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6일 금요일

수퍼마이크로 X9DRI-F 마더보드 VGA 커넥터 자가 수리(?)

이걸 수리라고 하기는 대단히 쑥스럽다. 씹던 껌을 붙여서 물이 새는 그릇을 임시방편으로 수리한 정도에 불과하기 대문이다. 혹시 미국 드라마 '맥가이버'에서 바리케이드 경진대회 에피소드를 기억하시는 분은 댓글을 달아주시길. 장래가 촉망받던 재능 있는 젊은이가 왜 '빌런'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로보트 태권V의 카프 박사도 그랬고...

2013년에 구입하여 사용해 오던 Supermicro X9DRi-F 주기판의 온보드 VGA 커넥터에 문제가 생겼다. 케이블을 꽂은 상태에서 힘을 가하면 커넥터가 안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것이다. 일정 각도가 넘어가면 모니터에 신호가 가지 않는다. PCB에 붙이는 단자대가 이렇게 쉽게 꺾일 일은 없을텐데?

일반적인 D-sub 커넥터의 구조는 다음의 이미지와 같다. 안쪽으로 꺾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2U 랙 마운트 서버의 뚜껑을 열고 도대체 커넥터 부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아래 사진에서 램 소켓의 오른쪽 끝에 커넥터가 접하고 있다. 견고한 지지대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혹시 핀이나 패턴이 끊어진 상태로 단지 접촉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램 소켓과 커넥터 뒤쪽에 적당한 물체를 끼워서 커넥터가 안쪽으로 꺾이지만 않게 하면 쉽게 당장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당한 물체가 뭐가 있을까? 문구류를 보관하는 수납함에서 만년필 카트리지 하나를 꺼낸 뒤 라벨용 테이프(생물학 전공자라면 누구나 아는)를 감아서 약간 두껍게 만든 다음 빈 틈에 끼웠다.
완벽하다! 커넥터는 더 이상 안쪽으로 꺾이지 않는다. 메모리 고정용 걸쇠의 움직임에도 장애가 없다. 카트리지가 저절로 터져서 잉크가 흘러나오지는 않을까? 그보다는 본체 내부의 발열에 의해 잉크가 조금씩 말라 없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혹은 카트리지 내부의 공기가 팽창하여 입구 부분에서 잉크가 새어 나온다면? 여름이 오기 전에 확인을 해 봐야 되겠다. 차라리 나무젓가락을 잘라서 끼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서버의 덮개를 연 모습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RAID 콘틀롤러(Adaptec ASR-6405)에는 6T HDD가 2개 붙어 있다. 컨트롤러에 연결된 커넥터에는 총 4개의 HDD를 달 수 있게 되어 있다. 필요하다면 이것을 다 채워서 스토리지 전용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놀로지 같은 회사의 NAS가 더 낫지 않을까? 작고 소음도 적고 관리도 편리하니 말이다.
노란색 타원으로 표시한 곳이 오늘 수리(?)한 부위다.
이 서버는 앞으로 우분투 20.04 전용으로 쓰일 것이다. CentOS가 설치된 서버도 하나, 우분투 스튜디오는 둘. 앞으로 업무용 서버급 혹은 워크스테이션급 컴퓨터를 사게 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관리가 편리한 소위 '벤더' 제품을 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립 서버의 경험은 어쩌면 지금 갖고 있는 것이 마지막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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