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은 최적 조건에서는 매우 빨리 자라난다. 대장균의 경우 실험실 조건에서는 15~20분에 1회 분열하여 그 수가 두 배로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개체수가 이렇게 크게 불어나니 그 안에는 돌연변이를 갖는 개체도 많을 것 같다. 빠르게 증식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사는 생명체라서 왠지 모르게 미생물의 DNA 복제 기구는 오류를 수정하는데 인색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갖고 있는 균주 스톡(stock)을 누가 몰래 가져가서 사용하였다면, 나중에 이를 유전체 해독으로 원균주와 비교를 해도 돌연변이에 의한 차이가 너무 많아서 동일 출처에 있음을 판단하기 어려워질 것만 같다.
정말 그럴까?
드레이크의 법칙(Drake's rule)이라는 것이 있다. DNA를 유전물질로 갖는 반수체 미생물의 경우 전체 유전체에 대한 돌연변이율은 매우 일정하다는 것이다. 1991년 미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에 실린 드레이크의 단독 저자 논문 'A constant rate of spontaneous mutation in DNA-based microbes'에 의하면 1번 분열하여 세포가 둘로 늘어날 때 유전체 전체에 걸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의 평균 회수는 0.0033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돌연변이는 염기가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관찰 가능한 형질로 표현되는 것 말고). 그러면 유전체가 크면 당연히 DNA 복제 시 나타나는 오류의 총 수(유전체 전체에 걸친)도 커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 논문에서 사용한 여러 미생물의 데이터에 따르면 염기 당 돌연변이율은 약 16,000배 차이가 나지만, 유전체 전체로 환산하면 겨우 2.5배 범위에 수용된다. 생물학에서 어떤 값들을 얻었는데 가장 큰 것이 가장 작은 값의 2.5배에 불과하다면, 이는 거의 상수나 마찬가지라는 뜻이 된다.
드레이크의 법칙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염기 당 평균 돌연변이율(average mutation rate per base pair)은 유전체 크기에 역비례한다'이다. 드레이크는 미생물의 돌연변이율조자 진화의 결과물로 보았다. 논문 초록의 마지막 두 문장을 인용해 본다.
Therefore, a nearly invariant microbial mutation rate appears to have evolved. Because this rate is uniform in such diverse organisms, it is likely to be determined by deep general forces, perhaps by a balance between the usually deleterious effects of mutation and the physiological costs of further reducing mutation rates.
드레이크에 의하면 유전체 크기가 0.01에서 12 Mb 사이에 있는 미생물에 대해서는 돌연변이율이 거의 일정하였지만, 진핵생물로 대상을 넓히면 단세포 생물이든 다세포 생물이든 돌연변이율이 급격히 커진다고 하였다. 인간? 당연히 미생물보다 더 많은 변이를 갖는다. 신생아는 평균적으로 60개의 새로운 돌연변이를 안고서 태어난다고 한다. 이 중에서 어떤 돌연변이는 대사 이상이나 암과 같은 중대한 질환으로 이어진다.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 수록 자녀에게 발생하는 돌연변이가 더 많다고 한다! 상세한 것은 2012년 Nature 논문 'Rate of de novo mutations and the importance of father's age to disease risk'에 나온다. 아버지의 평균 나이가 29.7세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아이슬란드의 78 가족)에서 평균적인 신생(de novo) mutation rate는 1.20 x 10-8 per nucleotide per generation이었다.
유전체 크기가 0.01 Mb보다 작거나 12 Mb보다 큰 단세포 생명체에 대해서 드레이크의 법칙이 적용될까? Sung 등은 광합성을 하는 진핵 미생물인 Chlamydomonas reinhardtii(121 Mb)와 짚신벌레과에 속하는 Paramecium tetraurelia(72 Mb)을 배양한 후 유전체를 해독하여 그 답을 찾고자 하였다. 그 결과는 2012년 한 해에 무려 두 편의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이 두 가지 작은 생명체로부터 얻어진 돌연변이율 수치는 드레이크의 법칙과 잘 맞았다. 특히 짚신벌레는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낮은 돌연변이율을 보였다. 물론 드레이크의 법칙에는 가까스로 들어맞는다.
출처: PNAS 2012(https://doi.org/10.1073/pnas.1216223109)의 그림 1A. 약자로 표시된 진핵생물은 Cr, Chlamydomonas reinhardtii; Nc, Neurospora crassa; Pf, Plasmodium falciparum; Pt, Paramecium tetraurelia; Sc, Saccharomyces cerevisiae; Sp, Schizosaccharomyces pombe; Tb, Trypanosoma brucei. Mf(Mesoplasma florum)은 원핵 미생물(prokaryote)이다. |
Drift-barrier hypothesis. 출처는 Current Biology (2013) 23:R148. |
이 가설은 좀 더 다듬어져서 2017년 Nature Reviews Genetics에 실리게 되었다. 이 연구에 대한 의미는 Laurence A. Moran의 블로그 포스트 'Learning about modern evolutionary theory: the drift-barrier hypothesis'에도 소개되었다. 오늘 다룬 글 중에서 하나만 찾아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것을 추천한다.
Genetic drift, selection and the evolution of the mutation rate. Nature Reviews Genetics (2016) 17:704
오늘의 글을 쓴 데 영감을 준 것은 2018년 4월 13일에 발간된 Science(제360권 6385호) 143쪽의 opinon란에 실린 글 'Human mutation rate a legacy from our past'였다. 이 글에서 소개한 워싱턴 대학교(시애틀)의 젊은 조교수 Kelly Harris는 인류 역사 초기에 소규모 그룹을 형성해 살면서 실효 집단 크기를 작게 유지했던 것이 신생아가 평균적으로 60개나 되는 많은 돌연변이를 안고 태어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인구 집단에 따라 발생하는 돌연변이에도 차이가 있다는 Harris의 2017년 논문 'Rapid evolution of the human mutation spectrum'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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