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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비타민 C 메가도스 요법의 선도자로 알려진 이왕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에 따르면 달리기를 하기 두어 시간 전에 비타민 C를 섭취하여 혈중 농도를 충분히 높인 다음 운동을 해야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달리기를 하면 호흡과 혈류량이 많아지고, 근육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에너지 대사가 일어난다. Aerobic respiration, 즉 미토콘드리아에서 전자전달계를 돌리면서 영양물질로부터 뽑아낸 전자를 최종 수용체인 산소로 보내게 된다. 필연적으로 superoxide, hydroxyl radical 및 과산화수와 같은 해로운 부산물('활성산소')이 생기고, 이는 몸에 부담을 준다. 항산화제인 비타민 C는 이러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를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비타민은 수용성이라서 6시간 정도면 소변으로 대부분 빠져나간다. 따라서 운동 전에 미리 먹거나, 또는 매 끼니 때마다 먹어서 항상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만들자는 것이 요지이다.
성인의 1일 비타민 C 권장 섭취량은 고장 100 mg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일반적으로 팔리는 비타민 C 정제는 최소 한 알에 1 g은 된다. 하루 200 mg 이상 먹는 경우 흡수율은 낮아진다고 한다. '메가도스' 요법은 이보다 10배에서 200배 더 많은 양을 먹거나 주사로 맞는 방법을 뜻한다. 이 교수는 비타민 C를 먹은 이후로 심지어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는 일도 없어졌다고 하는데, 이것이 정말 비타민 C의 효과인지는 제대로 설계한 임상 실험을 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운동을 통해 활성산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스스로 극복하는 기구를 작동시키게 된다. 바로 SOD(superoxide dismutase)의 발현량을 스스로 높이는 것이다. 만약 비타민 C를 일부러 먹게 된다면, 우리 몸은 스스로 활성산소를 방어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이를 소개한 기사(2008년 약업신문 링크)에 따르면 지구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하는 동안 비타민 C를 섭취한 경우 운동적응력이 향상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비타민 C를 먹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크게 늘어나고 이동 거리도 더 길어졌으나, 비타민 C 투여군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의 해석은 운동이 체내의 항산화 효소 발생을 촉진하여 적응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지만, 비타민 C는 이를 오히려 저해한 것으로 보았다.
이 연구는 2008년에 발표된 것이라서 그 후에 이를 더 지지하거나 혹은 반대 입장의 연구 결과가 나왔는지는 알기 어렵다. PubMed를 둘러 보아도 눈에 뜨이는 논문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Current Sports Medicine Reports라는 학술지에 실린 2023년 논문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Vitamin C supplementation and athletic performance: a review
ChatGPT에게 초록을 번역해 보라고 시켰다.
이 논문은 지난 10년간의 연구를 검토하여 비타민 C가 운동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14개의 무작위 대조군 시험(RCT)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연구에서 비타민 C는 비타민 E와 함께 사용되었으며, 근육 손상 감소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연구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연구는 고용량 비타민 C 보충제가 근육 손상, 운동 성과, 근육 통증 또는 훈련 적응에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엥? 그렇다면 일상 생활에 필요한 분량 이상의 비타민 C를, 그것도 어쩌면 음식을 통해 이미 충분한 양을 섭취하고 있는지도 모를 비타민 C를 달리기 때문에 먹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 되겠다. 이 논문의 본문에서는 활성산소가 운동에 대한 적응 과정(mitochondrial biogenesis, induction of endogenous antioxidant defense and muscle hypertrophy)을 개시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비타민 C 섭취를 통해 이를 저해하는 것은 오히려 운동능력 향상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마치 장갑을 끼고 노동을 하면서 손에 굳은 살이 박히기를 희망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비타민 C 메가도스 요법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개인의 경험이나 '믿음'에 더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어제 5 km를 달리면서 목표 거리의 거의 절반에 이를 때까지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5분 정도 '파워 워킹'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첫 1.5 km 정도를 뛸 때에는 몸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처럼 매우 어렵다. 이는 단거리를 달리면서 겪게 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하겠다. 만약 내가 15분 정도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뛰는 내내 힘만 들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번에 30분 정도를 뛰는 것이 나은 것 같다. 목표의 절반 정도를 지나면 몸이 편안해지면서 '오늘도 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 정에 1 g짜리 비타민 C를 어제 구입해 놓았는데... 그냥 플라시보라 생각하고 뛰는 날에만 하나씩 먹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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