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7일 화요일

뜻하지 않은 부상의 뒷이야기[4]

부상을 입은 지 3주 반이 지나는 날이었던 어제, 두 번째 외래 진료를 위해 S대 병원 정형외과를 방문하였다. 최초의 외래 방문 후 3주째였다. 먼저 X-ray 촬영을 하러 영상의학과로 향하는데 말끔히 차려 입은 한 노신사가 접근하더니 혹시 다쳐서 병원에 왔느냐고 묻는다. 허, 이 양반이 어디서 약을 팔려고 이래... 필요 없으니 됐다고 하고 외면하였다.

병원 주변에는 환자 및 가족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주에 MRI를 찍은 뒤 귀가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가니 '○○암 경험자 20분만 상담하면 3만원 지급'이라는 광고문이 가로수마다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아마 상담을 마치면 3만원보다 족히 수십 배는 비싼 건강식품 구매 계약서가 들려 있을 것이다.

X-ray 소견으로는 상완골 대결절의 골절이 잘 치유되고 있다고 하였다. 상체를 약간 기울이고 상완골을 어깨쪽에서 내려다보면서 찍은 영상을 보면 마치 마른 장작 단면을 도끼로 내려친 것처럼 몇 갈래로 쪼개진 흔적과 함께 골 유합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선명하였다. 이는 전면에서 찍은 사진을 봐서는 알기 힘든 모습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 부상은 꽤 심각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피하고 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3주가 넘게 보조기를 착용하고 불편한 생활을 하다가 '전위가 더 심해졌네요. 수술을 해야 되겠습니다.'라는 판정을 받으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사실 지난 3주간 이 걱정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보냈었다. 어떤 골절이든 수술을 하려면 다친 뒤 2주 내에 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도  있다.

만약 다친 직후에 수술을 받았다면 회복이 더 빨랐을까? 부러진 뼈를 일단 물리적으로 고정해 놓았으니 더 빠른 시기에 재활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빠른 직장 복귀를 위해서도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대한골절학회지 2008년, 상완부 간부 골절: 금속판 고정술). 수술을 하게 되면 근 분리(뼈에서 힘살을 발라내는?)가 필요하고 신경 손상 등 위험 요소도 많다. 상완골 근위부 골절의 수술적 치료에 쓰이는 세 가지 고정 방법 - 비관혈적 정복 및 경피적 핀 고정술, 이분굴곡날 금속판 및 강선 장력대 고정술, 잠김 압박 금속판 고정술 - 을 비교한 논문을 소개해 둔다(대한정형학회지 2011, 전위된 상완골 근위부 이, 삼분 골절에서 세 가지 고정술 간의 비교). 53건의 증례에 대한 평균 연령은 55.3세(18-88). 내 나이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수술 후 빠르게는 1주 이내에 견관절의 수동적 운동을 시작하였다고 하니, 보존적 치료에 비해서 더 빠르게 재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비용이나 플레이트/핀 등을 빼기 위한 재수술의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것이 백 번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뼈가 여러 조각이 나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담당 의사는 보조기를 찬 상태에서 관절이 굳지 않도록 조금씩 가동 범위를 넓혀 나가는 연습을 해 나가고, 3주 뒤에 다시 내원하라고 하였다. 다만 어깨를 갑자기 확 움직이거나 멈추는 것은 큰 부담을 주니 금지하라고 지시하였다. 어깨근육의 쓰임에 대해서는 효환샘 맨몸 운동 방법에 잘 설명되어 있다.

근위 상완골 골절의 치료에서 팔을 오랫동안 고정하는 것은 큰 이득이 없고, 최근에는 조기에 관절 범위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것이 기능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완전한 골유합(synostosis)에는 팔 뼈의 경우 8~12주가 걸린다. 이 동안에는 관절이 굳지 않도록 조금씩 움직이는 정도로만 수동적 운동을 하고, 약해진 근육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것은 그 다음에나 가능할 것이다. 다치기 전에는 팔굽혀펴기를 한 번에 30회 정도 할 수 있었는데 그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내년 여름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근무지에 내기 위해서 지난 10월 13일에 S대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를 다시 살펴 보았다. 갈비뼈가 3개 부러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소견서에는 4개라고 적혀 있었다.

@ X-ray: Rt. humeral head fracture, Rt. 7~10th rib fracture

아직 오른쪽 옆구리가 아프지만 초기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 약은 추가로 처방 받지 않았다.

X-ray 촬영을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날, 영상 자료를 CD-ROM으로 받아 와서 골절의 치유 과정을 내 눈으로 다시 확인하고 싶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