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만들어진 sc-d70-win11-driver |
'롤랜드 사운드캔버스 SC-D70을 Windows 11에서 제대로 쓸 수 없을까'라는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약 이틀에 걸친 실험 끝에 성공에 이른 기록을 여섯 번째 리포지토리(sc-d70-win11-driver)에 남겼다. 이 작은 성취에 대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핵심은 드라이버 자체를 전혀 고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그런 깊숙한 곳까지 건드릴 정도의 개발자는 되지 못한다. Vista x64 시절에 작성된 드라이버가 기능적으로 Windows 11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 단지 Windows 11이 이 '낡은' 코드를 문 앞에서 거절하는 이유를 찾아내고 통과할 수 있도록 신뢰·서명·패키징 조건을 다시 만들어 준 것에 가깝다.
“바이너리는 아직 기능한다. 최신 OS가 그것을 신뢰하지 않을 뿐이다”
Windows 11에서 나의 SC-D70은 USB 오디오 기기, MIDI 기기로서 정상적으로 동작할 뿐만 아니라 ASIO 검증도 통과하였다. 비록 샘플링 레이트는 48kHz를 넘지 못하지만, 2026년에도 충분히 실용적인 음악 장비임을 보여주었다. UEFI BIOS에서 Secure Boot를 끄고 'bcdedit /set testsigning on' 명령으로 Test Signing을 활성화했으니 Windows의 기본 보안 상태를 약간 낮추었지만, 필요 이상으로 보안을 해제하지 않았다. 즉, 다음의 세 가지 중요한 요소를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 원래 드라이버 코드는 고치지 않았다.
- Windows의 보안 메커니즘을 패치하거나 제거하지 않았다.
- 필요한 범위에서 Windows가 제공하는 테스트 신뢰 체계를 이용했다.
요즘 내가 필요 이상으로 몰두하고 있는 Ardule Drum Patternology와 SC-D70의 Windows 11 드라이버 실험은 얼핏 보기에 관련이 별로 없다. 하나는 오래된 MIDI 파일에서 드럼 패턴을 찾아내 분석하고 추상화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2000년대 초에 발매된 MIDI 음원 모듈을 최신 운영체제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두 작업을 아우르는 공통된 주제는 바로 디지털 유산의 복원(digital heritage restoration)이라고 생각한다. 옛것을 현대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남아있던 생명력을 확인하는 일에 더욱 가깝다.
디지털 유산의 복원이란 작동하지 않게 된 옛것을 박물관에 전시하거나 수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데이터와 코드가 오늘날에도 다시 의미를 갖고 작동할 수 있도록 그 연결고리를 다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한 보존의 방식이다. 낯선 드라이버 서명 체계를 이해하고 실험 절차를 세우거나, 수많은 MIDI 데이터를 분석할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중요한 조력자가 되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라질 뻔한 것들 속에서 아직 살아 있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이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흥미롭다. 그것이 내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일이다.
Not planned, just happened.
And only afterward did I realize that I had been restoring digital heritage all along.
Old digital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wait to be rediscov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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