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6일 토요일

브리츠 BR-1800 Classic 스피커에 파일럿 램프를 달다

당장 폐가전제품 수거통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고물 액티브 스피커에 너무 정성을 들이는 것은 아닐까. 가벼우면서도 출력이 높고(대부분 Class D일 것이므로) 블루투스까지 연결되는 현대적인 PC용 스피커를 몇 만원만 주면 살 수 있는 요즘에 2005년 11월 제조일자가 찍힌 구형 스피커를 부품까지 바꾸어 가면서 쓰는 정성이란...

이 액티브 스피커는 전원이 들어왔는지 표시해 주는 파일럿 램프가 없다. 손가락으로 더듬어서 뒷면에 위치한 스위치를 확실히 내리는 것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시각적으로 작동 상태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하여 파일럿 램프를 달아 주기로 하였다. 이틀 전 MAX4410 헤드폰 앰프에 케이스를 달면서 LED 파일럿을 달아 주었던 일(링크)이 '자작심(心)'을 자극한 것일게다.

이는 아날로그 아날로그 리니어 파워 앰프 IC인 LM1875T를 써서 Class AB로 동작한다. 무거운 전원 트랜스포머가 들어 있고, 으며, 18-0-18V AC를 정류·평활하여 대략 ±24 V의 DC 전원을 앰프 회로에 공급하는 전형적인 구성이다.

LM1875T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른바 ‘게인클론(Gainclone)’ 계열의 리니어 파워 앰프 IC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면 원조 게인클론에 사용된 칩은 아니지만, LM1875를 비롯하여 LM3875, LM3886 같은 칩 하나로 간결한 Class AB 파워 앰프를 만드는 방식은 한때 오디오 DIY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이제는 작고 가볍고 효율까지 높은 Class D 앰프가 그 자리를 거의 차지해 버렸다. 무거운 전원 트랜스포머까지 품고 있는 이 BR-1800 Classic은 그런 의미에서도 제법 옛날 물건이 되었다.

전원 레일 한쪽에 저항과 LED를 달면 파일럿 램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저항값을 계산하기가 귀찮다. 부품통에 샤시용 네온램프(AC 220V 연결용)가 하나쯤 남아 있을텐데... 찾았다! 뒷면 패널 아래쪽 전원스위치와 왼쪽 스피커 출력선을 연결하는 RCA 단자 중간 부분에 적당히 구멍을 뚫고 램프를 고정하였다. 



LED를 썼다면 저항을 적당히 조합하여 더 밝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기기 뒷면에 있으니 밝은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겠지만 손이 덜 가는 방법을 택했다. 납땜조차 하지 않은 채 압착 커넥터로 아주 간단하게 처리하였다.

새로 산다면 4인치 우퍼를 장착한 에디파이어 MR4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가끔 음악 작업도 하니 조금 사치를 부려 전문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제네렉 8020D 한 조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도 나는 BR-1800 Classic을 버리지 않고 또 케이스에 구멍을 뚫어 작은 네온램프 하나를 달았다. 소리가 더 좋아진 것도 아니고 수명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그저 전원이 들어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몇 만원이면 새 스피커를 살 수 있는 시대에 이런 수고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일 리는 없다. 그래도 멀쩡히 소리가 나는 오래된 물건에 작은 불 하나를 밝혀 주는 일은 제법 즐겁다. 아마 그래서 아직도 이런 짓을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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