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7일 화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4]

부상을 입은 지 3주 반이 지나는 날이었던 어제, 두 번째 외래 진료를 위해 S대 병원 정형외과를 방문하였다. 최초의 외래 방문 후 3주째였다. 먼저 X-ray 촬영을 하러 영상의학과로 향하는데 말끔히 차려 입은 한 노신사가 접근하더니 혹시 다쳐서 병원에 왔느냐고 묻는다. 허, 이 양반이 어디서 약을 팔려고 이래... 필요 없으니 됐다고 하고 외면하였다.

병원 주변에는 환자 및 가족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주에 MRI를 찍은 뒤 귀가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가니 '○○암 경험자 20분만 상담하면 3만원 지급'이라는 광고문이 가로수마다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아마 상담을 마치면 3만원보다 족히 수십 배는 비싼 건강식품 구매 계약서가 들려 있을 것이다.

X-ray 소견으로는 상완골 대결절의 골절이 잘 치유되고 있다고 하였다. 상체를 약간 기울이고 상완골을 어깨쪽에서 내려다보면서 찍은 영상을 보면 마치 마른 장작 단면을 도끼로 내려친 것처럼 몇 갈래로 쪼개진 흔적과 함께 골 유합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선명하였다. 이는 전면에서 찍은 사진을 봐서는 알기 힘든 모습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 부상은 꽤 심각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피하고 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3주가 넘게 보조기를 착용하고 불편한 생활을 하다가 '전위가 더 심해졌네요. 수술을 해야 되겠습니다.'라는 판정을 받으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사실 지난 3주간 이 걱정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보냈었다. 어떤 골절이든 수술을 하려면 다친 뒤 2주 내에 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도  있다.

만약 다친 직후에 수술을 받았다면 회복이 더 빨랐을까? 부러진 뼈를 일단 물리적으로 고정해 놓았으니 더 빠른 시기에 재활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빠른 직장 복귀를 위해서도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대한골절학회지 2008년, 상완부 간부 골절: 금속판 고정술). 수술을 하게 되면 근 분리(뼈에서 힘살을 발라내는?)가 필요하고 신경 손상 등 위험 요소도 많다. 상완골 근위부 골절의 수술적 치료에 쓰이는 세 가지 고정 방법 - 비관혈적 정복 및 경피적 핀 고정술, 이분굴곡날 금속판 및 강선 장력대 고정술, 잠김 압박 금속판 고정술 - 을 비교한 논문을 소개해 둔다(대한정형학회지 2011, 전위된 상완골 근위부 이, 삼분 골절에서 세 가지 고정술 간의 비교). 53건의 증례에 대한 평균 연령은 55.3세(18-88). 내 나이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수술 후 빠르게는 1주 이내에 견관절의 수동적 운동을 시작하였다고 하니, 보존적 치료에 비해서 더 빠르게 재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비용이나 플레이트/핀 등을 빼기 위한 재수술의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것이 백 번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뼈가 여러 조각이 나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담당 의사는 보조기를 찬 상태에서 관절이 굳지 않도록 조금씩 가동 범위를 넓혀 나가는 연습을 해 나가고, 3주 뒤에 다시 내원하라고 하였다. 다만 어깨를 갑자기 확 움직이거나 멈추는 것은 큰 부담을 주니 금지하라고 지시하였다. 어깨근육의 쓰임에 대해서는 효환샘 맨몸 운동 방법에 잘 설명되어 있다.

근위 상완골 골절의 치료에서 팔을 오랫동안 고정하는 것은 큰 이득이 없고, 최근에는 조기에 관절 범위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것이 기능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완전한 골유합(synostosis)에는 팔 뼈의 경우 8~12주가 걸린다. 이 동안에는 관절이 굳지 않도록 조금씩 움직이는 정도로만 수동적 운동을 하고, 약해진 근육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것은 그 다음에나 가능할 것이다. 다치기 전에는 팔굽혀펴기를 한 번에 30회 정도 할 수 있었는데 그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내년 여름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근무지에 내기 위해서 지난 10월 13일에 S대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를 다시 살펴 보았다. 갈비뼈가 3개 부러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소견서에는 4개라고 적혀 있었다.

@ X-ray: Rt. humeral head fracture, Rt. 7~10th rib fracture

아직 오른쪽 옆구리가 아프지만 초기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 약은 추가로 처방 받지 않았다.

X-ray 촬영을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날, 영상 자료를 CD-ROM으로 받아 와서 골절의 치유 과정을 내 눈으로 다시 확인하고 싶다.


2023년 11월 3일 금요일

데임 세인트 M250의 백플레이트 장착 준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백플레이트는 M250 본체에 파인 홈보다 약간 작다. 그건 별 문제가 아닌데, 나사못 구멍의 간격도 좁다. 뭔가 가공을 하지 않으면 장착이 어렵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기타 바디의 기존 구멍을 3 mm 드릴 비트(핀바이스 사용)로 확장한 뒤 우드퍼티로 메우고 백플레이트에 맞추어서 구멍을 새로 뚫기로 하였다. 오른손을 쓰기 어려우니 왼손으로... 

구멍을 넓히고...

퍼티를 채웠으나 너무 지저분하다.

구멍 주변에 묻은 노란 퍼티가 너무 보기에 흉하고 강도가 그렇게 높지도 않아서 가루가 계속 떨어져 나온다. 120방 사포로 문질렀다.


이대로 끝내려고 하니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수성 바니쉬를 바르자.

트레몰로 스프링 걸이쇠(claw)의 일부(녹색 원)가 백플레이트에 닿는다. 본체에 박힌 스크류의 각도를 조정할 수는 업으니 백플레이트의 닿는 부분을 줄로 살짝 갈아내야 한다.

이제 마음에 든다. 우드퍼티의 색깔이 더 어두웠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백플레이트를 아직 장착하지는 못했다. 고정용 나사못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31일 화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3]

부상 19일째의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등이 몹시 결려서 아침 일찍 일어나 앉았다.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구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 본 것이 화근일 것이다. 최근 4-5일간은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약에 의한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어제는 MRI를 찍으러 병원에 다녀왔다. 귀마개를 하고 시끄러운 가동음이 들리는 기계 안에서 40분이나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기침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입에 자연스레 고이는 침을 삼키는 것도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관절이 굳지 않도록 자주 움직이고,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요즘 신체활동의 전부이다. 어깨 보조기를 푼 뒤에 재활을 위해 또 얼마나 고생을 할지 걱정이 된다. 어깨와 그 주변부는 물론이지만 팔꿈치 관절이 더 걱정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상반신을 씻기 위해 보조기를 풀면 팔꿈치가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완전히 펴려고 하면 팔꿈치가 아프고, 무리하게 펴다가 부러진 위팔뼈가 붙는데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 되어 주저하게 된다. 

장기간 부목을 하는 것은 이러한 관절굳음증(또는 강직, ankylosis)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팔을 다쳐 오랜 기간 동안 깁스를 한 뒤 풀었는데, 팔이 기역자로 구부러진 상태로 그대로 있어서 매우 놀랐고 또 이를 펴느라 무척 고통스러웠다는 글을 보았다. 나는 팔을 완전히 고정한 상태가 아니라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팔꿈치를 굽힌 채 조금씩 회전하는 것은 가능했고, 심지어 전기기타의 간단한 수리까지 하였었다(관련 글 링크). 따라서 팔꿈치를 완전히 펴는데 지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현재의 어깨보조기 작용 상태.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에서 입은 채로 퇴원한 환자복은 옆이 열려 있어서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입고 벗을 수 있다. 그래서 집에서 쉬는 중에도 즐겨 착용한다.

어제 MRI를 찍느라 보조기를 풀고 팔꿈치를 최대한 편 상태에서 한참을 유지했던 것이 팔꿈치 관절 강직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부러진 뼈를 붙이려면 움직여서는 안되고, 관절의 굳음을 방지하려면 움직여야 하고...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자꾸 오른팔을 꼼지락거리다가 부러진 위팔뼈 대거친면(큰결절. greater tuberosity)의 전위가 더 심해지지는 않았는지를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위팔뼈의 해부학적 구조(출처)와 나의 골절 상태.

Neer의 근위 상완골 골절(proximal humerus fracture) 분류법. 대한골절학회지(2012)의 논문 '근위 상완골 골절 치료의 치신 지견'에서 가져옴. 이 논문에 의하면 "대 결절에는 극상근, 극하근, 소원형근이 부착되어 이 부위가 골절되면 골편은 상방 및 후방으로 전위되며 상완골 두는 내측으로 전위된다"고 하였다.


부러진 뼈의 전위가 2 mm 이하이면 비수술적 치료(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보인 나의 X-ray 사진에서는 2 mm는 족히 넘어 보인다. 올바른서울병원의 블로그 글(링크)에서도 X-ray 사진에서는 나보다 골절 정도가 더 경미해 보이는데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어떤 논문에서는 골절편의 전위 방향이 더 중요하다며 5 mm 까지의 전위에도 수술을 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기술하였다. 2013년 대한골절학회지에 실린 논문 '상완골 대결절 단독 골절의 다양한 수술 방법에 따른 임상적 결과'의 그림 두 편을 인용해 본다.

내 골절 상태는 Fig. 2보다 약간 경미한 상태로 판단된다. 그림 출처: 대한골절학회지(2013).

비교적 최근인 2018년 대한골절학회지에 실린 논문 '상완골 근위부 골절의 보존적 치료'도 좋은 참고 자료이다.

위팔뼈 큰결절에 붙어 있는 근육은 가시위근(극상근)과 가시아래근(극하근)이다. 혹시 내가 오른팔을 자꾸 움직이면서 이런 근육들을 자꾸 움직여서 골절된 뼈의 전위를 더 악화시킨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걸 걱정할 것이라면, 결절사이고랑에 붙은 세 개의 근육 움직임까지 생각해야 한다. 

아는 게 병이다! 어차피 다음 주 월요일에 외래 진료가 있어서 어제 찍은 MRI와 당일에 찍을 X-ray 자료를 펼쳐 놓고 회복 정도에 대한 설명을 들을 터이니 더 이상의 궁금증은 잠시 접어 두도록 한다. 무엇 하러 논문까지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단 말인가.

이번 부상을 치료하면서 아직 주사 한 대도 맞지 않았다. 기왕이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보존적 치료만으로 뼈가 잘 붙기를 기대해 본다.

그 밖의 사항으로는...

  • 다친 뒤 오늘 처음으로 재채기를 했다. 견딜 만하였다. 아직 기침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갈비뼈 골절 시 처방하는 강력한 진통제는 사실 기침 지지(expectoration encourage)를 위한 것이라 한다. 가래를 배출하지 못하면 좋지 않기 때문이다.
  • 등을 짚어보면 갈비뼈가 부러진 오른쪽 등이 더 부어 있다. 골절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멍은 없다.
  • 무릎 타박상 자리에 생긴 상처에 생긴 딱지가 가장자리로부터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딱지 가운데 위치는 아직 아물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딱지가 옷에 쓸려 떨어져 나가면 곤란하므로 반창고를 붙여 두었다.
  • 오른쪽 허리에도 살 속으로 단단한 것이 만져진다. 겉으로 보이는 멍은 없으며 점점 크기가 줄어든다. 


2023년 10월 26일 목요일

데임 세인트 M250의 배선 정비 - 며칠간의 노력이 남긴 것

불의의 사고로 골절상을 입은 후 꼭 2주일이 지났다. 인체의 회복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그렇게 심하던 무릎의 타박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갈비뼈 골절로 인한 옆구리와 등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통증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위팔뼈의 골절은 어떻게 나아지고 있을까? 여기는 다른 다친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었었다. 다만 관절 자체에서 느껴지던 아픔도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어깨 보조기에 오른팔을 걸쳐 놓았기에 큰 동작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른손으로 무엇을 쥐는 것은 자유로우므로, 무리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약간의 기타 정비를 실시하였다. 그것은 바로 데임 세인트 M250의 내부에 장착된 오버드라이브 보드를 빼내는 것. 혹시 너무 열심히 일을 한 것일까? 약간의 열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오후에 한참을 쉰 다음에는 괜찮아졌다. 

보드를 적출하기 전. 기존의 배선 상태는 그다지 프로페셔널해 보이지는 않았다.

빼낸 보드는 스톰프 박스 형태로 재활용될 것이다. 필요한 부품은 전부 페달파츠에서 사면 된다.

재배선하기.

토글 스위치가 달려 있었던 구멍은 스티커로 막았다.

뒷뚜껑을 닫고 앰프에 연결하니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잭 부분의 배선을 확인하려고 몇 차례 열었다가 다시 끼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부실했던 납땜이 떨어진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납땜 후 수축 튜브로 깔끔하게 마감하였다.


작업 끝!


뒷면에 고정할 백플레이트는 알리익스프레스로부터 조만간 도착할 것이다. 


전기 기타의 셋업 요령

스탠드에 걸린 3대의 기타 중에서 가장 신경을 덜 쓰고 있었던 녀석 - 아마도 중고품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이 최근 며칠 동안 실험 대상이 되어 사랑을 듬뿍 받았다. 브리지의 규격 및 셋업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배선 정도는 직접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레스폴의 셋업 방법도 알아 두도록 하자.

펜더의 셋업 가이드는 10월 24일에 쓴 '데임 세인트 M250 기타가 안긴 숙제 - Vintage tremolo bridge의 정비'에서 이미 소개하였다. 국내 커뮤니티인 Mule에 게시된 '집에서 혼자 셋업 하는 방법'도 많은 사진과 친절한 설명이 듬뿍 들어 있는 좋은 자료이다.


2023년 11월 1일 업데이트

알리익스프레스에 주문한 기타 부품이 도착하였다. 빈티지 싱크로나이즈드 브리지에 올릴 새들은 기타줄을 갈 때가 되면 교체하도록 한다.


백 플레이트는 기타 뒷면에 파인 홈보다 약간 작고 나사못 구멍 간격 역시 그러하다.


백 플레이트의 구멍을 갈아내서 타원형으로 확장하느냐, 아니면 기타 바디의 구멍을 드릴로 확장하고 적당한 재료(나무젓가락을 전동드릴에 물려 둥글게 갈아내거나 우드필러 사용)로 메운 뒤 새 위치에 구멍을 다시 뚫을 것인가?




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데임 세인트 M250 기타가 안긴 숙제 - Vintage tremolo bridge의 정비

낙원악기상가에서 구입한 트레몰로 암을 중고 데임 기타에 끼우려는 것으로부터 끝이 없는 숙제가 시작되었다. 사실 '암질' 자체에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빈 구멍이 허전해서 이를 채우고 싶었을 뿐이다. 암에 파인 나삿니의 규격이 브리지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걱정을 시작으로 새로운 문제의 발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암의 나삿니는 M6 규격으로서 브리지의 구멍과 잘 맞았다.

흔히 '브릿지'라고 표기하지만 '브리지'가 올바른 국문 표기법이다.

그러나 기타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손을 대고 싶은 구석을 자꾸 발견하게 되었다. 스프링을 거는 블록에 균열이 꽤 많이 발생한 상태이다.

파열 직전? 앞으로 몇 년을 더 이 상태로 가만히 있을지도 모른다.

새들을 밀어주는 스프링도 두 개가 없다. 데임 본사에 DSV-1 브리지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으나 너무 오래된 모델에 장착된 것이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재 생산되는 세인트의 최저가 모델(M200)에도 여전히 6 pin synchronized tremolo bridge가 장착되어 있는데, 아무리 인도네시아 생산이라 해도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최소한의 부품을 국내에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이러한 스타일의 브릿지를 정식으로 부르는 이름은 vintage-style tremolo bridge이다. 고정 나사를 6개에서 2개로 줄인 two-pivot bridge, 완전히 고정을 해 버려서 암을 사용할 수 없는 것 등 다양한 변종이 존재한다.

알리익스프레스로 눈을 돌려 보았다. '일렉트릭 기타 트레몰로 브리지'로 검색하면 스프링 세트와 암을 비롯한 모든 부품을 일체로 판매한다. 트레몰로 암은 괜히 샀군!

국내 웹사이트를 잘 뒤지면 국산 부품을 구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기타의 OEM 생산 및 부품 제조로는 탄탄한 기반이 있는 나라 아니던가? 물론 낙원악기상가에 가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MJ기타라는 곳에서 국내 제조 브리지(링크)를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트레몰로 암이나 뒷면에 고정하는 스프링 세트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레스폴 볼륨배선 세트(링크)를 구비한 것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다. 나중에 그레그 베넷 기타의 전기부품 상태가 나빠지면 이것을 구입해서 통째로 교체하면 될 것이다. 사실 여기 말고도 완제품 배선을 파는 곳은 더 있다.

MJ기타에서 판매하는 펜더 트레몰로 브릿지 cr 빈티지 타입(왼쪽)과 레스폴 볼륨배선 세트(오른쪽).

새 부품으로 교체를 해도 정확한 셋업 방법을 모르면 소용이 없다. 암질의 유연성이나 튜닝 안정성 등에서 많은 불리함이 있는 싱크로나이즈드 브리지이지만 정확한 셋업을 통해서 최적의 상태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타넷에서 소개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셋업 가이드가 도움이 될 것이다.

6개 나사를 전부 끝까지 박아 넣지 말라는 것, 그리고 셋업 완료시 브리지의 뒷면이 약간 들려야 한다는 것(펜더의 기본 세팅에서는 3 mm 정도를 띄움)이 놀라운 발견이었다. 사진을 곁들인 다음의 국문 자료가 매우 도움이 된다.

빈티지 트레몰로 브리지 6 포인트 스크류 세팅 방법

유튜브를 검색하면 싱크로나이즈드 브리지 셋업 방법을 설명한 동영상이 많이 나온다. 바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모르던 세계였다.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낙원악기상가에서 처음으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유사품 전기기타(플로이드 로즈 브리지였던 것으로 기억)를 구입했던 1987년 당시에는 기타의 셋업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었고, 그러한 무지는 30년이 넘게 이어졌다. 이제는 그러한 무지몽매한 상에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기타는 참으로 오묘한 악기이다. 튜닝 자체가 완벽하기 어렵고, 벤딩이나 아밍 등 전기기타 특유의 주법이 튜닝을 틀어지게 만든다. 모든 현에 대해서 동일한 프렛 위치를 준수하게 하면 인토네이션이 맞지 않는 고유한 운명을 지닌 악기이기도 하다.

자작곡을 제대로 녹음해 보려는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하여 너무 멀리 간 것은 아닌가? 기타 내부에 들어 있는 COT 50 클론 보드도 꺼내야 하고, 배선도 손을 좀 보아야 하고, 진공관을 이용하여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

골절된 팔뼈를 붙여야 하는데 자꾸 스크류 드라이버를 들고 설치지 말자.


2023년 10월 25일 업데이트 - 브리지의 규격에 유의하자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적이다가 적당한 빈티지 타입 트레몰로 브리지를 구입하려다가 일단 새들만 주문해 놓은 다음, 브리지의 규격을 조금 더 알아보기로 하였다. 본체 고정을 위한 6개 나사 구멍 중 가장 바깥의 것의 중심 간격은 52 mm로 측정되었다. 1번과 6번 현의 간격도 동일하다. 그러나 같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라 하더라도 몇 가지 다른 규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데임의 DSV-1 브리지는 다음 그림에서 네 번째인 'Mexican Standard'에 해당한다(String spacing = screw spacing = 2-1/16" = 약 52 mm).

이 그림은 워낙 널리 퍼져 있어서 원본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혹시 여기가 아닌지 추정해 본다. E-to-E string spacing이 다르면 새들의 폭도 달라진다.

Callaham Guitars의 Stratocaster Bridge Compatability라는 웹 문서에서 이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요즘은 2 pivot 시스템이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 문서에 따르면 내 기타와 같은 규격의 브리지는 Made in Mexico Standard Series Strat, Road Worn Player HSS, Squire Classic Vibe 모델에 쓰인다고 한다.

만약 MJ기타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국산 브리지를 덜렁 주문했더라면 낭패였을 것이다. 스쿨뮤직에서 판매하는 Gotoh의 빈티지 타입 브리지인 GE101TS-Chrome의 screw spacing도 56 mm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주문한 새들의 폭은 10 mm라서 기존 것과 같다.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String spacing이 2 7/32"인 vintage American Stratocaster의 새들 폭은 0.435", 즉 약 1.1 mm이다. 

그리고... 트레몰로 암을 빼 버리고 두께 2 mm 포맥스 판을 잘라서 8장을 겹쳐 넣어서 브리지를 다음과 같이 고정해 버렸다. 포맥스 판의 폭이 더 넓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브리지는 2~3 mm 정도 뒤가 들린 상태로 마무리하였다. Fixed bridge처럼 쓰려면 본체에 완전히 밀착하도록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 줄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트레몰로 암은 괜히 산 것이 맞다. 차라리 브리지 규격을 더 연구한 다음에 내 기타에 맞는 브리지(스프링, 암 등이 전부 포함된)를 주문하였더라면 더욱 현명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기타 수리공을 할 것도 아닌데 이런 수준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지? 다음번 숙제는 COT 50 보드를 빼내고 배선을 정리하는 것이다.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Tracktion Waveform FREE] 일부 트랙의 출력을 하나의 오디오 트랙에 쓰기

최종 믹스 다운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몇 개 트랙의 출력을 하나의 오디오 트랙에 써 넣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작업하는 곡에서는 SampleTank Free의 가상악기(synth lead)를 두 개의 트랙에 할당, 각자 별도로 연주하여 이중주와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하였다. 이 사운드에 대하여 이펙터 플러그인 등을 추가로 건드리지 않을 예정이라면, 하나의 오디오 트랙에 기록하여 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중간 부분을 잘라내어 같은 곡의 다른 부분에 넣을 수도 있다.

MIDI 데이터(가상악기)가 들어있는 트랙은 최종 믹스를 만들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은가? 혹은 모든 MIDI 트랙은 각각 그 출력을 별도의 오디오 트랙으로 뽑은 뒤, 최종 믹스는 오디오 트랙만을 이용하여 만드는 것이 좋은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가상 악기 트랙이 너무나 많은 상태 그대로 최종 믹스를 만들면 컴퓨터가 허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궁금증에 대해서는 이미 정답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늘 참조하는 Waveform User Guide에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오늘 다루는 문제는 일부의 MIDI 트랙(여러 개)의 오디오 출력을 하나의 트랙에 기록하는 일과 관련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그 방법을 나름대로 알아보았다. 사용자 가이드 제15장 'Recording Audio'에 'Number of Inputs'라는 항목이 있다. 한 트랙에 최대 4개의 입력을 할당할 수 있는데, 이는 Waveform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한다. 원래 이 기능은 다르게 세팅한 마이크로폰/프리앰프 세팅을 하나의 트랙에 설정해 놓은 뒤 입력을 바꾸어 가면서 오디셔닝을 하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다음 이미지와 같이 2개의 입력을 설정한 다음, 각각에 대해서 소스 트랙의 오디오 출력을 연결한 뒤('Route audio from track') 녹음을 실시하였다. 

'Number of inputs on this track'의 설정.

성공했을까? 그렇지 않다. 새 오디오 트랙에 녹음된 것은 실제로는 각 입력에 해당하는 두 개의 오디오 클립이었다. 마우스로 드래그를 해 보면 같은 위치에 겹쳐서 존재하는 두 개의 오디오 클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믹스 다운'이 일어난다고 착각하지 말자. 사실은 입력 수에 해당하는 오디오 클립이 하나의 트랙에 기록되는 중이다. 

어제 분명히 여기까지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어찌저찌 원하는 오디오 트랙을 얻기는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방법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방법을 궁리하면서 해당 트랙에 마우스 포인터를 놓은 뒤 Ctrl+ A로 동일 트랙 상의 모든 오디오 클립(2개)을 선택한 다음 merge를 실행하여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어제 최종적으로 성공했던 방법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모르겠다. 


가이드 제34장 - Submix Tracks?

여러 트랙으로 이루어진 submix를 이런 목적으로 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드럼을 녹음할 때에는 예닐곱 대의 마이크로폰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스테레오 버스 형태로 'submix'를 만든 다음 컴프레션이나 EQ 등을 더하게 된다고 한다. Submix는 원본 오디오 트랙을 병합하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에서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트랙처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Submix track이 folder track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아보자.

Submix의 대상은 MIDI 또는 오디오 트랙 전부 가능하다. MIDI 트랙을 서브믹스로 만든 뒤 그 출력을 새 오디오 트랙에 기록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실습을 해 보자. 가상악기의 연주 정보(MIDI)가 담긴 두 개의 트랙을 동시에 선택한 뒤 Track -> 'Pack selected tracks to a Submix track'을 실행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새로 만들어진 서브믹스 트랙 아래에 원본 트랙이 위치하게 되고, 출력은 서브믹스 트랙을 통해서만 나가는 것처럼 표시된다.


자, 그러면 새 오디오 트랙을 생성한 뒤 'submix 1'을 입력으로 지정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마우스를 조작해 보니... 어라, submix 1을 입력으로 지정할 수가 없다. Track Destination Property를 새 트랙으로 지정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Submix는 그런 용도로 쓰는 기능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Submix track을 soloing 상태로 설정하여 WAV 파일로 렌더링한 뒤 다시 Waveform에서 임포트하면 되니까 말이다. 매우 유용한 submix track 관련 기능을 익히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다.

오늘 하루 종일 뭘 한 건지 모르겠다. 동네(광화문 광장 및 그 근처)에서 벌어진 주말 공연을 본 것으로 만족하자.

토리밴드(인스타그램)의 연주. 응원하고 싶은 팀이다.



모노플로(인스타그램)의 공연 모습.



[6LQ8-6П6С SE amplifier 제작] 중국산 6V6 호환 진공관을 주문하다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나의 오디오 자작 취미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6V6 SE 앰플리파이어를 만드는 일이었다.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를 손수 감고, 회로도를 직접 작성하는 등 적지 않은 수고를 들였었다.

출력관의 선택에는 별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구 소련의 6V6GT 호환관인 6П6С(6P6S로도 표기)를 국내에서 한 쌍 구입해 두었으나 가조립 단계에서 배선 실수로 하나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고장난 관은 무신호 시에도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즉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같은 제품을 하나 구입하였으나 이것은 초기 불량인지 며칠 쓰지 않았는데 '틱...틱...틱...'하는 잡음을 내었다. 깨지지 않을 정도로 바닥에 내리친 뒤 꽂으면 몇 시간은 소리가 잘 나다가 또 잡음 발생.

그래서 요즘은 6LQ8 SE 앰플리파이어로 음악을 즐기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출력이 부족함을 느낀다. 6V6을 새로 구입하여 망가진 것을 대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구 소련제 관은 한번 경험해 보았으니, 이번에는 다른 것을 골라보고 싶었다. 잘 알려진 구관은 가격도 비싸고 점점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현재 생산되는 것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다.

가장 간단하게는 국내업체 오디오파트에서 슈광의 6V6GT를 구입하는 것이다. 오늘 확인한 가격은 26,000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직접 구입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오디오파트에서는 나름대로의 품질 관리(검수, 선별,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경우 매칭)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파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6П6С의 알리익스프레스 가격도 슈광 6V6GT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디오파트 진공관이 타 업체 진공관과 다른 이유

1개에 1만원 이하의 것은 없을까? 찾으면 나온다! 중국 국내용으로 6P6P라는 형번으로 팔리던 출력관이 있다(판매자 스토어). 중국·러시아 진공관과 서방 진공관 사이의 호환 정보는 여기('INTERCHANGE CHART OF SOME POPULAR RUSSIAN AND CHINESE TUBES')를 참조하라.

오리지널 포스 박스 특수 유닛, 여명 6p6p 전자 튜브, 직접 세대 난징 6V6GT 튜브. '직접 세대'(direct generatio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유리에 찍힌 문자는 '曙光'(Shuguang)이다. 슈광에서 제조하였으나 튜브 베이스만 금속제(염가형?)로 만들어서 저가 브랜드명으로 팔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문한 진공관은 11월 3일쯤 도착할 예정이다. 6P6P와 6П6С를 서로 다른 채널에 꽂아서 소리를 비교해 보도록 하자. 어차피 계측기 같은 것은 없으니 주관적인 평가로 만족해야 한다. 앰프 만들어서 팔 것도 아니니...

놀랍게도 오디오용 프리미엄급 진공관을 만드는 원주시 소재 국내 회사가 있었다. 기업 소개에 의하면 2018년 설립된 ZeroMountain company에서 Stradi라는 브랜드로 생산 중이라 한다. 저명한 직열 삼극관을 복각 및 개량하여 제조하는데, 내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정도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주요 부품은 수입을 하더라도 정말 국내 공장에서 국내 기술자가 제조하는 진공관이기를 바란다.그리고 국내외 자작인들에게도 호평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2023년 11월 1일 업데이트

10월 21일에 주문한 중국제 6P6P 진공관이 오늘 도착하였다. 모양은 좀 허름하지만 그냥 음악을 듣는 수준으로는 기존에 쓰던 구 소련제 6P6S('6П6С')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6V6GT라고 인쇄된 슈광 제품을 굳이 선택하지 않기를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