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국밥, 존슨부대찌개, 뉴욕 닭발, 뉴욕 떡볶이, 런던 베이글 뮤지엄...
각각의 음식이 유래한 곳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명(또는 이름)을 이어 붙여서 사람의 눈길을 끌게 만든다. 친근한 '엉클'이 국밥을 말아 줄 수는 있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닭발집이 뉴욕에서 영감을 얻었을 리는 없다. 베이글도 원래 북미 동부 지역의 유대인들이 만들어 먹던 빵인데, 웬일인지 북촌에서는 돌아가신 영국 여왕이 베이글집 광고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달에 출국한 딸 아이는 뉴욕 퀸스 자치구의 우드사이드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첫 달은 브루클린의 Vernon Ave.에 있는 에어BnB에서 지내면서 맨해튼의 회사로 출퇴근을 하다가, 나머지 1년을 보낼 집을 직접 알아보고 힘들여 이사까지 하였다고 한다. 필요한 물건을 사느라 아마존을 많이 이용했는데,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 물건을 받기가 힘들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계좌를 개설하고 휴대폰을 개통하는 등 외국인으로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느라 비싼 수업료를 내 가면서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딸 아이의 표현에 의하면 '뉴욕에서는 숨만 쉬어도 돈이 들 지경'이라고 하였다.
딸 아이는 대학 4년을 따로 나가 살면서 요리를 하는 실력이 제법 늘었다. 다른 젊은이들처럼 바쁠 때에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도 있지만, 비싸지는 않더라도 식기류와 조리도구 및 양념과 향신료 등을 직접 구비하여 야무지게 요리를 잘 해 먹는다. 우드사이드에는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아시아 식료품을 파는 곳이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고 하였다. 마침 싼 가격에 파는 닭발을 발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이를 사다가 요리를 했다고 한다. 냄비에 밥을 하여 다음날 도시락까지 직접 싸면서... 이것이야말로 참된 '뉴욕 닭발'이 아닌가?
딸 아이가 닭발을 매우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뉴욕까지 가서 생활비를 아끼려고 싼 식재료를 찾아서 점심 도시락까지 해결하는 것을 보면 부모로서 측은한 생각이 든다. 현지 시간으로 매일 밤마다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아내와 수다를 떨면서 혼자 외국에서 생활하는데 따르는 어려움과 외로움을 한바탕 늘어놓는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이렇게 부모와 전화를 자주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전화기로 종알종알 쏟아내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부모가 너무나 먼 곳에 있어서 단숨에 달려가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국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참다운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웹툰 회사에서 열심히 스토리를 쓰고 콘티를 그리면서 끊임 없이 기획서를 내던 아들에게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Copilot에게 뉴욕을 배경으로 닭발 요리를 그려 보라고 시켰더니 별로 먹음직스럽지 아니한 닭발 샐러드를 만들어 놓았다. 아직 외산 인공지능은 한국 스타일의 닭발 요리를 그림으로 재현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브루클린 다리는 중간에서 끊어져 있어서 부득이하게 그림의 왼쪽은 잘라버려야 했다.
Copilot에게 뉴욕을 배경으로 닭발 요리를 그려 보라고 시켰다. 결과물은 좀 기괴하다. |
그래서 진정한 한국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우리의 생활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학습을 해야 될 것이다. 외산 인공지능은 분명히 그러한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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