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7일 목요일

장인어른을 떠나보내며

장인어른의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는 며칠을 보냈다. 건강을 무척 자신하던 분이셨으나 대비할 수 없는 갑작스런 사고에는 누구나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쉽고 죄스러운 마음 뿐이다. 왜 살아계시는 동안에 좀 더 자주 찾아뵙고 전화를 드리지 못했었을까.

물론 병석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가신 부친께도 아들로서 잘 해드린 기억은 없다. 살아계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하여도, 결국은 모든 것이 급작스럽게 일어난다.

장례를 치르면서 오롯이 고인에 대한 추모에 집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책임 소재가 오고가는 말은 지극히 삼갈 것이다. 가족의 일원이 갑작스럽게 떠나간 후, 남은 사람들끼리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를 가끔 본다. 고인은 이를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갑작스런 죽음 뒤에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사실이 주변 사람들에게 풀어야 할 숙제를 안기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이 언제 닥칠 것인지를 예상하지 못하므로, 앞으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해결하겠노라고 남겨둔 해묵은 숙제들이 갑자기 드러나면서 문제가 더욱 꼬이기도 한다.

고인은 1·4 후퇴 때 맨몸으로 가족과 함께 흥남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거제도에서 내리신 후 홀로 서울로 올라와 청계천에서 의류사업으로 자수성가하신 분이시다. 평생 신의와 정직으로 사신 분으로서 매우 검소한 생활을 하시면서도 가족과 주변분을 돕는 데에는 아낌이 없었다. 워낙 자기 관리에 철저하셨던 분이라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심에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고통스런 일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이기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조금 더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다.

장인어른, 평안히 가십시오.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가족묘지에 모셨다.

故 안진명(1938.11.26.-201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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