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4일 목요일

MAX4410의 시대는 지나갔는가

Fluid Ardule의 I²S DAC(PCM5102A 사용) 출력은 헤드폰을 직접 울리기에 적당하지는 않다. 음원 파일이나 여러 채널의 출력이 동시에 나오는 MIDI 파일 재생에서는 큰 문제가 없으나, 어쿠스틱 피아노 사운드폰트를 걸어놓고 연주할 때에는 약간 빈약한 느낌이다. 16개 채널 중 하나에서만 소리가 나므로 그러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 DAC의 출력은 파워앰프로 보내어 스피커를 울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적당한 헤드폰 앰플리파이어를 쓰는 것이다. 예전에 MAX4410칩을 사용한 헤드폰 앰플리파이어 보드를 몇 개 구입해 둔 일이 있다. 문제는 이를 Fluid Ardule 내에 넣어버릴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전후 패널이 너무 두꺼워서 볼륨 pot의 나사산이 이를 통과하여 나오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SMPS의 자체 노이즈가 딸려 나오는 것이다. 전원이 들어간 SMPS에 가까이 귀를 대면 '삐~뀨~'하는 소리가 난다. DAC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이를 MAX4410 앰플리파이어 보드의 전원으로 공급하면 여지없이 출력단에서 이 소리가 딸려 나온다. 

따라서 별도의 전원을 공급하는 거치형 헤드폰 앰플리파이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존의 보드를 적당한 케이스에 넣고 입출력 단자와 파일럿 LED 등을 달아야 한다. 서투른 DIYer를 가장 힘들게 하는 점은 바로 케이스 가공하기가 아니던가.

차라리 완제품 앰프를 살까? 알리익스프레스를 검색해 보니 MAX97220이라는 칩을 사용한 보드가 대세이다. 3.5mm 스테레오 폰잭이 입력과 출력에 전부 달려 있어고 USB-C 커넥터가 붙어 있어서 작업이 편리한 보드가 눈에 뜨였다. 내가 보유한 MAX4410 보드는 출력용 폰잭만 붙어 있다.

항목 MAX97220 MAX4410
용도 저왜곡 헤드폰 앰프 저전압 헤드폰 앰프
전원 약 2.5–5.5 V 약 1.8–3.6 V 계열*
출력 방식 DirectDrive 계열, ground-referenced DirectDrive 계열
입력 차동 입력 가능 기본적으로 single-ended
출력 능력 비교적 강함 충분하지만 구형 설계
노이즈/왜곡 매우 낮음 양호
PSRR 우수 상대적으로 불리
PCM5102A와 조합 추천 사용 가능
세대 2011년 출시 2000년대 초반 출시

* 시중 MAX4410 모듈이 5–12 V 입력을 지원한다고 표시되어 있다면, 보드에 별도의 전압 레귤레이터가 포함되어 MAX4410의 실제 동작전압으로 낮추어 주는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보드가 그러하다.

성능은 비교적 최근 제품인 MAX97220이 더 나은 것 같다. 구입을 할까? 일단 하나를 주문한 다음, 작업실로 쓰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MAX4410 보드에 케이스와 커넥터를 연결하려고 책상 위에 부품을 늘어 놓고는 거의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에이, 해 보자. 파일럿 LED는 보드의 레귤레이터에 붙여버렸다. Fluid Ardule의 핵심 부품인 라즈베리 파이 3B를 한때 품고 있었던 파랑 알루미늄 케이스의 일부를 사용했다. 사실 사진에서 보인 것은 상판이다. 하판은 라즈베이 3B의 마운팅용 보드가 되어 Fluid Ardule 내에 영구히 머물고 있다.


몇 달 전에 측면 구멍을 넓히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나쁘지 않다! 앰프의 볼륨을 올리니 피아노 소리가 이제야 좀 박력있게 느껴진다. 출력단자에 해당하는 듀폰 커넥터의 접촉이 약간 불량한데, 핀을 살짝 구부리든지 또는 납땜으로 직결을 해 버리면 된다.

이것을 매번 어댑터로 구동하려면 약간 성가시다. 보조배터리를 연결하면 좋을 것 같은데, 케이블 끝의 USB-C 단자에 다음과 같은 보드를 달아서 원하는 전압을 뽑으면 될 것 같다. USB-C 단자에서는 단순히 +5V/GND에서 선을 끌어다가 다른 기기를 구동하면 안 된다. USB-A 시절과 같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ChatGPT의 설명을 들어 보자.

USB-C에서는 CC1/CC2(Configuration Channel) 핀을 통해 전원을 공급하는 쪽(Source)과 받는 쪽(Sink)이 서로 연결 상태와 역할을 확인합니다. 정상적인 USB-C Sink 장치는 CC 핀에 Rd 저항(보통 5.1 kΩ)을 연결하여 “나는 전원을 받는 장치다”라고 Source에 알려줍니다. 이 절차가 성립해야 Source가 VBUS에 5 V를 공급하는 것이 USB-C의 정상적인 동작입니다.

따라서 USB-C 커넥터에서 VBUS와 GND만 납땜해서 빼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단순한 충전기는 우연히 5 V를 계속 내보낼 수도 있지만, 규격을 제대로 따르는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는 Sink가 연결된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여 아예 5 V를 켜지 않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출력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조배터리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CC 협상이 제대로 되어 5 V가 나왔다고 해도, 헤드폰 앰프처럼 소비전력이 매우 작은 장치는 보조배터리가 “부하가 없어졌다”고 판단하여 자동으로 꺼질 수 있습니다. 어제 100 Ω 저항을 달고, 다시 91 Ω을 병렬로 추가했는데도 배터리가 꺼졌던 문제는 이 저부하 자동 차단과 관련된 별개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MAX97220 앰플리파이어 보드는 결국 주문을 취소하였다. 

공작을 한동안 쉬면 감각이 줄어서 질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 어제 업무 스트레스를 삭이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납땜인두를 들었다가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었다. 온갖 부품과 잡동사니를 다 치워 버리고 더 이상 DIY를 하지 말까 생각도 했었다. 욕심을 버리고 차분한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DIY 프로젝트는 KORG X2 Music Workstation의 망가진 2DD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대체할 에뮬레이터를 달아 보는 것. 이렇게 하면 USB 매체를 이용해서 X2와 PC 사이의 양방향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현재는 SysEx를 이용한 느린 덤프만 겨우 가능한 상태이다. PCG 파일의 역엔지니어링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플로피 에뮬레이터가 제대로 설치만 되면 X2를 Ardule 생태계에 편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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