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에 하만카돈 AD-68 스피커 세트(중고; 20W 급으로 1.24" 트위터 및 2" 미드우퍼 채용)를 구입하여 책상 위 음악감상용으로 종종 사용하였다. 구입과 관련한 글은 여기에 있다. 중저음을 담당하는 스피커 드라이버의 직경이 워낙 작으니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달려있다 해도 풍성한 저역을 담당하기는 어렵다. 갑자기 액티브 서브우퍼가 있으면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였다. 현실에서 느끼는 약간의 불편함에 이보다 몇백 배가 더 큰 호기심이 더해져서 서브우퍼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여정에 돌입하였다. 특히 다음의 글이 무모한 도전을 하는데 큰 용기를 주었다.
[와싸다닷컴 HIFI게시판] 하이파이에서 서브우퍼 쉽게 사용하기
AD-68 및 이를 구동하는 초저가 class D 앰프. |
며칠 동안 검색을 하다가 8인치 우퍼를 채용한 셔우드(인켈) 브랜드의 ASW-185를 구입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호기심에 저지른 일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영화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라도 서브우퍼 구매를 생각해 본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내가 활동하는 제이앨범 밴드에서는 큰 우퍼를 갖춘 스피커 시스템이 없는 경우 - 심지어 진공관 앰프를 쓰는 상황에서 - 별도의 서브우퍼를 쓰는 것에 대한 논의가 종종 있었지만 심각하게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도대체 연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보통의 리시버 앰프라면 서브우퍼를 위한 단일 채널 출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요즘 나오는 사운드바 + 서브우퍼 제품은 심지어 블루투스로 연결이 된다고 한다. 보통의 액티브 서브우퍼는 스테레오 앰프로 들어가는 신호를 그대로 액티브 서브우퍼로 보내거나, 스피커 단자에서 선을 빼서 연결해도 된다고 한다.
액티브 서브우퍼에 입력 신호를 연결하는 방법. 인터넷 어디선가 퍼 온 것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그렇게 하여 순식간에 중고 액티브 스피커를 구입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 고무발이 경화되어 마치 먹처럼 검은 것이 묻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외관은 양호하였고, RCA 단자를 통해 입력신호를 넣으니 저음이 잘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음량과 크로스오버 주파수(high cut) 조절 노브(50-180 Hz)도 잘 작동하였으나, 위상 전환 스위치는 작동 전후에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계측기가 없다면 정확히 세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릴을 벗겨낸 모습. 전면 모서리의 밝은 회색 테이프(접착시트지?)는 상처를 가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떼어내고 보니 끈끈이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왜 붙였을까? |
해태전자로 사명이 바뀐 것은 1988년. 이트로닉스로 다시 운영 법인명이 바뀐 것은 2000년이라 한다. 그러면 이 물건은 1990년대 막바지의 생산품일까? 제조년월 표시('0105...')에서 2001년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 본다. |
스프링 클립식 터미널에 하이 레벨 신호를 넣어 보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 나중에 분해할 일이 있으면 점검을 해 보도록 하자. 매뉴얼에서는 '본 기기의 스피커 입력단자를 다른 앰프나 리시버의 스피커 출력단자에 연결하거나 다른 스피커를 스피커 출력 단자에 함께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
액티브 서브우퍼로 보낼 신호를 만들기 위해 믹서를 사용하였다. 좌우 스피커, 액티브 서브우커 및 class D 앰프의 가격을 다 합친 것보다 Behringer Xenyx 802 믹서가 더 비싸다! 격이 잘 맞지 않는 기기들이지만 서로의 성능을 갉아먹는 것은 전혀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믹서를 통해서 손으로 노브를 돌려 조절하는 잔재미도 있다. 소스(컴퓨터에 연결한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연결할 곳은 2-Track과 스테레오 채널(3/4 또는 5/6) 전부 가능하다. 스테레오 채널에 연결하면 3-밴드 이퀄라이저를 사용할 수 있다.
서브우퍼가 있으니 분명히 대중음악을 듣기에 좋은 것은 맞는데,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사용하려면 볼륨을 얼마나 올려야 할지, 어떻게 설치를 해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 서브우퍼 바닥에 놓는 갖가지 재료(오석, 스파이크, 흡음재...)에 서브우퍼 구입가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돌처럼 딱딱해진 고무발부터 바꾸는 것.
오늘 테스트를 하면서 스피커의 좌우 극성이 뒤바뀐 것을 발견하였다. 대부분 앰프의 스피커 출력 터미널 극성은 (+, -, -, +)로 되어 있어서 나의 상식에 따라 연결을 했었다. 터미널의 극성이 색깔로 구별이 되어 있는 앰프였다면 혼동할 일이 없다. 그런데 오늘 액티브 서브우퍼의 하이 레벨 입력이 작동하는지 점검을 하기 위해 케이블을 준비하면서 확인을 해 보니 앰프에는 (+, -, +, -)로 인쇄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언제부터 한쪽 스피커 채널이 반대로 꽂혀 있었을까? 그래서 저음이 더욱 빈약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스피커 출력 단자의 극성을 제대로 확인하여 연결하지 않으면 이상한 소리가 난다. |
유튜브의 스피커 테스트 동영상을 이용하여 AD-68 스피커 단독으로 얼마나 낮은 주파수까지 재생이 가능한지 알아 보았다.
흠...거의 50 Hz까지도 들린다. 패시브 라디에이터의 힘인가... 믹서의 이퀄라이저를 이용하여 저음을 부스트하니 더욱 강한 저음을 들을 수 있었다.
Xenyx 1202/1002/802/502 user manual에 나오는 EQ 특성. 모노 및 스테레오 채널이 전부 동일하다. |
그렇다면 믹서만 이용하여도 충분한 저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뜻이 될까? 사인파 재생에 대해서는 단순히 수치를 이용하여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저음 재생의 질이나 박력에 있어서 액티브 서브우퍼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으로 믿는다. 아니, 어차피 구입을 하였으니 그럴 것으로 믿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TV로 영화를 볼 때에도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궁금해 죽지 말고 해 본 다음에 후회하자! 요즘 내가 종종 하는 말이다.
변방의 우퍼 소리 / 변방의 서브우퍼 소리
오디오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런 닉네임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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