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2일 월요일

초보자의 건강보험 비급여대상 해석은 어렵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비급여대상)제1항은 [별표 2]를 통해서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들을 나열하였다. 2022년 10월 13일에 일부개정된 [별표 2] 비급여대상의 뼈대만을 추려서 나열해 보았다.

  1. 다음 각목의 질환으로서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2. 다음 각목의 진료로서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3. 다음 각목의 예방진료로서 질병·부상의 진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4. 보험급여시책상 요양급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및 그 밖에 건강보험급여 원리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다음 각목에서 정하는 비용·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5. 삭제
  6. 영 제21조제3항제2호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질병군에 대한 입원진료의 경우에는 제1호 내지 제4호(제4호 하목을 제외한다), 제7호 에 해당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 다만, 제2호아목, 제3호아목 및 제4호 더목은 다음 각 목에서 정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7. 건강보험제도의 여건상 요양급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8. 약사법령에 따라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범위를 벗어나 약제를 처방·투여하 려는 자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절차에 따라 의학적 근거 등을 입증하여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다만, 제5조제4항에 따라 중증환자 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약제는 건강 보험심사평가원장의 공고에 따른다.

여기에서 제4호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제4호는 가~더목까지 꽤 긴 내용을 담고 있다. 목 단위의 조문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법|규칙 제#조제#항에 따라 ... 한 경우. 다만, @@법|규칙 제$조제$항에 따라 ...한 경우는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 

파란색 문구는 비급여 대상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 뒤에 따르는 빨간색 문구의 의미는? 참고로 법령 해석에서 '다만'으로 시작하는 부분을 '단서'라고 한다(링크).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급여란 말인데... 나중에 나오는 목 단위 문구에서는 그냥 '제외한다'라고만 해 두었다. 일반적으로 급여 대상이 되려면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대체 가능성 및 비용효과성)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보험급여원리와 건강보험재정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의2에서 요양급여 대상의 여부 결정에 관한 원칙을 선언하였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등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및 건강보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하여 요양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약제를 제외한 행위·치료제료의 급여 목록은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따른다고 전제를 깔아 놓은 상태에서 포지티브 리스트를 같이 관리하고 있다(정확히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님). 비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다시 말하여 사안을 하나씩 따지지 않고 단지 비급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급여화한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매우 필요한 것을 인정했다는 뜻이 된다.

[별표 2]의 제4호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하목을 인용해 보자.

2022년 10월 13일 일부개정된 현행 [별표 2] 비급여대상. 괄호 안의 문구는 2015년 9월 평가 유예 제도가 도입되면서 새롭게 등장하였다. [별표 2] 2015년 9월 21일 일부 개정판(보건복지부령 제352호)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제외'라는 것이 두 번 나온다. 가목에서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라는 표현이 최초로 나오고, 그 뒤에는 그냥 '제외한다'로만 표현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전부 비급여대상에서 제외, 즉 급여 대상으로 그대로 읽어버리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제외의 위치에 따라서 의미가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제외'가 가리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본문 중에 있는가, 혹은 괄호 안에 있는가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하였으니 급여! 그러나 급여목록에는 없는 이상한 신분이 되고 만다...

하목의 전반부에서는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결정·고시되기 전의 행위와 치료재료는 비급여대상이라 하였다. 단, 괄호 안에서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도 비급여대상임을 덧붙였다.

하. ....의 행위·치료재료(...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을 포함하되, ....는 제외한다).

괄호 안의 '제외'는 가목 마지막에 나오는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한다'와 같은 의도로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목 괄호 안의 '제외'는 바로 앞에 나오는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즉,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비급여대상) 중 같은 같은 규칙(「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제3조제3항에 따라 서류를 송부받은 경우와 같은 규칙 제3조의4에 따른 신의료기술평가 결과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뜻이다. 괄호 안의 해석에는 임철희 변호사께서 도움을 주셨다.

그러면 제외된 의료기술은 어떻게 되는가? 비급여대상에서 제외하였으니,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제2항1호에 따라 자동으로 급여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별표 2]에서는 어떤 자격이 없어서 비급여대상에서 제외를 하였는데(비급여대상이 되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한가... 마치 '장학금면제'와 같은 느낌), 이를 통하여 도리어 급여대상이 되어야 한다. 2015년 9월에 [별표 2]를 개정한 사람은 아마 이러한 결론이 내려지기를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에 오르지 않은 의료행위, 그리고 평가를 하였으나 안전성와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어떻게 하라는 뜻인가? 비급여대상에서 제외되었으니, 대원칙에 따라 급여로 하란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요즘 슬슬 나오고 있는 의견에 따르면 이를 특별히 의료현장에서 하면 안되고, 비용을 받아도 안된다고 명시적으로 금지한 법령은 없다고 한다. 의료기술평과와 관계 없이 의학적 필요성을 충분히 환자에게 설명하여 비급여로 실시하고 합당한 비용을 받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음으로 하목의 후반부를 살펴보자. 여기에서도 '제외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이 문구는 비급여 대상에서 제외, 즉 급여로 실시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관련된 조항을 살펴보자.

  • 제11조(행위·치료재료에 대한 요양급여의 결정) ⑨제1항에 따른 행위·치료재료가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되어 고시된 경우에 제1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기간 내에 신청하지 않은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날부터 소급하여 요양급여대상으로 적용한다.
  • 제13조(직권결정 및 조정 등) ①보건복지부장관은 법 제41조의3제4항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치료재료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제11조(행위 및 인체조직의 경우에는 제11조제3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은 제외한다)의 절차를 준용하여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결정하여 고시하며,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한 경우에는 상대가치점수 또는 상한금액과 선별급여 본인부담률을 함께 정하여 고시해야 한다. 이 경우 결정·고시된 요양급여대상은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날부터 소급하여 요양급여대상으로 적용한다.

첫 번째 것은 충분히 그럴 만한 내용이다. 그러면 두 번째는? 다음 각 호가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하기에 비급여대상 제외를 할 만한 사항인가?

  1. 대체가능한 진료·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
  2. 환자의 진료·치료를 위하여 긴급한 도입이 필요한 경우
  3. 「의료기기법 시행령」 제13조의2제4항제1호에 따른 의료기기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기기
  4. 그 밖에 행위·치료재료의 내용·금액과 환자에 대한 진료·치료 의 성격·경위 등에 비추어 보건복지부장관이 직권으로 요양급여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내용을 읽어보니 이것도 고개가 끄덕끄덕... 급여로 처리해야 할 정도로 시급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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