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4일 일요일

조각가 문신(1922-1995) 작품전 - 우주를 향하여

2022년 미술주간은 9월 1일부터 11일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전국의 미술관에서는 무료 또는 입장료 할인이 되어 부담 없이 미술 관람을 즐길 수 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에 접어들어 비가 오락가락하던 오늘 오후, 아내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MMCA) 덕수궁관을 찾았다. 분수대와 미술관 사이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처음 보는 조각상이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조각가 문신의 작품전 우주를 향하여」가 열리는 중이었다. 




사실 나는 문신이란 예술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박과사전(링크)에 의하면 일제 강점기 때에 일본에서 수학하면서 유화를 그리는 화가로 출발하여 1961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추상 회화를 그렸고, 나무를 이용한 조형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965년 일시 귀국했다가 2년 뒤 다시 도불하여 독자적인 조각을 하게 되었고, 1980년에 영구 귀국하여 마산에 정착한 뒤 대형 조각을 열정적으로 제작하였다. 마산(현 통합 창원시)에는 그가 직접 공들여 건립한 창원시립문신미술관이 있다. 14년 동안의 건립 기간을 거쳐 1994년 미술관이 문을 열기 직전까지 그는 미술관 외벽을 칠하고 있었다고 한다.

보수적인 국전(國展) 참가를 거부하다가 유영국(劉永國)·박고석(朴古石)·한묵(韓默) 등이 1957년에 결성한 모던아트협회에 영입되어 1961년에 파리로 갈 때까지 그 연례 작품전에 참가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문신(文信))]

아, 한묵! 2019년 초에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그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이 다시 떠오른다. 그는 주로 2차원 평면에 추상적이고 그래픽적인 작품을 그렸던 한묵과는 또 다르게 문신의 조각은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였다.















그가 조형물을 만들기 전에 꼼꼼하게 그린 드로잉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조각은 어떻게 보면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우주선, 또는 그 안에 타고 있을법한 외계인을 보는 듯하였다. 현실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환상적인 우주선(인) 말이다. H. R. 기거(1940~2014, 공식 홈페이지 링크)가 남긴 기괴한(!) 작품이 많은 공상과학 영화에 영감을 불어 넣었듯, 문신의 조형물 역시 공상과학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작품은 따뜻함과 아기자기함(특히 목조각)이 배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는 스케일과는 관계가 없다. 거울알처럼 빛나는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작품을 보면서 표면 연마 및 광택 작업을 하느라 얼마나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평소라면 대전 시민으로서 귀가를 걱정해야 할 토요일 저녁 무렵에 걸어서 한가롭게 덕수궁과 명동을 거닐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서너 정거장을 거쳐서 숙소로 돌아올 수 있다는 현실이 아직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기회를 영원 무궁토록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소중하게 여길 일이다.

덕수궁 석어정(昔御堂). 궁궐 내에서 드물게 단청을 하지 않은 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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