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7일 일요일

나도 세운상가의 '육교박킹'에 가 보았다

세운상가의 남쪽 끝, 청계천을 넘어가는 육교가 연결되는 곳에 육교박킹이라는 상점이 있다. 용기의 접합면이나 밸브 등에서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끼우는 부속을 박킹이라고 하는데, 정확하게는 packing이라 부른다. 예전에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면 '박킹'만 교체하여 수리를 했었다. 철물점에 가면 긴 철사에 박킹을 줄줄이 꽂아 두었던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 가정용 수전은 물이 새면 카트리지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예전과 같은 링 모양의 박킹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다. 박킹 가게에서는 고무발도 취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 6월에 구입했던 액티브 서브우퍼(Sherwood ASW-185, 관련 글)의 고무발이 완전히 경화되어 시간이 되면 육교박킹에 들러서 고무발을 사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마침 지난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광장시장에서 군것질을 한 뒤 청계천을 따라 걷다가 육교박킹에 들리기로 하였다.

육교박킹은 워낙 오래 된 상점이라서 인터넷에서도 몇 번 소개가 된 일이 있다. 사장님은 문을 닫으려고 밖에 진열된 물건을 한창 들여놓는 중이었다. 족히 수십 년은 바깥에 놓여있었을 것만 같은 노란 부품함에서 적당한 크기의 고무발 4개를 찾아 들었다. 먼지를 피할 수는 없었으리라.   

육교를 건너가서 바라본 모습. 오른쪽에 육교박킹이 위치하고 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원래 장착된 고무발보다 약간 더 컸다. 기존에 쓰던 나사못으로는 길이가 약간 부족한 느낌이지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세운상가 주변은 재개발이 한창이었다. 낡고 비좁은 예전 건물은 화재에도 취약하다. 그러나 재개발 과정에서 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다양한 업체들의 역사와 이야기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움은 필요한 일이지만 남길 것은 남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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