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3일 토요일

에펠 의자 보수하기 - 육각 볼트와 와셔를 구하자!

TV 받침대, 책상, 서랍장, 그리고 의자까지 파견 근무지 숙소에서 사용할 가구 전부를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구하게 되었다. 당근마켓을 눈이 빠지게 들여다 본 아내의 수고 덕분이었다.


특히 의자는 가벼우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보통 사무용 테이블에 딸린 의자라면 바퀴가 달리고 목받침과 팔걸이가 있게 마련이다. 사무용 의자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보다도 높낮이 조절 기능인데, 식탁이나 카페 등에서 쓰기 위해 만든 의자에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

이마트리테일에서 수입한 이 의자는 '에펠 체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나무 다리를 철제 부속으로 연결한 구조가 마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에펠 체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물건 중에는 철제 부속이 없는 버전도 있다. 나무 다리로 된 의자에서 에펠탑을 연상할 수는 없다. 도대체 에펠 체어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영문으로 검색을 해 보았더니...

Why the Eiffel Dining Chair Will Never Go Out of Style(에펠 다이닝 체어가 유행을 타지 않는 이유)

본문을 조금 인용해 본다면,

The Eiffel chair, also called the Eames chair or the Eames Eiffel chair, is an iconic chic dining chair with wood legs that has been in homes since it was designed in the late 40s and there’s no end in sight. Part of its popularity stems from its stylish simplicity and dynamic range of hues. It’s historic, versatile and looks great in any room, and that’s why ladies and gentleman the Eiffel dining chair will never go out of style. Period.


아, 그렇구나... 1940년대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 받는 식탁용 의자였던 것이다. 

에펠 의자의 풀어진 볼트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의자 하나의 볼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발견하였다. M6 규격의 렌치 볼트인데 머리가 유난히 크다. The signature "Eiffel Tower" wire base라는 문구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의자를 보고 에펠탑을 연상했던 것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것임을 알았다.




흔히 접하는 렌치볼트 머리의 직경은 10mm인데 이것은 무려 12.3mm나 되었다. 와셔의 외경은 18mm였다. 의자 다리 끝부분에 달린 ㄱ자 모양의 철판에 난 폭 10mm 구멍을 관통하여 의자의 본체와 연결해야 하므로 이런 흔치 않은 규격의 볼트를 쓴 것 같다.

이렇게 머리가 유난히 펑퍼짐한 렌치볼트를 어떤 이름으로 찾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둥근머리 렌치볼트를 쓰면 적당할 것 같다. (육각 홀 있는) 버튼볼트라고도 한다.

흠... 규격표를 보니 M6 둥근머리 렌치볼트라고 해서 특별히 머리 부분의 직경이 월등히 큰 것도 아니었다. 볼트가 문제인 것이 아니고 중간에 삽입할 와셔를 잘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머리 직경이 충분히 크면 와셔 없이 체결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펠 의자에 쓰인 와셔의 외경은 18mm로 꽤 크지만 구하기 어렵지는 않다. 쿠팡 등에서 볼트와 와셔 등을 소량 판매하는 곳이 많으니 구입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늘 글을 쓰면서 가구 등 서구화된 생활 주변 물건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일에 대해서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소파와 카우치 같이 거의 같은 가구를 일컫는 말이지만 나라에 따라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있다. 충분히 우리말로 불러도 되는데 굳이 영어식 표현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복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까? 우리 고유의 색깔 이름은 다 어디로 가고, '네이비 블루'에 '아쿠아마린'이어야 하는가? '바지'는 다 어디로 가고 '팬츠'와 '슬랙스'만 남았는가?

어떠한 물건에 잘못된 이름이 붙었는데, 이를 정확히 고치려는 노력을 대중이 하지 않고 그냥 굳어져 버린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 제대로 된 역사를 알자는 의미에서 너무 참견을 한다면 '꼰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래서 소심한 나는 블로그에다가 열심히 글을 올리는 정도의 수준에서 그치고 싶다. 

다보탑이나 석가탑을 모습을 본뜬 의자가 나온다면 '다보 의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2022년 9월 4일 업데이트

위에서는 에펠 의자라고 하였지만 최초 설계자의 이름을 따서 임스(Eames, 부부 가구 디자이너인 Charles & Ray Eames) 의자라고도 부른다. 합판을 삼차원으로 굽히는 성형 기술을 이용하여 의자 디자인의 혁신을 이룬 것 같다. 빈티지 임스 의자를 수리하는 사람에 대한 글을 보게 되어 소개한다.

심지어 임스 디자인 가구의 팬을 자처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eames.com이 생겨났다고 한다. 하나의 가구 디자인이 수십 년 동안이나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면 그것 역시 값진 인류의 유산이 아니겠는가?


2022년 9월 6일 업데이트

버튼볼트가 예상 배송일보다 하루 일찍 도착하였다. 같은 M6 볼트이지만 일반적인 렌치볼트에 비해서 렌치가 들어가는 구멍이 작았다. 와셔도 생각보다 얇아서 두 장을 포개어 넣었다.

수리가 완료된 상태(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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