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앙시장 한복거리 근처에 가면 칼이나 가위를 가는 가게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지퍼 등 부자재를 사러 주말을 이용하여 외출을 하였다. 그런데 가위 가는 장인은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는 분이었다. 원단 상가에 가위를 맡겨 놓고 갈아달라고 부탁해도 되지만 며칠 동안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리고 심하게 녹이 슨 것도 해결이 될까? 동일한 사람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가끔 동네 아파트 상가 입구에 작은 트럭을 세워두고 칼이나 가위를 갈아주는 사람을 본 적은 있지만 언제 오는지를 알 수가 없다.
재단 가위는 미용 가위만큼 비싸지는 않다. 잠자리표 가위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3~4만원 정도이다. 중국제는 더 싸다. 당장 월요일 수업을 위해 18.000 원짜리 저가 가위를 하나 살까, 아니면 이 녹슨 가위를 닦아볼까? 원단 가게에서도 잠자리표 가위라면 잘 손질하여 계속 쓰라고 한다. 결국 녹슨 가위를 닦아보기로 했다. 아니, 갈아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녹슨 금속은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처럼 개어서 바른 뒤 20분쯤 두었다가 문질러 닦아내면 된다는 인터넷 상의 정보를 보고 어렵지 않게 녹이 제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녹도 녹 나름이다. 아무리 베이킹소다를 칫솔로 문질러도 녹은 없어지질 않았다. 다이소에서 판다는 녹 제거제로도 소용이 없을 수준의 두터운 녹이 슨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포와 줄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손가락 끝이 다 부르틀 정도로 사포질을 시작하였다. 장갑을 끼고 사포질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힘써 사포질을 거의 끝내고 나니 손에 잡기 쉽게 직육면체 모양으로 생긴 연마용 스폰지가 집에 있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손가락 피부는 이미 엉망이 되었지만 어쩌겠는가. 녹 제거가 끝난 뒤에는 WD-40을 바른 뒤 마른 걸레로 닦아내었다.
사포질 전의 녹이 심하게 슨 상태의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서 비교가 되지는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손잡이 부분을 좀 더 벗겨낸 뒤 검정색 스프레이 래커를 칠하고 싶었다. 그러나 얇게 여러번 칠을 하고 잘 말리는 것도 성가신 일이라 그냥 두었다.
녹은 이렇게 힘들여 제거하였으나 날을 가는 일을 빼먹을 수는 없다. 칼갈이 아저씨를 동네에서 만나는 행운을 기대하든지,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 유성 5일장을 찾아가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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