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4] 마무리하기

초단관의 플레이트 전압을 낮추는 시도는 아무 쓸모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다시 회로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나서 몇 가지의 배선 작업을 추가하여 지난 가을부터 이어진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 프로젝트를 마치고자 한다.

케익팬을 앞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에 구멍을 뚫어서 LED 표시등을 달았다. 이 부품은 IC114의 LED indicating 표시램프 항목 중 하나인 HSP10RW-ADJ인데 1K옴 저항을 직렬로 삽입하여 12VDC에 연결하였다. 뒤쪽에는 구멍을 두 개 더 뚫어서 전원 어댑터잭을 달고 출력 트랜스로 이어지는 선을 빼내었다. 장사동에서 구입한 커넥터(출력 트랜스 교체용)는 나중에 쓰기로 한다.

43 pentode single ended tube amplifier (front).
43 pentode single ended tube amplifier (rear.
LED pilot lamp is on.



전원 트랜스 뒷쪽의 공간이 휭하니 비었다. 원래 여기에 출력 트랜스를 얹을 계획이었으나, 섀시 내부에서 DC-DC boost converter 기판을 고정하면서 볼트가 바깥쪽으로 돌출하고 말았다. 그래서 단자대를 제외하면 이 공간에 뭘 올려놓는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

케이스 가공을 하면서 손가락을 여러 차례 다쳤다. 이 앰프는 아니지만 상당히 위험한 수준의 감전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진공관 앰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자신감, 경험, 즐거움, 그리고 안전에 대한 대책 등 얻은 것도 많았다. 이것을 포함하여 올해에 총 세 종류의 진공관 앰프를 경험하였다. 개인 제작자가 만든 것(6J6 푸시풀), 완제품 PCB를 구입하여 배선만 한 것(6N1+6P1 SE), 그리고 부품 구입부터 하드 와이어링까지 내가 직접 한 것(12AU7+43 SE) 등 그 폭은 매우 넓었다. 그중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은 모든 과정을 직접 하였던 43번 오극관 앰프이다. R-core 출력 트랜스포머를 직접 감아서 만들고, SMPS도 만들었던 것까지 포함한다면 지금까지의 나의 오디오 자작 경험 중에서 가장 풍성한 한 해가 아니었던가 싶다. 제이앨범 사이트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말할 나위도 없다.

Original schematic.

Heater supply.
위에서 보인 회로도는 전혀 검증된 것이 아니다. 정확히 출력은 몇 와트인지, 왜곡 수준은 얼마나 되는지, 주파수 특성은 어떠한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오디오 취미에는 주관적인 요소가 매우 많은지라 측정 수치가 모든 것을 다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단 귀를 스피커에 아주 가까이 대지 않으면 험을 느낄 수 없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소리를 내는 앰프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입문서를 하나 정해서 회로의 설계와 해석과 관련한 기본 지식을 배양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8년 12월 18일 화요일

[하루에 한 R] read.table() 함수가 컬럼 이름의 공백 또는 '-'을 '.'으로 자동으로 바꾸지 못하게 하려면

pyani로 생성한 ANI(Average Nucleotide Identity) marix를 가지고 heat map을 그리려 하였다. gplots 패키지의 heatmap.2() 함수를 쓰는 것이 내 실력 수준에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Row는 heatmap,2()가 알아서 클러스터링을 하게 만들었지만, column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순서를 정하게 만들고 싶었다. 이번 시도에서는 dRep에서 따로 클러스터링을 한 결과를 가지고 column을 정렬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pyani는 BLAST 혹은 MUMmer를 이용해서 ANI를 계산하는 반면, dRep의 2차 클러스터링에서는 gANI(ANIcalculator라고도 부른다)를 선택하여 쓸 수 있다. gANI는 whole-genome based ANI의 약자로서(NAR 논문 링크), bidirectional best hit로 확인된 상동 유전자 사이에 대해서 계산되는 값이라서 Konstantinos 등이 제안한 오리지널 ANI(PNAS 논문 링크)와는 조금 다르다.

ANIb_percentage_identity.tab 파일을 R로 읽어들여서 데이터프레임(data)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컬럼을 원하는 순서대로 정렬하기 위하여 dRep에서 만들어진 secondary clustering 결과에서 균주 명칭을 뽑은 뒤 이를 별도의 리스트에 넣었다. 이를 drep_order라 하자. 다음과 같이 치면 row는 원래대로이지만 column은 drep_order에 정의된 순서대로 정돈이 된다.
> data_new = data[, drep_order]
처음에는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몰라서 무식하게도 for 구문을 사용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어제부터 방법을 찾다가 이 쉬운 기법을 오늘 발견하였다. 독학으로 R을 배우다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깨진 접시 모양으로 어딘가 이빨이 빠진 구석이 있다. 체계적인 학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행을 해 보면 이상하게도 그런 컬럼이 없다는 에러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었다.
> data[,"Paenibacillus_peoriae_FSL_F8-0551"]
Error in `[.data.frame`(data, , "Paenibacillus_peoriae_FSL_F8-0551") :
  undefined columns selected
철자가 틀린 것이 없는데 왜 그럴까?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여 컬럼 이름을 확인해 보니 43개 중에서 30개만 반환이 된다. 결국은 왜 이러한 불일치가 벌어졌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는데, 바로 파일을 데이터프레임으로 읽어들이면서 마이너스 기호('-')가 자동으로 마침표('.')로 바뀐 때문이었다. 이렇게 허탈할 데가 있나...



이렇게 자동적으로 변환을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원본에 충실하게 읽어들이려면 read.table(x,...,check.names=FALSE)로 바꾸어야 한다. read.csv() 함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컬럼 이름은 문법적으로도 맞아야 하고(그래서 마이너스 기호를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중복이 되지 않는지도 따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정책이다. Row name은 건드리지 않으니 다행이다.

check.names 인자를 수정하여 파일을 읽어들였더니 컬럼 이름이 원본 파일에 있는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이렇게 또 한 가지를 배웠다.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3] 케익팬에 작업을 좀 더 진행하기

히터 전원 공급용 트랜스포머에 전선을 납땜하고, 꼬아서 임시로 연결했던 나머지 배선도 정식으로 연결하였다. 초단으로는 12AU7을 사용하였으며, 왼쪽에 보이는 트랜스포머에서 교류 12 V를 그대로 끌어다가 점화하였다.



전원 위치도 없고 파일럿 램프도 없는 아주 간소한 앰프이다. 남은 작업은 대략 다음과 같다.

  • 구멍을 뚫어서 DC 어댑터 잭 달기
  • 출력 트랜스포머를 커넥터 처리하기 - 한 조의 출력 트랜스포머를 여러 앰프에 돌려가며 사용하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를 내었다. 지금 상태로는 컴퓨터 파워 서플라이에서 재활용을 위해 뜯어낸 4P 커넥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핀의 방향을 잘 맞추지 않으면 쉽게 끼워지지 않고 맨손으로 빼내는데도 힘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쉽게 탈착이 되는 커넥터를 사용할 예정이다. 오디오 등급의 제품은 당연히 아니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랴.

음량 조절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볼륨 놉이 10시 정도에서 적당히 들을 수준이 되면 좋은데, 8시 정도로 낮게 두어야 적정한 소리가 난다. 그렇다고 해서 놉을 많이 돌리면 귀가 찢어질 정도의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이것이 바로 진공관 앰프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 앰프라면 볼륨을 너무 올리면 귀에 매우 듣기 거북한 찌그러지는 소리가 나는데, 진공관 앰프는 분명히 왜곡이 발생하지만(측정기를 대 보면 확인 가능할 것이다) 귀에는 별로 부담이 없다.

초단관이 만들어내는 출력의 스윙폭을 어떻게 줄이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저항을 하나 이용하여 초단관의 플레이트 전압을 60 V 수준으로 낮추어 보았는데, 청감상 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이앨범에서는 로드 저항을 낮추거나 피드백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다음에 또 앰프를 만들게 된다면 CAD로 도면을 그려서 샤시 가공을 맡기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맨날 제 위치도 아닌 곳에 구멍을 뚫으면서 난감해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손가락은 또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식구들 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2018년 12월 19일에 추가한 글

초단관의 플레이트 전압을 낮추는 것은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작동 상태가 이상해진 것이다. 글로 옮기기는 좀 복잡한데, 어쨌든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래의 회로대로 환원하였다.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복희와 여와, the ultimate maker!

오랜만에 혼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특별 전시인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과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은 유료 전시라서 나중에 식구들과 함께 왔을 때 보기로 하고 1층 선사관부터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신라관이 새로와졌다는 뉴스를 보았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왕릉의 껴묻거리를 선반에 죽 늘어놓아서 관람객을 압도하는 분위기는 역시 국립경주박물관이 으뜸이다.


한 쌍으로 이루어진 국보 91호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중에서 지체가 높아보이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찍어보았다. 멋진데? 내 구글 프로필 사진을 저 무사의 얼굴로 바꾸어 볼까? 곁에 있는 또 하나의 도기는 하인에 해당한다고 한다. 주인에 해당하는 사람은 의관도 더욱 화려하고 무릎에 드리운 옷자락은 갑옷의 느낌이 난다.

주인과 말의 눈매가 닮았다.

이번에는 신안선에서 발견된 흑유자, 즉 검정 광채가 나는 도자기가 특별 전시되고 있었다. 이것은 일본의 차(茶)문화 발전과도 관계가 깊다고 하였다. 오묘한 색깔이 정말 아름다웠다. 일식집에서 흔히 미소된장국을 담아주는 그릇 - 주로 플라스틱이지만 - 의 색깔이 흑유자를 본뜻 것인지도 모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잊지 않고 찾아보는 것이 바로 '백자 넥타이 술병'이다. 보물 1060호로서 실제 이름은 '백자 끈 무늬 병'이다. 어쩌면 저 병의 잘록한 목에 끈을 달아서 쉽게 들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도공은 어떻게 하여 단순하면서도 대단히 디자인적이며 센스까지 느껴지는 끈을 그려 넣었을까? 아마 이 병이 만들어진 당시 사람들 중 몇 명은 '어라, 끈이 달린 줄 알았더니 그림이었구나!'하며 무릎을 치고 유쾌하게 속아넘어갔을 것이다.


병의 목에 실제로 줄을 달아서 사용한 것 같다. 15세기 백자 가마터에서 나온 깨진 그릇에 다음과 같은 싯구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태백의 '술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네'(待酒不至)'이다(참고 - 유홍준의 국보순례[48] '백자 넥타이 술병' 링크). 배달 음식을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어려서 아버지의 술 심부름을 참 많이 다녔었다. 아주 드물게 외상으로 술을 사오라고 하시면 가게로 가는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지 못한다.
술병에 푸른 끈 동여매고
술 사러 가서는 왜 이리 늦기만 하나
산꽃이 나를 향해 피어 있으니
참으로 술 한 잔 들이키기 좋은 때로다


전통 도자기에 그려진 문양 중에는 물고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물고기는 다산과 풍요, 입신출세와 부귀영화의 상징이라 한다. 물고기와 이름 모를 식물이 그려진 분청사기 세 점의 사진을 찍었다. 나는 분청사기에 그려진 저 물고기 문양을 볼 때마다 이정문 화백의 '심술통'이 생각난다. 어딘가 모르게 강인해 보이는 악다문 턱이 느껴지지 않는가?

분청사기는 대부분 생활용 그릇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약 200년 정도 만들어지다가 백자가 널리 퍼지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고려청자와 같은 명품은 아니지만 질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다음의 도자기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우리나라는 치킨 대국이다! 하지만 병에 새겨진 새는 닭이 아니고 상서로운 새인 봉황이다. 봉황은 임금의 상징이었고, 지금은 대통령 표장에도 쓰인다. '봉'은 수컷이요, '황'은 암컷으로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리는 것이 정석인데, 대통령 표장에는 똑같은 모양의 새를 두 마리 그려 놓았으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봉황'이 아니고 '봉봉' 또는 '황황'이 되고 말았다는 신문 기사도 있었다(링크).


하지만 다음 작품과 같은 투쟁적인 새의 이미지도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나아트 컬렉션 시대유감'에서 찍은 사진이다. 화살을 맞은 새는 처절하게 죽어가지만 그 몸에서 새로운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봉황의 이미지는 특권 계층에 의해 세습되는 권력, 그리고 여기에 기대어 자손 만대에 이르도록 영광을 누리는 '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불사조(안창홍, 1985)

복희와 여와는 중국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알려진 신으로 서로 남매지간이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뱀 모양의 하반신이 서로를 꼰 형태이다. 그러나 자웅동체는 아니다. 위 아래의 붉은 동그라미는 해를 연상시키는데 그 모양이 마치 욱일기를 닮았다. 주변의 하얗고 작은 동그라미들은 아마 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왼쪽의 인물 여와는 컴퍼스를, 오른쪽 복희는 굽은 자를 들고 있다. 인간을 창조하는 중요한 일을 하였으니 그 일에 걸맞는 '공구'를 들고 있는 셈이다. 요즘 사회 운동으로 확산되는 Maker의 자세 아니겠는가?

공구라는 한자어보다는 연모라는 토박이말을 쓰고 싶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려는 선한 의도, 그리고 이를 실제화할 수 있는 실력(= 좋은 연모, 연장, 공구),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잘 어우러져야 멋진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 얼마나 더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략 전후반 중간의 쉬는 시간에 접어든 것으로 생각된다(때이른 정년을 맞았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후반전을 조심스레 설계해 보는 중이라고 표현하면 정확할 것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잘 만들어 나가고 싶다.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새로운 만년필, 3·OYSTERS HUNTERS

2-3만원 정도의 만년필을 1년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구입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큰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년 이맘때에 구입한 파커 IM - 이것은 5만원이 넘는 제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는 여전히 손에 잘 익지를 않고, 지난 가을부터 쓰던 워터맨 Expert 만년필은 떨어뜨려서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Expert를 수리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부담 없이 쓸 만년필을 하나 더 구입하고 싶어졌다. 사실은 그런 목적으로 Sheaffer VFM을 샀었던 것이었으나...

광화문 핫트랙스에서 국산 브랜드인 3·오이스터스의 헌터스 모델(제조국은 대만)을 하나 구입하였다. 브랜드의 의미, 제품 소개 등은 네이버의 블로그(링크)에 소개가 되어 있는데 포장용 상자에는 http://www.firstmate.co.kr이 인쇄되어 있다. 여기를 클릭해 들어가면 3·오이스터스에 대한 정보는 없다.

헌터스 만년필(제품 소개 링크)에는 다음의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내가 구입한 것은 중간의 포레스트 그린이다. 일부러 흔하지 않은 색깔을 고른 것이다. 닙은 F(0.6 mm) 단일 사이즈이다. 크기와 손에 잡히는 느낌은 꽤 오래전에 쓰던 자바펜의 아모레스를 연상시킨다. 지금은 업그레이드 버전인 아모레스II로 바뀌었다. 자바펜의 만년필에는 여분의 카트리지를 하나 더 넣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헌터스는 그렇질 못하다. 이는 쉐퍼 VFM도 마찬가지이다. 필기구도 소형 경량화를 추구하다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다.

자료 출처: 3·OYSTERS 블로그
행사 중이라서 찬란한 색상의 10색 카트리지를 덤으로 얻었다. 기본 구성으로는 검정색 카트리지와 컨버터가 각각 하나씩 들어 있다. 3·오이스터스는 I·COLOR·U나 훈민정음 등 한국 독자 브랜드의 병잉크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매장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으로 대만 IWI의 핸드스크립트라는 제품도 보여주었다. 이것은 헌터스보다 조금 더 짧아서 캡을 뒤에 꽂아서 써야 하고, 촉도 더 가늘며, 무엇보다도 인조가죽 마감이 얼마 쓰지 못하고 벗겨질 것만 같았다. 3·오이스터스 헌터스를 고른 것에 일단 만족한다. 손에 적당히 잘 잡히고 필기감도 좋다. 

독일제 이리듐 닙이다.
본체 끝에는 'TAIWAN'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매장 직원이 새로 나온 Parker Jotter도 소개해 주었다. Jotter 예전 모델과 Vector Standard는 오래 사용했더니 배럴이 플라스틱이라서 돌려서 닫는 나사 부분에 금이 가고는 했었다. Jotter 신상품은 금속 배럴 모델도 있는 것 같았다. 

독일 KAWECO라는 브랜드의 만년필도 만져 보았다. 오늘은 전혀 모르던 만년필 브랜드를 세 종류나 접한 셈이다. 언젠가는 본체 가득 잉크가 들어가는 펠리칸 M205를 써 보고 싶다.


2018년 12월 13일 목요일

독서 기록 - [소수의견을 외치는 당신이 세상을 바꾼다] 외 두 권


소수의견을 외치는 당신이 세상을 바꾼다

  • "무조건 다수의 편에 서는 당신은 비겁하다!"
  • 아케다 기요히코 저/이정은 역
동조압력의 문제점을 고발한 책. 혁신은 다른 생각을 가진 소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요즘 나의 생각이다. 혁신은 내부에서 올 수도 있고, 외부에서 올 수도 있다. 돌연변이야말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가장 원초적인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지만, 유리한 변이는 집단 내에 퍼진다. 그러려면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 가장 노력을 적게 들이는 혁신 방법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사상·인물·기술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적은 것은 책에서 주장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

  • "엘리트는 어떻게 사회를 기만하는가"
  • 야스토미 아유미 저/박솔바로 역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인 저자는 내면의 여성성을 자각하면서 여장을 하고 다니면서 이름도 '아유무'에서 '아유미'로 바꾸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용기 있는 태도가 아니겠는가. 안전이나 효율보다 자신의 기득권에 연연하는 전문가들이 구사하는 기만적인 화법(도쿄대식 화법)을 고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입장'이라는 낱말을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자기가 속한 조직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뜻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그의 다른 책 [누가 어린왕자를 죽였는가]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원제: Young lives in new China)

  • "모두가 착각했던 중국 청춘들의 삶"
  • 알렉 애쉬 저/박여진 역
마오쩌둥 정권 이후 태어나서 천안문 시위를 겪지 않은 젊은 중국인들의 삶을 그린 책이다. 영국 출신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현재 중국에서 살면서 직접 만난 중국 젊은이의 생애를 가까이에서 듣고 기록하여 전지적 시점으로 쓴 책이다. 넷플릭스에 본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생각나게 하였다.

도서관 신간코너 한쪽을 장식했던 [4차 산업혁명 도서]라는 안내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이 벌써 끝났는가? 아니면 벌써 그 열기가 식었는가?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2] 케익팬에 앰프 꾸미기

언제까지 나무판 위에 얼기설기 배선한 상태의 앰프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다시 앰프를 꾸미기로 하였다. 오늘로써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 프로젝트] 글이 12회째가 되는데, 과연 끝이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소한 개량을 거치면서 몇 년이 지날 수도?

마트에서 구입한 케익팬. 고행의 시작이었다. 이때가 약 보름 전의 일이다.


30 mm 홀쏘로 구멍 뚫기. 홀쏘는 무척 위험한 물건임을 깨달았다.


부품 고정을 시작하였다. 위 사진에서는 출력관 소켓을 내부에서 고정하는 것으로 임시 배치를 하였으나 최종적으로는 바깥쪽에 부착하였다. 초단관도 소켓을 섀시에 고정하고 하드와이어링을 하면 보기는 훨씬 좋았을 것이다. 제작 편의상의 문제 때문에 초단관 회로는 소켓을 통해서 만능기판에 직접 고정하게 되었고 결국은 아래 사진과 같이 매우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드러난 배선에 감전이 되지 않도록 적당히 가리는 일이 숙제이다. 작동 전압은 150 V 수준이다.


임시 배선을 하여 소리가 잘 나는지 확인하였다. 아래의 사진은 어젯밤에 찍은 것이다. 회로는 케익틀에 꾸미기 전과 다를 바가 없는데 소리가 훨씬 커진 느낌이다.


퇴근 후에만 조금씩 작업을 하다보니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케익팬을 쓰도록 영감을 준 것은 다음의 사이트("A Cake Tin Makes A Great Tube Amp Chassis")였다.

출처: https://hackaday.com/2016/06/05/a-cake-tin-makes-a-great-tube-amp-chassis/
보기에도 독특하고 구하기도 쉬운 재료라고 생각하여 케익팬을 선택했는데 실제로 완성을 앞둔 지금의 심경은? 글쎄,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은 재료이다. 가공은 쉬운 편이다. 전동 드릴로 구멍을 내거나 실톱으로 큰 면적을 잘라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드릴로 구멍을 뚫으면 테두리가 날카롭게 찢어지는 성질이 강해서 손을 다치기 쉽다. 실제로 손가락을 꽤 깊이 찔려서 피를 좀 보았다. 그리고 표면에 코팅이 된 상태여서 테이프나 핫멜트가 잘 붙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사진에서 보인 배전압 정류부를 아직도 고정을 하지 못하였다. 나무판이라면 핫멜트로 붙여버리면 되겠지만.


다음으로는 히터의 접지를 통해서 험을 제거해야 한다. 출력관은 직류 점화이니 별다른 처리를 할 것이 없다. 정석대로라면 초단관 히터 전원의 중점에 해당하는 탭을 접지를 해야 한다. 중간에 해당하는 탭이 없다면 아래 그림의 방법 중 적당한 것을 택하면 된다.

출처: The Valve Wizard
오른쪽 중간의 그림에서 10R 저항을 넣는 것은 애노드와 히터 핀 사이에 단락이 일어났을 때 일종의 퓨즈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다음은 내가 사용한 전원트랜스이다. 이것은 순전히 히터 점화만을 위한 것이다. 플레이트 공급용 고전압은 12 V 어댑터 => DC-DC boost converter를 통해서 만들어지며, 케익틀 내부에 숨어있다.


히터 전압을 6 V로 한다면(9 - 15 V) 적당한 중간탭(12 V)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12 V로 점화를 하려면 마땅한 중간탭이 없다. 여기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다섯개의 탭 중 아무거나 접지를 하면 어떻게 될까? 저항을 경유하지 않고 전선을 이용하여 실험을 해 보았다. 험이 사라졌다! 다섯개의 탭 중 그 어느것을 접지하든지 효과는 마찬가지였다. 꼭 히터의 중간 전압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선을 뽑아내어 접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대단히 위험한 시도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확히 중간지점에서 접지를 하는 것에 비해서는 험 제거 효율이 떨어질까? 실용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