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거의 Xenyx 802 믹서를 구입하여 같은 회사의 UCA-200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하던 당시의 다짐은 이러하였다.
"앞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그러한 비장한 각오로 UCA-200을 2개 더 구해 놓았었다. 하나는 라즈베이 파이(볼루미오)에 항상 연결되어 있고, 두 번째 것은 Xenyx 802 믹서의 동반자이다. 나머지 하나는 고장에 대비하여 장만한 것이라 아직 상자를 뜯지도 않았다. 마이크로폰도 이미 두 개나 갖고 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당근마켓』이다. 심심풀이로 음악 관련 장비를 찾아보다가 Behringer U-Phoria UM2(단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전히 팔리고 있음)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조이트론 JTCM-800 콘덴서 마이크로폰이 너무나 매력적인 가격에 매물로 나온 것이 아닌가. M-Audio M-Track Solo와 더불어 초저가 + 입문용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대명사인 UM2의 성능에는 별로 기대할 것은 없지만, 최소한 헤드폰은 직접 꽂을 수 있지 않은가? Xenyx 802 믹서는 '헤드폰 앰프'로만 쓰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 고민은 최대한 짧게... 어제 예약을 한 뒤 오늘 저녁에 거래를 마쳤다.
노브의 조작감은 상당히 좋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외관은 결코 허술하지 않았으며, 적절하게 묵직함이 느껴졌다. |
어쩌다가 베링거 애호가가 되었다. 믹서, 오디오 인터페이스, 헤드폰... |
마이크로폰 스탠드의 고정 부품 부분이 파손된 상태라 순간접착제와 케이블타이로 수선하였다. 재질은 알루미늄인 것으로 보인다. 탁상용 스탠드가 이미 두 개나 있어서 JTCM-800의 스탠드가 완전히 망가진다 해도 별 문제는 없다. 판매자는 물품의 파손 상태를 상세하게 공개하였었다. 이것 때문에 낮은 가격으로 내놓았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스탠드 수리하기. |
믹서는 믹서 본연의 기능이 있다. 여러 소스를 받아서 각각 EQ와 레벨 및 패닝을 조절하고, 필요하면 외장 이펙터를 삽입하고, 최종적으로 좌우 2개의 채널로 믹스한 뒤 컨트롤 룸이나 외부 앰프로 내보내는 것이다. 마이크로폰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위한 프리앰프와 팬텀파워 역시 필수 조건이다. 녹음을 위해 믹스된 신호를 다른 기기로 보내거나 또는 외부의 신호를 섞기 위해서 마련된 2-TRACK 단자와 스위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취미로 녹음을 하는 경우 소스는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믹서 + Behringer UCA-200의 조합은 다소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2-TRACK 전환용 누름 스위치의 작동을 놓고 혼동을 겪을 때도 있다. 특히 이미 녹음된 트랙을 들으면서 외부 악기의 연주를 녹음(실시간 모니터링 진행)하려면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이 문제 때문에 별도의 신호 케이블을 만든 일도 있었다(관련 글 - 녹음 모니터링을 위한 보조 케이블 만들기(일종의 패시브 믹서)). 호기심과 현재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고민이 뒤섞여서 결국은 UM2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오디오 인터페이스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본다면 UCA-200보다 UM2가 나을 것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조작의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가상악기(트랙 1)와 보컬(트랙 2)의 동시 녹음. 이렇게 당연한 것을 U-Phoria UM2 구입 전에는 시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각 트랙을 차례로 녹음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으니... 트랙 1에 녹음된 것은 MIDI 신호이다. |
오늘 구입한 중고 장비는 이미 갖고 있는 것들과 기능적으로는 분명히 중복적이기는 하나 녹음 연습을 더욱 자주 하도록 도와 줄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예기치 않았던 일이 계기가 되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루는 일이 가끔 있다. 오늘의 '지름'도 그러한 사건이 되리라 믿는다.
도토리 키 재기. U-Control UCA-200(왼쪽)과 U-Phoria UM2. Behringer 제품의 모델번호에 유독 'U'가 많은 것은 설립자 Uli Behringer(1961~)의 이름 때문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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