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3일 화요일

Adaptive mutations in bacteria

제목을 써 놓고 보니 덜컥 겁이 난다. 내가 과연 이 어려운 제목에 합당한 블로그 포스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나 자신이 과연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을까? 결국은 '진화'라는 주제로 접근해 가야 하는데, 모든 자연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잘못 이해되고 있는 진화라는 개념의 지지자로서 내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돌연변이란 DNA의 염기(서열)이 여러가지 요인에 의하여 원본(즉 부모)과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후손으로 전파 가능하여야 하고, 이것이 반드시 표현형으로 나타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돌연변이는 세포 혹은 개체 수준에서 일어나지만, 진화는 집단에 대하여 적용되는 개념이다. 돌연변이는 진화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지만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선택(positive or negative)을 거쳐서 집단 안에서의 특정 유전자형을 지닌 개체의 빈도가 변화했을때 비로소 진화가 일어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진화를 설명하는 최초의 이론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 Lamarckism, Lamarckian inheritance, theory of use and disuse)이다.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현재 라마르크주의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의 후성유전학 연구에 의하면 어미의 경험이 자손으로 전해지는 흥미로운 결과가 종종 발표되는 것 같다.

진화를 공부하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는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할 생각이다. 이 글에서는 주로 박테리아의 돌연변이와 진화에 한정하여 논할 것이다.

적응진화(adaptive mutation)이란 무엇인가?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으로 일어나고, 이 중에서 환경에 의해 선택되는 것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현대 진화학의 핵심 기념일 것이다('Mutation precedes selection'). 그런데 유독 박테리아는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가져다 놓아도 살아남는 돌연변이체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미생물처럼 단순한 생명체는 환경에 맞는 돌연변이를 스스로 만든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를 부정한 유명한 실험이 바로 1943년에 발표된 루리아와 델브뤽의 fluctuation test이다(위키피디아). 이 실험의 결론은 선택압(이 경우에는 phage T1의 감염)이 존재하기 이전에 이미 내성 돌연변이체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 내성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으로 생긴 것으로서 미생물 세포가 설계하거나 선택한 것은 전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생물의 adaptive mutation, 즉 세포가 분열을 하지 못할 극한 상황에서도 이에 맞추어어진 돌연변이가 생겨난다는 가설을 입증하는(것처럼 보이는) 결과가 이따금 발표되었고, 1988년 John Cairns가 이 문제를 학계로 가지고 올라오면서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었다(The origin of mutants. Nature 1988). Cairns는 세포가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용한 돌연변이를 골라낸다고 주장하였다. 항암제에 내성을 지니는 변이 암세포가 생겨나는 것도 adaptive mutation 현상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Adaptive mutation을 현대적인 용어로 정의한다면 (1) 선택 과정에 놓여서 분열을 하지 못하는 미생물 집단으로부터 새로운 돌연변이 개체가 계속 만들어져서 성장하는 현상 또는 (2) nonlethal selection 조건 하에서 선택압을 낮출 수 있는 변이 개체가 생거나는 과정(선별되지 못하는 돌연변이 개체가 생기는지의 여부는 관계없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완곡하게 표현한다면 stationary-phase mutagenesis라고도 부른다. Fluctuation test에서는 가해진 선택압이 정상 세포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라서 이들을 전부 죽여버리므로, 선택압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변이체가 생겨나는 것을 관찰하는 것 자체가 차단되었다. 따라서 nonlethal selection이라는 조건이 중요한 것이다.

Adaptive mutation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 같다(내가 문헌 조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해서 빚어진 오해일지도 모른다). 대신 세포분열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돌연변이체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몇 가지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이것조차 미생물이 진화를 통해서 선택한 생존 전략이라면 결국 adaptive mutation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냐고 부르짖을 수도 있겠다. Patricia L. Foster는 2000년도 논문을 통해서 대장균 FC40 스트레인에서 발견되는 메카니즘을 다음의 세가지로 정리하였다(Cold Spring Harb Symp Quant Biol 65:21 PubMed; Bioessay 22:1067 PubMed).

Recombination-induced DNA replication

The placement of genes on a conjugal plasmid

A transient mutator state

이 연구 내용은 추후에 Roth가 더욱 상세하게 리뷰하였다(Origin of mutations under selection: the adaptive mutation controversy. Ann Rev Microbiol 2006 PubMed). 상세한 내용은 문헌을 참고하면 된다.

대장균 FC40은 염색체의 lac operon에 결실이 있는 반면 이를 F episome에 갖고 있는데, lacZ +1 mutation이 있어서 lactose minimal 배지에서는 자라지 못한다(Lac- phenotype). Nonselective condition에서는 1 per 109 cells per generation 정도의 빈도로 Lac+ revertant cell이 발생한다. 그런데 Lactose minimal medium에서는 1 per 109 cells per hour로 수일 동안 지속해서 발생한다. 물론 이 revertant는 이미 만들어진 Lac+ cell이 자체 분열을 통해서 늘어난 효과는 보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림 출처: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929355/

신개념 - Retromutagenesis

선택압이 주어져서 정상 세포는 분열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DNA의 한쪽 가닥에 발생한 돌연변이가 안정적으로 후대로 전파되려면 어떻게 해서든 최소한의 cell growth가 일어나야 한다. Retromutagenesis는 이를 설명하는 멋진 메커니즘이다(유일한 제안은 아니다). NTG 처리(adenosine -> hypoxanthine) 혹은 산화(guanosine -> 8-oxoguanosine)로 인하여 손상된 유전자로부터 변이 단백질이 만들어져서 변이 유전자가 daughter chromosome으로 복제될 정도의 최소한의 growth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1994년 Bridges가 처음 보고하였으며(Starvation-associated mutation in Escherichia coli: a spontaneous lesion hyporthesis for "directed" mutation. Mutat Res 1994, PubMed), Morreall 등이 보다 정교한 실험을 실시하였다(Evidence for retromutagenesis as a mechanism for adaptive mutation in Escherichia coli. PLoS Genetis 2005, PubMed). Retromutagenesis에서는 변이 단백질의 발현이 선행되어야 하며, transcribed strand에 일어나는 돌연변이가 결과적으로 더 많이 남게 됨이 당연하다.

Transcription bubble에서 노출되는 가닥은 non-transcribed strand이다. 여기에 존재하는 C가 탈아미노화를 거쳐서(ds DNA에 비하여 140배 높다) T로 돌연변이가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Transcription-induced mutations: increase in C to T mutations in the nontranscribed strand during transcription in Escherichia coli. Proc Natl Acad Sci USA 1996, PubMed), tretromutagenesis와는 다른 논지의 이야기이다.

Moreall 등의 실험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이들은 LacZ(Am) 돌연변이 세포주를 이용하였다. Amber mutation은 coding (non-transcribed) strand(NTS)에서는 TAG, transcribed strand(TS)에서는 ATG이다. 아질산(nitrous acid, HNO2)은 A에 작용하여 hypoxanthine을 만드는데, 이는 C와 결합을 한다. 따라서 한 라운드의 DNA 복제를 거치면 A:T -> G:C의 transition mutation이 일어난다. 따라서 NTS와 TS의 어느 가닥이 아질산에 의해 수식되는가에 따라서 초래되는 돌연변이가 달라진다. 이것은 DNA sequencing으로 금방 알 수 있다.  즉 NTS에 변이가 일어나면 TGG가 생기는 반면 TS에 변이가 일어나면 CAG가 생긴다. 저자들은 이 LacZ(Am) 돌연변이 대장균을 포도당이 첨가된 LB에서 포화상태까지 키운 다음 세척하여 starvation 상태로 만든 뒤 아질산을 첨가하였다. 그 다음 일부는 락토스 최소 배지에 직접 도말하고, 또 일부는 LB에서 잠시 키운 뒤 락토스 최소 배지에 도말하였다. 각 평판 배지에서 약 48시간 가량 키운 후 생성되는 Lac+ revertant의 lacZ 유전자를 시퀀싱하여 원래 있었던 amber 돌연변이가 CAG와 TGG 중 어느 것으로 더 많이 변했는지를 측정하였다.

왜 첫번째 단계에서 LB에 포도당을 첨가하였을까? 저자들은 사전 단계에서는 보통의 LB 배지를 사용하였다. 아질산을 처리하였을 때 Lac+ revertant의 발생 비율은 20배 상승하였다. 이 중에서 30개의 Lac+ revertant 콜로니를 채취하여 염기서열을 해독하였더니 전부 NTS에서만 변이가 발생한 것이었다. 원래 만들고자 했던 실험 조건은 양 가닥에 균등하게 변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Davis의 연구결과(Transcriptional bias: a non-Lamarckian mechanism for substrate-induced mutations. Proc Natl Acad Sci USA 1989, PubMed)로 설명이 가능하다. Transcription bubble에서 single strand 형태로 노출된 NTS는 DNA에 손상을 주는 물질에 좀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rich medium에서 키웠었으니 lac operon이 발현되지 않았어야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강한 catabolite repression이 유지되도록 일부러 포도당을 넣어주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였더나 NTS에서 revertant가 더 많이 발생하는 편향이 사라졌다.

확정된 실험 계획에 따라 아질산을 가해서 돌연변이를 유발한 뒤 rich medium에 잠시 배양했다가 lactose selective medium으로 옮겨서 생성된 Lac+ revertant에서는 CAG와 TGG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lacZ 유전자가 발현될 기회가 없었으므로 양 가닥에 발생한 손상이 배양을 거치면서 모두 공평하게 염기의 변이로 정착된 것이다. 그런데 돌연변이 유발 직후 lactose selective medium으로 옮긴 경우에는 어떠했는가? CAG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시 말하자면 TS에 더 많은 변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http://journals.plos.org/plosgenetics/article?id=10.1371/journal.pgen.1005477
아직 이 논문을 discussion 끝부분까지 철저하게 읽은 것은 아니라서 transcription-associated mutagenesis(transcriptional mutagenesis와는 구별해야 함)와는 어떻게 다른지, 실험 결과의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는 않은지 등은 이 포스팅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다. 결론으로는 환경이 돌연변이를 맞춤 생산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2015년 이 논문의 발표 당시 Science Daily에 이를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었다.

Adaptive mutation mechanism may explain some forms of antibiotic resistance.
Retromutagenesis: Mutation occur in RNA first (2015년 8월 25일 링크)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돌연변이가 RNA에서 먼저 일어난다고 해석을 붙였다. DNA에 일어난 lesion(아질산에 의해 adenosine이 hypoxanthine으로 변한 것)을 주형으로 하여 전사가 일어날 때 RNA에 U 대신 C가 들어간 현상을 돌연변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Discussion 둘째줄을 인용해 보자.
Retromutagenesis requires that RNA polymerases bypass lesions in DNA and incorporate mutations analogous to those caused DNA polymerase bypass.
Hypoxanthine은 원래 C와 염기쌍을 이루는 것으로 배우지 않았던가(링크)? RNA polymerase가 template의 hypoxanthine에 대응하여 C를 넣는 것을 왜 bypass라고 표현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PLoS Genetics 논문은 2018년 1월 23일 현재 4회 인용되었다. 생각만큼 널리 관심을 끄는 주제는 아닌가 싶다.

맺음말


기회가 된다면 이 포스팅은 앞으로도 계속 수정 및 업데이트를 거치게 될 것 같다. 다음에 소개할 논문은 Generation of mutation hotspots in ageig bacterial colonies(Sci Rep 2016, PubMed)이다.

업데이트 이력: 2018년 1월 24일,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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