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1일 일요일

생활 주변에 스며든 인공지능 서비스 - 이제는 피하기 어렵다

우연한 기회에 (주)켈라웨이브의 김은연 이사가 진행하는 온라인 워크숍 "ChatGPT를 활용한 언어 생성 기술의 이해 및 실제 적용 사례 분석"에 참여하게 되었다. 개최 시각은 토요일 아침이라서 집에서 Zoom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Wi-Fi 접속이 너무 불량하여 오디오 전송 상태가 나빠지다가 접속이 끊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어 전달되는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집 인터넷의 문제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 쓰는 이 글도 노트북 컴퓨터를 공유기에 유선으로 접속하여 작성하는 중이다. 앞으로 집에서는 이더넷 케이블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전부 치워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OpenAI가 개발한 ChatGPT 무료 버전을 크롬 익스텐션(확장 프로그램)으로 설치하여 잠시 써 본 일은 있었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정리된 답을 얻는 정도로 체험을 하면서 꽤 흥미롭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미 유료 버전을 쓰는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영문을 작성하거나 이를 국문으로 번역하는 성능에서는 구글 번역보다 훨씬 낫다고 하였다. 

지금은 크롬 웹 스토어 검색창에 'ChatGPT'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너무나 많은 확장 프로그램이 나와서 도대체 뭘 설치해야 좋을지 어리둥절할 정도가 되었다. 오랜만에 OpenAI 웹사이트에 직접 로그인해 보니 텍스트로부터 비디오를 생성하는 Sora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광고하고 있었다. 이것이 더욱 발전하면 상세한 시나리오를 입력하여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강좌를 통해서 AIPRM, Google Gemini, Google Colab 등의 서비스를 접하면서 내가 잠깐 체험했었던 간단한 대화식 인공지능을 이제는 훨씬 뛰어넘는 기술이 주변에 즐비함을 깨닫게 되었다. 파워포인트 요약본(명령을 내리면 보다 상세한 내용을 써 내려갈 수도 있다), 시험문제 제출(모범답안 및 배점 가이드까지), 이미지 생성은 물론, 예전 '심심이'와 같은 기계와의 대화를 직접 구현할 수 있었다. 이는 Google Colab(hosted Jupyter Notebook)으로서 기계학습 관련 라이브러리를 설치하여 코딩을 하듯이 구현하면 된다. 선생님 혹은 교수님들의 숙제 검사가 한층 힘들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내 크롬 브라우저에서 설치된 확장 프로그램을 내려 보니 '구글의 채팅GPT 플러스'가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은 'AIPRM for ChatGPT'를 추가 설치하였다. 이 확장 프로그램은 선별된 프롬프트 템플릿 및 고급 기능을 추가해 준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컴퓨터 화면 한쪽 끝 트레이에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Copilot 아이콘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PRE'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은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 같았다. 저 아이콘을 본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원래 'Bing' 어쩌고 하는 대화형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던 곳이 아니었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이 무엇인지 검색을 해 보니 Bing 채팅이 2023년 12월 1일에 리브랜딩된 것이라고 한다. 이를 클릭하여 창을 열고 ChatGPT가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흠, 제법인걸. 사실 구글 검색창에 뭔가를 입력하여 관련 웹문서를 찾아내는 방식으로는 내가 궁금해하는 낱말의 정확한 설명을 찾기가 어렵다.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하여 대답하는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 Copilot의 설명에 의하면 수많은 파라미터를 가진 인공 신경망으로 구성된 언어 모델) 서비스가 전통적인 키워드 검색보다 만족스런 대답을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웹브라우저와 OS라는 자신의 제품 영역 내에서 소비자를 더 오랫동안 붙들어 두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Copilot에게 직접 정체를 물어 보았다.

Microsoft Copilot은 기존의 빙 챗 (Bing Chat) AI 챗봇을 기반으로 하는 챗봇, 가상 비서 및 생산성 도구입니다. AI를 사용하여 질문에 답변하고, 이메일 요약하거나 프레젠테이션 초안 작성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Microsoft 365 앱에서도 Copilot을 활용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용과 개인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 기반 챗봇 서비스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ChatGPT의 경우 2022년까지의 데이터로 학습을 했다는 것, 가끔은 거짓말을 한다는 것 등.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주는 결과물의 저작권에 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물론 이들이 데이터를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무료로(무단으로?) 가져다가 학습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실존 인물에 대한 가짜 뉴스 또는 가짜 이미지는 이미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Copilot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멋진 여자 기타리스트를 그려 줘'라고 주문을 하였더니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음과 같이 1024 x 1024 픽셀의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 내었다.

프렛 포지션 마크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

피크가 없네? 손가락으로 뜯을 수도 있는 거니까...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꾸어 보았다. '피크를 쥐고 검정색 깁슨 레스폴 커스텀 스타일의 전기 기타를 연주하는 멋진 흑인 여성 기타리스트의 그림을 그려 줘'라고... 생성된 이미지 중 내가 의도한 것과 가장 가까운 것을 골랐다.

그러나 이런 왼손 손톱으로는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왼손 손가락의 모습도 부정확하다.

정상적인 기타 연주자의 손톱 모양이 나오도록 몇 차례 질문을 구체적으로 바꾸어서 올려 보았지만 100% 만족할 수준의 이미지는 나오지 않았다. 생성형 AI가 사람의 손을 정확하게 그려내지 못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내가 시도하여 그린 기타리스트 이미지 중에서는 엄지손가락의 안쪽에 손톱이 붙어 있는 것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음 요청 사항은 '멋진 한국인 남자 기타리스트'이다.

훌륭한데? 앨범 자켓으로 써도 충분할 수준이다. 왼쪽 뒤에 세워진 악기는 첼로 같은데 줄감개가 5개! 드물지만 5현 첼로도 있다고 한다.


이런 요청을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GPU는 돌고 있을 것이며, 전력도 소모할 것이다. 인터넷 저편으로 날리는 엔터 한 번이라는 행위가 A4 용지 서너 장에 연필로 줄만 죽 긋고 구겨서 버리는 행위와 같은 수준으로 자원을 소모한다면(실제로 계산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자제하게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림을 그려주는 DALL E-3은 역시 OpenAI의 생성형 AI 서비스이다. 원래 유료 버전($20/월)인 ChatGPT-4에서 사용 가능한데,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따라서 지금은 Copilot)에서 사용 가능한 것이다. 약간의 기능 제한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Copilot이 ChatGPT보다 편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찾은 장점이 하나 더 있다. Copilot은 검색을 통해서 최신 정보를 찾아주는 것까지 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Copilot에게 보스톤의 현재 기온을 섭씨로 알려달라고 물으면 충실하게 답변을 제공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ChatGPT(3.5)는 그렇지 못하다.

Sure! To find out today's weather in New York City in Celsius, you can check a reliable weather website or app. As of now, I don't have real-time access to current weather data. You might want to try checking websites like Weather.com, AccuWeather, or the National Weather Service for the most accurate and up-to-date information.

앞으로 '인간의 힘으로 공들여' 만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은 이렇게 AI가 만든 논리정연한 내용과 화려한 그림에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아직도 스마트폰/스마트워치를 안 쓰세요?
  • 아직도 카카오톡을 안 쓰신다구요?
  • 아직도 종이 통장을 쓰세요?
  • 아직도 파워포인트에서 도형을 그리세요?
  • 아직도 손으로 글씨를 쓰세요?
  • 아직도 손으로 타이핑을 하신다구요?
  • 아직도 AI 서비스 구독을 안 하신다구요?
  • ...
  • 아직도 직접 요리를 하세요?

이러다가 '아직도 직접 숨을 쉬세요?'라고 묻는 시대가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미처 깨닫지도 못한 사이에 미래는 이미 우리 주변에 와 있다. 그저 재미있고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던 기술을 이제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나 눈 앞의 이득에 대해서는 늘 철학적 고민이나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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