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국내에 큰 화제를 몰고 들어올 당시,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국내 가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텐데, 왜 이런 외국 회사의 물건이 들어와야 하지? 완제품으로 배송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가 직접 힘들게 사들고 와서 내 손으로 조립까지 해야 하다니!
비슷한 이유를 스타벅스에 대해서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데 있어서 새로울 것이 뭐가 더 있을까? 물론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로부스타 품종을 원료로 만들어진 인스턴트 커피만 마시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현실은 내가 당연하다고 또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케아나 스타벅스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알아본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와서 직접 가져가세요. 그리고 직접 만드세요.'
돈을 주고 완벽하게 만들어진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만드는 경험'을 사는 시대이다. 만드는 공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제품을 판다면 더 싸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립하는 경험을 추가로 판다고 하면 더 비싸게 팔 이유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케아는 성공을 한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 이케아 매장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집 근처에 이케아 매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기가 있어서 남들이 다 가는 곳에 줄지어 들어가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첫 이케아 제품도 당근마켓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Knopparp라는 2인용 소파인데(뭔 가구에 이름을 다 붙이다니), 중고나 신품이 아직 활발히 팔리고 있지만 이케아 한국어 웹사이트에는 나오질 않는다. 대신 영문 웹사이트에서 제품 정보를 찾았다(링크). 가볍고 적은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락한 소파로서, Nike Karlsson이 설계했다고 한다. 중고를 입수하였기에 조립을 위한 수고는 하지 않았다.
소파에 대한 고정 관념은 조립이 불가능한 가구, 그리고 푹신한 충전재를 채운 가구(따라서 대단히 무거울 수밖에 없는)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분명 크노파르프는 혁신적인 가구라고 볼 수 있다. 조립된 상태라 승용차에 실을 수가 없어서 핸드카드에 싣고 오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무게가 매우 가벼웠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내의 당근마켓 검색 능력은 나날이 발전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 있다면 그게 혁신이다. 반드시 첨단 기술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사물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 가구? 조명이 달린 가구가 아니라면, 전원을 넣어서 작동하는 가구는 어색하다. 전자제품 매장에 갔다가 약간의 농담을 보태서 비행기 조종석만큼이나 즐비하게 터치버튼이 달린 전기밥솥을 보고 기겁을 한 일이 있다. 우리 부부는 요즘 가스불에 냄비를 올려서 밥을 짓는다. 파견지 숙소로 이사를 오면서 전기밥솥의 파워 케이블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것이 최고다!
우리나라 제조사에서 좀 더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으면 좋겠다. 첨단 기술이 꼭 필요한 물건 말고 생활 밀착형 물건에서 그러하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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