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묻기 위해 사실을 확인하는 것과, 책임질 사람을 찾기 위해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문제가 있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이나 명백한 태만이 확인된다면 그때 책임을 묻는다. 사실의 확인이 먼저이고 책임은 그다음이다.
그러나 후자는 순서가 거꾸로다. 문제가 발견되는 순간부터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먼저 찾는다.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도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자를 특정하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조직에서는 질문에 정답이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몰랐다고 하면 관리자가 그것도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질책한다. 무능과 관리 소홀의 증거가 된다. 알고 있었다고 하면 더 곤란하다. 알고도 지금까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번에는 방치와 직무유기의 증거가 된다.
몰랐으면 무능이고, 알았으면 직무유기다.
이런 질문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질문의 의도를 학습한다. 질문을 받았을 때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 답변이 나중에 누구의 책임으로 돌아갈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솔직하게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위험해지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다.
결국 질문은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그 일의 책임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가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묻기 위해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둘은 비슷하다. 둘 다 질문하고, 자료를 요구하고, 보고를 받는다.
그러나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을 찾고, 다른 하나는 책임질 사람을 찾기 위해 사실을 찾는다.
그 작은 순서의 차이가 조직의 문화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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