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요일

연습실 또는 노래방 만들기

하나 둘 사서 모은 음향장비를 차에 싣고 출근하여 내가 근무하는 건물 지하 1층에 설치하였다. 가장 마지막에 구입한 것은 오늘 아침 배송된 카날스의 T자형 마이크 스탠드. 따져보니 두 종류의 스탠드(마이크와 스피커)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고품을 구입한 것이다.


블루투스 수신기를 믹서에 연결해 놓았기에 누구든 휴대폰을 연결하여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이크만 잡으면 바로 노래방이 된다.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같이 인쇄해 놓은 QR 코드를 찍으면 별도의 위키 문서로 작성한 상세한 기기 사용법(링크)으로 연결된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찾아온 동료들과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문어발처럼 케이블이 복잡하게 연결된 믹서를 일반인이 접할 일은 별로 없다. 나도 익숙해 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을 잘 알기에, 되도록 간단하게 사용법을 기술하려고 노력하였다. 아날로그 믹서 + 파워앰프의 조합보다 더 단순한 장비가 많다. 휴대용 앰프가 그렇고, 오디오 인터페이스 역시 그렇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이런 고전적인 장비를 통해 정말 배우는 것이 많다.

욕심을 부리자면 지금 보유한 장비에 대해서 아쉬운 점도 많다. 특히 믹서의 경우 채널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balanced output을 지원했으면 좋겠고(파워앰프에서 balanced input을 지원하므로), PFL(pre-fader listen) 버튼이나 이펙터가 내장되어 있으면 좋겠고... 그런 믹서는 아마 Behringer의 10채널 미만 믹서에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쓰는 장비는 아마추어를 위한 것이니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도록 하자.

5월 중순에 간단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주말에는 선정된 곡을 분석하고 개인 연습을 좀 해야 되겠다. 악기는 2-3인이 연주하고 나머지는 backing track으로 채우는 방식의 공연을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공연할 곡을 찾아서 녹음한 다음 각 악기별로 분리하는 작업을 시도해 보는 중인데, 의외로 AI 기반의 무료 서비스가 놀라운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해 주고 있다. 내가 요즘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내에서 개발한 GAUDIO STUDIO라는 것이다. 처리 품질도 매우 만족스럽고, 다른 사람에게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링크도 제공한다. 웹 인터페이스에서 각 악기 기준으로 솔로 및 뮤트를 설정하여 재생도 할 수 있다.

Gaudio Studio가 음악을 처리한 뒤의 화면. 그 자체가 플레이어이다.


이런 작업을 최근 며칠 동안 하면서 스템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알게 되었다. DAW에서 말하는 트랙과 유사하지만 유사한 악기 단위로 묶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스템은 이러한 방식으로 제공되는 음악 파일의 포맷이기도 하다. Native Instruments의 설명(링크)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이를 다루기 위한 전용 컨트롤러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A Stem file is an open, multi-channel audio file that contains a track split into four musical elements – bass, drums, vocals, and melody for example. With each element available independently, you can mix in ways that just weren’t possible until now.

참 놀라운 세상이다. 음악을 만들기에 정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였다. 그만큼 창작은 더 쉬워진 것일까, 혹은 어려워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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