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입은 날로부터 정확히 76일, 11주에 가까운 시일이 흘렀다. 오늘은 다쳤던 당일에 응급실에 갔던 것을 포함하여 여섯 번째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흉부의 통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며칠 되지 않았다. 정말이지 갈비뼈 골절에 의한 통증은 지긋지긋하였다. 아직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에는 약간의 통증이 남아 있고, 어깨 관절의 운동 각도가 완벽하게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운동을 통해 현저히 나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관절의 가동 범위에 관한 정보를 몇 차례 소개한 일이 있는데, 오늘은 그림과 함께 매우 쉽게 설명한 자료를 발견하여 인용하고자 한다.
상체의 관절가동범위(ROM - Range of Motion) - 목, 몸통, 어깨, 팔꿈치, 손목
이 웹문서의 그림에 나온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를 거의 만족할 정도로 회복은 되었다. 그러나 오른팔을 등 뒤로 돌리는 동작은 예전에도 왼팔보다는 못하였지만 이번의 부상 뒤에는 더 악화되었다. 마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트레칭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팔을 등 뒤로 돌리는 기가 막힌 스트레칭 - 구성회|운동조절연구소
담당 교수는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되니 팔꿈치의 통증이 낫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가 되면 근처 병원을 가라면서 모든 의무기록을 떼어 가라고 하였다. 진료협력센터에서 요양급여회송서와 지역의 협력병의원 목록을 받은 뒤, DVD에 구운 의무기록과 영상의학자료를 받아 병원을 나섰다.
오늘의 글에서는 X-ray 사진을 통해서 골절이 치유되는 과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것도 일종의 '셀카 놀이'인 셈이다.
다음은 부상을 입었던 10월 12일에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 절반이 다쳤던 오른쪽 어깨이고 오른편 절반은 왼쪽 어깨이다. 오른쪽 위팔뼈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상완골 근위부, Rt. proximal humerus)에 벌어진 부분이 보인다. Neer의 분류체계에 의하면 일분 골절(Neer 1-part, GT)이다. GT는 greater tuberosity(대거친면 또는 대결절)이다.
처음 들렀던 병원에서 감아 준 석고붕대를 떼어내고 다시 찍은 사진.
자세히 관찰하면 갈비뼈가 부러진 곳도 보일 것이다. |
다음은 10월 16일에 첫 외래 방문 때에 찍은 모습이다. 분명히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다친 당일에 찍은 사진보다 손상 부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 보인다.
235매나 되는 MRI 사진(10월 30일 촬영)은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알 수가 없으니 사진 소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의무기록에서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는데 반하여 정작 의사를 대면해서는 별로 중요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판독 결과의 두 줄 요약은 다음과 같다.
- Rt. humeral GT fracture(우측 상완골 대거친면의 골절)
- Focal articular sided tear at SST/IST conjoined tendon(뭔 소리여?)
SST는 가시 위근(극상근), IST는 가시 아래근(극하근)의 건(tendon)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서 흔히 접하는 회전근개 파열은 rotator cuff tear라고 한다. Focal articular side는 회전근개의 관절면을 뜻한다고 한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 주위를 덮는 4개의 근육을 말한다. 어깨를 덮고 있으므로 한자로 '덮을 개(蓋)'자를 써서 표현하며, 보다 정확하게는 회전근 개라고 써야 한다(당신의 어깨는 편안한가요? 회전근 개 질환 - 분당서울대병원). 증세는 비슷하지만 원인과 치료 방법이 다른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을 정확히 구별하려면 이 글을 클릭해 보기를 권한다.
그림 출처: Anatomical Justice |
다음은 11월 6일에 찍은 사진이다. 골절 부위가 조금씩 질서를 잡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1월 27일이 되니 한층 더 정돈된 모습이 되었다. '치유가 제대로 되고 있구나'하는 안도감을 비로소 갖게 된 것이 바로 이 날이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사진인 오늘 촬영본을 공개한다.
순간의 실수로 2023년 가을의 소중한 시간에 큰 공백기를 남겼다. 비록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로 끝났으나 MRI 촬영(78만원!)을 포함하여 약 130~140만원 정도의 의료비가 들었다. 계속 재활 운동을 하여 내년 상반기는 훌쩍 지나야 완벽하게 치료가 되었음을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상이 나에게 남긴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아직은 전혀 알 수 없다. 해부학과 재활의학에 대한 약간의 지적 호기심을 채운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다치지 않았어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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