서도 '윗사람'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면서 존재감을 인정받으며 한 계단씩 지위를 올려 나가고(성장?) 있을 것이다. 때로는 점진적인 성장이 아니라 quantum leap를 하겠지.

갑자기 어느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위기"를 거꾸로 해 보세요.

"기위?"...

아무 말도 안 됩니다. 탈출하세요.

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2024년 12월 15일 달리기 기록 고찰 - 보강 운동의 필요성

일요일에는 낮 동안에 특별히 다른 일이 없다면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달릴 수 있는 좋은 날이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달리기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오늘의 기온은 3~4도 정도이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서 야외 달리기를 하기에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50분 달리기 도전으로 런데이 프로그램을 맞춘 뒤 7 km가 되면 멈추기로 하였다. 45분 24초째에 7 km를 돌파하였다.



평균 페이스는 가까스로 6분 28초가 나왔다. 목표 거리를 감안하면 날이 갈수록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케이던스는 평균 182 spm, 최대 188 spm으로 달리는 내내 거의 일정하며 오히려 뒤로 갈수록 조금씩 올라간다. 심박수는 여전히 존 5에 머물고 있으며, 여기에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달리는 도중 페이스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보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보폭 85 cm라는 것은 한국인의 평균적인 '걷는' 보폭(78 cm)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음을 뜻한다. 이건 뭐 그냥 종종걸음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속도는 9.28 km/h에 해당하니 뛰는 시늉을 하는 것은 맞는데,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그나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간단한 계산을 해 보자. 5분 30초 페이스, 180 spm이라면 1 km를 달리는 동안 5.5 x 180 = 980 (steps)를 뛰는 셈이다. 1,000 m / 980 보 = 1.02 m, 따라서 한 스텝에 1.02 미터를 달려 나가야 한다. 6분 페이스라면 92.6 cm에 해당한다. 케이던스는 최적화된 상태이므로, 6분 이내라는 매우 상식적인 페이스로 들어오려면 보폭을 늘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에서 보폭을 15 cm 정도 늘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뛰는 모습을 나의 시선으로 관찰해 보아도 무릎이 충분히 올라가지 않고, 밀어내는 동작도 세차게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허벅지를 충분히 쓰지 못하면서 무릎으로만 달리고 있다는 뜻이 된다. 허벅지를 충분히 움직이려면 고관절을 더 넓게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하체 운동의 대명사인 런지(lunge) 등을 해야 한다. 매주 3~4회 30~40분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 나는 대단해'라고 하면서 만족한다면 보강운동 같은 것은 할 이유가 없고, 그저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및 정리 운동만 적당히 하면 된다. 그런데 과연 이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정말 기록의 향상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면 별도의 하체 운동을 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별도의 훈련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달리면서 허벅지를 더 높게 올리고 뒷발을 차내면서 엉덩이까지 올리는 것을 반복하다가는 아마 금방 지쳐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할 것이다. 하체 근력을 향상시키는 보강 운동이 필요하다는 유경험자의 말이 이제 비로소 가슴에 와 닿는다. 다음의 두 링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많다. 페이스가 6분 미만이 될 때까지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체계적인 훈련을 해 보도록 하자.

런지 자세와 효과 이렇게 하면 됩니다.

달리기 전 해주시면 좋은 보강운동(유튜브 링크) <- 다음의 네 가지. '자세 인지'라는 어려운 용어를 여기에서 접한다. 내 몸이 '이게 올바르게 달리는 자세야'하고 느끼면서 스스로 교정을 하는 그런 현상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세 인지(posture recognition)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장비를 이용하여 자세를 측정하는 기술에 관한 설명이 대부분이다. 이 자료에서 설명하는 자세 인지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 자세 인지에 좋은 무릎 높게 들며 제자리 뛰기
  2. 달리기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되는 제자리 외발 밸런스 잡기
  3. 런닝을 위한 근력을 기르는 리버스 런지 & 하이 니
  4. 자세 인지에 도움이 되는 에이 스킵
  5. 효율적인 보폭을 위한 버트 킥

보강 운동의 필요성을 달리기 입문 5개월차에 깨달았다.

Patrice Rushen의 Forget me nots(1982)

나는 이 곡을 Lee Ritenour(1952~)의 2006년 앨범 <Smoke 'N' Mirrors>의 11번째 수록곡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직접 시디를 구입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유료로 가입했었던 멜론에서 같은 아티스트의 <Overtime (2005)>와 더불어 구입한 두 앨범 전 수록곡의 음원 파일을 통해서이다. 내가 보유한 대부분의 음원 파일은 USB 매체에 담겨서 라즈베리 파이(볼루미오)에 꽂혀 있지만 요즘은 전원을 잘 올리지 않는다. 유튜브를 통해서 거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Smoke 'N' Mirrors>의 Forget me nots이 다른 오리지널 곡의 리메이킹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리메이킹이라고 표현했지만 오리지널 곡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이제 와서 원곡과 비교해 보니 가사가 나오기 전 기타 연주와 함께 '스캣'처럼 부르는 것은 새로 추가된 것이었다. 종종 <Smoke 'N' Mirrors> 앨범 전체 수록곡을 들을 때에는 이 곡의 베이스 라인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단지 흥겨운 느낌의 곡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루브가 느껴진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이 앨범에서는 Zamajobe라는 보컬리스트가 불렀다고 한다(참여 뮤지션 정보 링크).


요즘 베이스를 연습하면서 슬랩 주법에 입문하기 위해 참고할 곡을 알아보기 위해 유튜브를 뒤져 보다가 Forget me nots 원곡(위키피디아)을 비로소 재발견하였다. 이 곡은 매력적인 베이스 라인을 갖춘 곡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실은 Patrice Rushen이라는 뮤지션(1954~, 재즈 피아니스트, R&B 가수, 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 - 공식 웹사이트)이 1982년에 발표한 것이었다. 패트리스 러셴? 루센? 러센? 루센? 국문으로 어떻게 표기해야 정확한지는 알기 어렵다. 그만큼 그녀에 관한 국문 자료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우리가 흔히 LP라고 부르는 '바이닐' 관련 웹사이트에 꽤 자세한 정보가 있어서 소개해 본다.

[vinylmeplease.com] Patrice Rushen 전기

그녀의 데뷔 앨범인 <Prelusion(1974)>(2024년 리마스터, 유튜브)을 들어 보았다. 이러한 분위기의 재즈(연주곡)와 대중적인 장르의 곡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 Forget me nots 사이에는 분명히 엄청난 간극이 있다. 그녀는 재즈 분야의 피아노 연주자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Forget me nots가 수록된 앨범 <Straight from the heart (1982)>보다 앞서서 1980년에 발매된 앨범 <Posh>에 대하여 '재즈 팬들은 그녀가 배신했다고 생각했으며, 팝 팬들은 그녀에게 마땅히 있어야 할 인정을 주지 않았고...'라고 하였다(바이닐미플리즈닷컴, 굵은 글씨는 내가 강조한 것임).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베이스를 모른다고 해서 대중음악의 맛을 모른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Forget me nots는 발표 직후보다는 그 후에 더욱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 Freddie Washington이라는 베이스 연주자가 이 곡에서 '아이코닉(iconic)'한 베이스 연주를 맡았다고 한다.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자('The bassist behind'). 말 그대로 감동이 밀려온다. 베이스 학습을 위한 몇 권의 교과서가 유튜브에서 마구 쏟아지는 느낌이다.


베이스 교습도 다니지 않으면서 독학만으로 Forget me nots의 맛깔나는 베이스 연주를 흉내라도 낼 수 있으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몇 년을 더 소일하면서 몰두할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납땜질(오디오 앰프 자작)의 뒤를 잇는 그 무엇인가가 말이다. 실은 악기나 음악에 대한 취미는 1981년 무렵무터 시작되었으니 평생 추구해야 할 활동이기도 하다.

Forget me nots의 슬랩 베이스 연주법 설명은 유투브에 꽤 많은 버전이 돌아다닌다. TalkingBass - Online Bass Lessions라는 채널에서 가장 친절해 보이는 것 하나를 골라 보았다.



방구석 음악인에게 유튜브는 또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가? 알고리즘을 통해 보고 싶은 동영상만 골라 보면서 그것이 진실인줄 알면서 이상한 세계관에 빠지는 불쌍한 사람들이 많지만, 최소한 음악에 대해서는 유튜브가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숨은 보석과 같은 음악도 많이 있겠지만.

음악 애호가들은 다 알지만 나에게만 숨은 보석과 같은 곡은 얼마든지 있다. 그만큼 내가 음악을 폭넓게 듣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베이스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다 다 알아야 한다는 Red Hot Chile Peppers의 노래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알아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나는 '고전적인' 대중 음악/음악가에 대한 지식도 매우 얕다. 예를 들어 조니 미첼(Joni Mitchell, 1943~)은 그저 Both sides now를 부른 가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튜브에서 In France they kiss on the main street라는 곡을 연주하는 라이브 영상(1979)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하였다. 자코 파스토리우스(1951~1987)와 팻 메스니(1954~)가 뒤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니! 그러나 내가 놀란 주된 이유는 이제는 전설이 된 연주가들이 조니 미첼의 라이브에 참여했다는 것보다는 이 곡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사에서 조니 미첼의 영향력을 깨달은 것은 이 동영상을 본 뒤의 일이었다. 이 공연 실황은 1980년에 발매된 앨범 <Shadows and light>으로 발매되었다고 한다. 공연 전체에 대한 영상은 여기에 올라와 있다.



조니 미첼의 이 공연 실황 동영상에 대한 글을 언젠가 꼭 쓰려고 마음을 먹었던게 벌써 2년 전 여름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칼라 블레이(Carla Bley)와 조니 미첼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고 메모지에 적어 두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무슨 일로 바빴는지 라 블레이에 대해서만 블로그에 겨우 글을 남겨 두고('세상은 넓고 공부할 것은 많으며 들을 음악도 많다') 조니 미첼은 잊고 있었다.

우연한 베이스 기타 구입이 가져오는 나비 효과가 정말 놀랍다. 2011년 롤링스톤지에서 독자가 선정한 top ten bassists of all time을 소개한다(원문 링크).

  1. John Entwistle - The Who
  2. Flea - Red Hot Chili Peppers
  3. Paul McCartney - The Beatles
  4. Geddy Lee - Rush
  5. Les Claypool
  6. John Paul Jones - Led Zeppelin
  7. Jaco Patorius
  8. Jack Bruce - Cream
  9. Cliff Burton - Metallica
  10. Victor Wooten

목록 맨 끝에 있는 빅터 우튼의 TEDx 강연은 정말 멋지다('언어로서의 음악'). 이런 음악가를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다. 기회가 되면 국내에도 소개된 그의 책 <나는 음악에게 인생을 배웠다(교보문고)>을 읽고 싶다.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겨울 달리기를 위한 데이터 축적 - 기온과 복장

이것은 어제(2024년 12월 13일)의 밤 달리기 기록이다. 기온은 0도였고 긴팔옷에 패딩 조끼 + 바람막이를 걸쳐 입었다. 머리에는 귀를 덮을 수 있는 헤어밴드만 하였다. 검색을 해 보면 기온별 야외 달리기를 위한 복장 가이드가 눈에 뜨이니 가끔 참조해볼 만하다.

기온이 더 내려가면 입과 코를 가릴 물건이 필요해질 것이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방한용품이 일부 남아 있지만 호흡을 하기에 지장이 없을지 테스트를 해 봐야 한다. 지금은 추억의 브랜드가 된 '인라인버스'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서 사 모은 물품이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다.

이것은 목과 얼굴을 위한 방한용품으로 여겨지는데 너무 길다. 그만큼 다양하게 응용하라는 뜻일까? 두꺼운 부분을 모자처럼 머리에 쓰는 것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0도에서 이렇게 입은 뒤 달리고 나면 패딩 조끼는 푹 젖는다. 0도~영하 4도 정도 범위라면 상의를 하나 더 껴 입고 패딩 조끼는 입지 않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장갑은 가을부터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어제의 40분 달리기에서는 페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성공하였다. 첫 1 km에서 아주 조금 빨랐던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평균 페이스 6분 24초로 6.23 km를 달렸다.


케이던스는 평균 179 spm, 최대 183 spm이지만 페이스가 6분을 훨씬 넘는다는 것은 보폭이 짧음을 의미한다. 보폭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이 과연 있을지? 하체 근력과 심폐 기능 등 단련해야 할 여지는 아직 많다.

8월부터 그렇게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어제까지 달린 누적 거리는 272.83 km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정도로 달린다면 월간 70 km 정도를 무난히 채울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아가서 누적 600 km 정도는 채워야 '이제 뭔가 좀 알 것만 같다'는 수준이 되리라. 그쯤 되면 페이스도 6분 미만으로 나아질까?

12월 들어서 나는 30분 달리기(또는 5 km 채우기 - 그러려면 30분이 훨씬 넘게 걸린다)에서 '40분 달리기'로 전환하고 있다. 약간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해 본다면 '45분에 7 km를 달리기' 정도가 된다. 이를 이틀에 한 번씩 수행한다면 한달에 105 km가 된다. 하지만 이는 다소 무리이고, 일주일에 세 번 뛰는 것으로 하여 월 12회를 목표로 잡으면 7 x 15 = 84 (km)가 된다. 45분에 7 km를 뛰려면 6분 26초 페이스를 유지해야 된다. 지금 수준으로 더 노력해야 달성 가능한 목표이다. 어쨌든 매월 100 km 넘게 달리는 사람은 뭔가 대회 같은 것을 대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즉,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런데이 앱의 시간 달리기 도전에는 40분, 50분, 1시간... 등은 있지만 45분 달리기는 없다. 대충 맞추어서 해야지...

오늘(2024년 12월 13일)은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기도 하다. 추운 날씨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를 지켜보며 가결하라고 구호를 외친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2024년 12월 12일 목요일

나의 두 번째 베이스 기타, 헥스(HEX) R100 SG(slate gray 색상)

 

나의 2호 베이스 기타인 헥스 'Root bass series'의 모델 R100 SG. R100M과 같은 것인지? '슬레이트 그레이'라 불리는 무광 피니시가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구매를 몹시 망설였지만 실제로 받아 보니 괜찮았다. 원산지는 인도네시아.

고민은 정말 길게, '지름' 결정은 순식간에, 배송은 번개와 같이 이루어졌다. 나는 이미 다음 사진 속의 베이스(중고품)를 일년 전에 구입하여 충분히 잘 활용해 왔고, 내년 초에 있을 짤막한 공연을 대비하는 중이다. 베이스 연주 실력이 놀랍게 향상하여 새 악기를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으로 오른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precision bass(P bass)의 소리가 너무나 궁금하였고, 메이플로 만들어진 지판의 느낌도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더욱 발동하여 J bass를 사는 일이 생기면 절대로 안 되는데... 기타 네 대, 베이스 두 대면 충분하다.

이것은 작년에 구입한 나의 1호 베이스 기타. 두 개의 험버커 픽업이 장착되어 있다. 국내 제조품이지만 무슨 브랜드로 팔렸는지는 모른다.

스윙과 헥스의 B-stock 매물 중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거쳐서 헥스의 것으로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헥스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타 가방(gig back)의 품질이 매우 좋은 것도 작용하였다. 콜트나 벤티볼리오, 고퍼우드 등의 국산 브랜드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스윙와 헥스만큼 B-stock을 활발하게 판매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이제 연습이나 더 해! 슬랩도 아직 제대로 못 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