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월 9일이다.
봄이 더디게 오면서 예년보다 매우 늦게 벚꽃이 피었다. 아내와 함께 주말에 들른 KAIST는 벚꽃을 즐기러 온 인파로 유원지를 방불케 하였다. 태울관 퀴즈노스에서 주문한 간식거리가 나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리면서, 외부인으로서 무분별한 방문을 하여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졸업생에게는 출입을 조금 자유롭게 해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시절에는 정문에서 출입 자체를 차단당했었으니 말이다. 약간의 연간 회비를 지불하면서 출입 제한을 조금 풀어주는 졸업생용 신용카드 겸용 멤버십 카드 같은 것을 만들어 주면 안될까?
고 이정오 학장(1932~2007)께서 수백 그루의 벚나무를 황량한 KAIST에 심도록 하신 것이 벌써 30년도 훨씬 넘은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원장으로 재임하던 기간은 1986년부터 1988년까지. 학장(현재는 총장)으로 일하시던 당시에 심은 것인지, 혹은 물러나신 뒤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04년 2월 25일 KAIST 신문에 실린 기사를 캡쳐해 보았다.
자료 출처: 링크 |
이 기사가 실린 꼭 20년 전에 나는 순수하고 철없는(?) 계약직 선임연구원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입사 2년차의 봄을 맞고 있을 때이다. 아마도 Hahella chejuensis의 유전체 해독을 하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24년 4월의 첫 며칠은 PacBio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개최한 학술행사인 Population Genetic Forum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권을 살펴보니 마지막으로 다녀온 국외 여행 - 공무 및 사적인 것을 전부 포함하여 - 은 2018년이었다.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2차 Lake Arrowhead Microbial Genomics Conference(LAMG)에 포스터 발표를 위해 다녀왔었다.
최근 수년 동안은 외부 파견 근무를 많이 다녀오는 바람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술대회를 다니지 못하여 많은 목마름이 있었다. 국외 출장지에서 모처럼 공부도 많이 하였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던 태국(첫 방문)에 대해서 좋은 인상도 많이 남겼다.
이것은 가네샤? |
이것이 SMRT cell이다! |
PacBio의 Revio. |
PacBio 공동 설립자인 Jonas Korlach와 전산생물학 분야 부사장 Michael Eberle. |
평생 먹어 본 과일 주스 중 이보다 달고 시원한 것은 없었다. 너무나 더웠기 때문이리라. |
2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나는 어떻게 변했나? 주름도 많이 늘고 노안이 심해졌으며, 머리에도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어깨에 지워지는 책임과 부담감은 점점 늘어나는데 머릿속 총명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사람은 이렇게 익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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