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일 금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9] 전원 트랜스 추방

진공관 앰프를 만든다고 해서 반도체 부품을 일절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진공관 앰프의 특성 혹은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을 유지하고 있다면 - 즉 출력관과 출력 트랜스 - 나머지는 현대적인 부품으로 구성을 해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이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진공관 앰프 특유의 소리는 초단관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진공관으로 프리를 구성하고 반도체로 출력단을 만드는 앰프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Lenard Audio Institute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링크).
The heart of a valve amplifier is the output valves and output transformer.   Only the output valves and output transformer contribute to the unique sound character that makes it distinctly different from a solid-state amp.
그래서 나는 이를 믿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출력단과 출력 트랜스라는 것.

갖고 있던 전원 트랜스를 이용하여 B+ 전원과 히터 전원까지 감당을 하려니 트랜스를 두 개나 써야 하고 덩달아 배전압 정류회로까지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초단/드라이브단에 OP amp 회로를 쓰기로 결정하고 나니 기왕 이렇게 된 것, DC-DC 스텝 업 부스터 모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그림과 같은 엽기적인 구성의 앰프가 되고 말았다. SMPS 기반의 어댑터와 부스터가 만들어내는 높은 주파수의 노이즈가 범벅인 상태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청 주파수 범위가 아니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MT3608을 사용한 부스트 모듈은 바로 어제 국내에서 구입하였다. 주문에서 배송 완료까지 24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가격은 하나에 1,100원이었다. 이번 전원부 개조작업의 핵심 역할을 한 고전압 부스트 모듈을 eBay에서 구입하였는데 주문에서 배송까지 무려 45일 가까이 걸렸다. 이렇게까지 긴 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취미 제작을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LF353 OP amp를 이용한 증폭회로는 원래 +/- 15 V 정도(최대 18 V)의 양전원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번거로운 일이므로 단전원 어댑터를 이용하되 저항과 캐패시터로 이를 반으로 나누어서 간이 양전원을 공급하고 있다.

OP amp를 이용한 전압증폭회로에서는 저항의 비율을 이용하여 수백배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전원전압을 넘어갈 수는 없다. 제이앨범 매니저의 설계에 의하면 43 오극관 싱글 회로를 적정 출력으로 구동하려면 40 V 가까운 범위를 스윙해야 하는데, 내가 마련한 OP amp 회로에서는 출력이 약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서 제이앨범의 힌트에 따라서 오디오용 트랜스포머를 사용해 본 것이다. 신호의 크기를 가감없이 전달하려면 600 Ω : 600 Ω 트랜스포머를 쓰는 것이 정석이겠으나, 조금이라도 증폭을 하기 위해서 IPT-14라는 것을 뒤집어서 사용하였다. 원리적으로 주파수 특성, 특히 저음부의 전달에서 손실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귀로 듣기에는 아주 만족스럽다. 출력단을 위한 12 V 어댑터로 OP amp 드라이브단까지 전원을 공급하고, 권선비가 더 높은 트랜스포머를 쓰면 더욱 간단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의 웹사이트에서 IPT(input transformer)와 OPT(output transformer)라는 것을 찾으면 두어 가지 종류의 것이 나온다(예: IC114). 그런데 그 용도를 도대체 모르겠다. 전자회로 실습용으로 만드는 전자새 키트 혹은 라디오 키트 말고는 이 부품들이 쓰이는 곳이 보이질 않는다. 권선비와 임피던스비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좀 더 조사를 해 볼 예정이다.

어찌되었든 오늘은 그림에서 소개한 다이어그램대로 구성을 마쳤고, 무난한 성능을 보였다. 25 V를 만드는 부스터 모듈이 다소 뜨겁기는 한데 55도를 넘을 것 같지는 않다. 며칠동안 테스트를 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한 다음 적절한 섀시를 꾸며보도록 하자.



11월 4일에 추가한 글

MT3068 모듈을 잘못 건드려서 두 개를 망가뜨렸다. 12 V 어댑터의 자체 보호 기능이 있어서 망가진 모듈이 단락 상태가 되었지만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어서 더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만든 SMPS를 사용했다면? 아무런 보호 기능이 없어서 어디선가 연기가 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반도체 소자는 무엇인가 잘못되어 파괴되면 도통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이 문제이다.

별도의 24 V 1.5 A어댑터를 사용하여 프리앰프와 진공관의 히터를 연결해 두었다.

용량이 큰 24 V 어댑터가 있다면 히터와 프리앰프에는 직접 전원 공급을 하고, 부스터를 이용하여 고전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모니터용 24 V 어댑터를 구해서 이러한 구상대로 연결을 해 보았지만 '웅-'하는 심한 잡음이 발생하였다. 이미 갖고 있던 전원 트랜스와 정류회로를 조합하여 직류를 만들어 보았지만 이것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대용량 캐패시터를 아무리 덧대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앰프 전체를 하나의 어댑터로 구동하려면 프리앰프의 출력은 IPT로 아이솔레이션해야 된다. 왜냐하면 OP amp에 공급되는 양전원은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단전원을 분할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전압의 1/2에 해당하는 곳을 그라운드로 삼아서 움직이게 된다. 고전압을 만들어내는 부스터는 입력전압쪽과 분리되어있지 않다. 따라서 진공관 전력증폭회로의 그라운드는 전원의 음극 및 OP amp로 공급되는 직류의 그라운드(신호의 그라운드가 아니라)와 연결된 상태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OP amp 출력의 그라운드를 메인 회로에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IPT를 중간에 넣으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

12 V 5 A 어댑터와 부스터로 155 V를 만들고 히터(24 V)는 다른 어댑터로 점화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최선이다. 전체 구성도는 다음 그림과 같이 바뀌었다.

프리앰프보드를 너무 만지작거리다가 그라운드 신호선의 납땜이 떨어져서 스피커가 부서질듯 '두두두두...'하고 울리는 소음을 접하기도 했다. 출력단자에 거의 전원전압 그대로가 검출되어서 처음에는 OP amp가 망가진 줄로만 알았다. 자작 취미를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나쁜 모든 일은 모두 다 경험하는 것 같다.

11월 28일에 추가한 글

MT3608 모듈은 한번에 4개를 구입해 놓았었는데 바로 어제까지 전부 망가지고 말았다. 납땜을 하면서 칩에 손상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마지막 것은 볼트로 결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낳았다. 25V 0.6V를 출력으로 뽑는 것이 그렇게 무리였을까? 분명 specification에서 지정한 수치 이내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칩과 코일에서는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의 열이 나지만 특별히 방열판을 달거나(달 수 있는 모양이 아니다)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는 없었다. 다른 용도로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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