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정원(Rosegarden)과 백합 연못(LilyPond), 이것은 전부 음악과 관련된 무료 소프트웨어의 이름이다. DAW 소프트웨어가 악보를 생성하는데 전부 유용한 것은 아니다. 요즘 자작곡을 만들어 나가면서 녹음도 중요하지만 오선지 형태로 악보를 기록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무료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보았다. 만약 Rosegarden이 Windows용으로도 나왔다면 그것을 택했을 것이다. Cakewalk for BandLab을 악보 편집용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러한 용도로만 사용하기에는 프로그램이 너무 방대하고 무겁다.
종합적으로는 MuseScore가 악보 작성 프로그램으로 가장 평이 좋은 것 같았다. 무료는 아니지만 Noteworthy Composer도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보다 단순하고 독특하면서 텍스트로 입력이 가능한 것이 없는지 검색을 하다가 만나게 된 것이 바로 LilyPond이다. 매뉴얼을 보면 music engraving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악보를 인쇄하는 고전적인 방법이 바로 engraving였었다고 한다. 다음의 동영상을 한번 클릭해 보라. 퓨터(pewter) 또는 백랍(白鑞)이라고 불리는, 주석이 주성분인 금속판을 직접 수공구로 파서 우아하게 이음줄을 넣는 광경은 정말 아름답다. 마치 나전칠기 장인이 섬세하게 자개를 박아넣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Music engraving 방법(동영상) - 이해를 돕기 위해 스크린샷을 남긴다.
LilyPond는 이처럼 금속판 위에 정성스럽게 음표와 온갖 기호를 새기고, 잉크를 묻혀서 한 장씩 찍어내는... 이러한 전통적인 프로세스에 최대한 가까운 악보 작성 방식을 컴퓨터 시대에 구현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명령행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으며 GNU/Linux, macOS 및 Windows에서 전부 사용할 수 있다.
공식 다운로드 사이트에서는 ZIP 압축파일을 제공한다. 압축을 푼 뒤 적당한 위치에 복사해야 한다. 버전 2.23.6까지는 여기(Windows용의 경우)에서 설치용 실행파일을 제공한다.
반드시 읽어야 할 LilyPond의 학습용 매뉴얼은 여기에 있다. 국문으로 작성된 'lilypond를 이용한 악보그리기(초급)'라는 글도 있다. 문서 작성 과정에서 많이 쓰이는 LaTeX을 연상하게 하는 체제이다. 즉, GUI 화면에서 음표를 마우스로 찍는 것이 아니라, 자체 문법에 맞게 텍스트로 소스 파일을 만든 뒤 이를 '컴파일'하여 PDF 형식의 악보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요즘 작업하고 있는 음악의 주제선율은 다음과 같이 기록할 수 있다. 기본 개념을 잡는데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별로 어렵지 않다.
\relative g' { \key g \major \tempo 4=140 r8 d8 b' fis g a b g d'1~ d8 d c b a4 g8 c~ c b4 g4 d4~ d8~ d8 d8 b' fis g a b g d'1~ d8 d c b a4 g8 c~ c8 b~ b2. }
무슨 암호문 같은 이 텍스트 파일을 바탕화면의 Lilypond 아이콘으로 드래그하여 PDF로 전환한 뒤의 모습은 이러하다.
음악 듣기(유튜브) |
소스 파일을 만드는 과정을 도와주는 Frescobaldi와 Denemo라는 소프트웨어도 있지만, 텍스트 편집기를 이용하여 암호와 같은 소스 파일을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다.
음악가에게 악보란 엔지니어의 도면과 같은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악상을 귀로 들을 수 있게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을 연주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악보로 전환하는 작업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LibreCAD를 익히면서 체험했던 즐거움을 LilyPond에서도 다시 경험하게 되었다.
월간 믹싱이라는 온라인 잡지도 있었다! 관심을 갖고 찾는 만큼 정보가 샘솟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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