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M12(Galaxy M12)이다. 2021년 4월 출시를 알리는 삼성의 공식 뉴스에서는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에 집중한 온라인 전용 자급제 모델이라 하였다. 이를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장 성능이 낮은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이 제품을 2021년 10월에 구입하여 지금까지 2년 2개월 정도 사용하여 왔다. 당시에 쓴 글은 '드디어 휴대폰을 새것으로 바꾸다(삼성 갤럭시 M1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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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성 갤럭시 M12. 아내의 휴대폰으로 촬영. |
갤럭시 M12는 우리 네 식구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 중에는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집해 온 것은 알뜰폰 요금제를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돌아다니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높은 사양을 요하는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므로 통화와 웹서핑, 그리고 은행 업무 등으로 그럭저럭 사용하면서 큰 불만을 느끼지 않고 잘 버텨 왔다. 배터리 용량이 6000 mAh로 매우 크고 3.5 mm 이어폰 단자가 있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일 것이다. 자세한 사양은 나무위키를 참조하자.
최근 들어서 이 휴대폰의 동작이 매우 느려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메모리가 3 GB, 저장공간은 32 GB에 불과한 이 휴대폰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디바이스 관리 앱의 아이콘을 아예 홈 화면에 두고 수시로 실행하여 최적화를 실시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은 며칠 간격으로 후 삭제하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 구글 포토로 자동 동기회가 되므로 자료가 사라질 걱정은 없다.
휴대폰이 느려진 것이 너무 불편하여 적당한 중고품(리퍼비시 포함)을 구입할까 싶어 이틀 정도 눈이 아프게 검색을 해 보았으나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 S23 FE(나무위키)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수십만 원의 돈을 일시에 쓰는 것도 아깝고, 새 휴대폰을 사기 위해 비싼 요금을 억지로 수 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내는 것도 싫었다. 우선은 갤럭시 M12를 최적화하여 조금 더 써 보기로 하였다.
첫 번째 시도는 저장 공간을 늘리는 것이다. 쿠팡에서 128 GB 마이크로SD 카드를 구입하여 장착하였다.
유심 트레이를 빼는 핀이 없어서 종이클립을 펴서 사용하였다. 핀바이스용 0.8 mm 또는 1.0 mm 드릴비트도 구멍에 쏙 들어간다.
마이크로SD 카드를 장착했다고 해서 저절로 사진 저장 공간이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앱은 마이크로SD 카드 장착 이후 처음 실행하면 친절하게도 저장위치의 변경에 대해서 묻는다. [설정->애플리케이션->저장공간]에서 개별 앱의 저장공간을 바꾸어 주어도 되는데, 모든 앱에서 변경이 가능하지는 않다.
시스템 차원에서 모든 앱이 생성한(첨부된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 포함하여) 자료를 기본 저장공간에서 마이크로SD 카드로 옮기게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검색을 해 보니 그런 용도의 앱이 있었다. 앱 자체를 마이크로SD 카드로 옮기는 '앱'도 있는 것 같으나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동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앱도 있고, 마이크로SD 카드에 옮기면 카드를 뽑을 경우 실행이 안 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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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공간 설정 변경을 통해 사진기와 녹음기의 저장 공간을 마이크로SD카드로 바꾸고, 오디오 파일은 직접 옮겨서 겨우 기본 저장 공간을 6 GB 넘는 수준으로 확보하였다. |
그러나 아직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았다. 휴지통이 왜 1 GB나 되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내 파일 -> 휴지통]으로 들어가 보면 아무 것도 없는데 말이다. 4 GB로 설정한 RAM Plus를 위한 사전 예약 공간인지, 또는 기기 전체 초기화를 해야 겨우 없앨 수 있는 파일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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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휴지통의 용량이 이렇게 큰가? 정작 들어가 보면 아무것도 없다. |
자, 그러면 최적화를 위한 두 번째 시도인 기기 전체 초기화(또는 공장 초기화)를 해 보자. 초기화 후 이전에 설치해 둔 온갖 앱 - 특히 은행 관련 - 과 홈 화면 설정을 이전 상태로 복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이 Play 스토어에 많이 있을 터인데, 삼성 스마트 스위치가 가장 적당한 도구일 것 같다. 그러나 이것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고 한다. 은행 앱, 보안 관련 앱, 카카오톡 대화 기록 또한 이것으로는 백업 및 복원이 되지 않으므로 카카오톡 실행 뒤 [더보기 -> 설정 -> 채팅 -> 대화 백업]을 이용해야 한다. 이 안내문은 나중에 PC로 백업을 할 때 친절하게 표시된다.
삼성 스마트 스위치를 써 보기로 하고 PC 버전을 노트북 컴퓨터에 설치하였다. 다음으로 갤럭시 M12로 들어가서 모바일 버전을 설치해 보려 하였다. 구글 플레이에서 키워드 서치를 하면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개발사에서 만든 앱이 주루룩 나오기 때문에 웹 브라우저에서 찾는 것이 더 낫다.
그런데...
버전이 맞지 않는다니! One UI Core 버전 5.1, 안드로이드 버전 13에서 이를 실행할 수 없다는 뜻인가? [설정->계정 및 백업->Smart Switch->외장 저장공간으로 전송]을 선택해 보니 자동으로 앱을 다운로드하여 설치를 완료하였다. 설치 후 구글 플레이로 들어가 보면 이 기기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경고 메시지가 나오지만 '열기'를 누르면 실행은 된다.
갤럭시 M12와 컴퓨터를 USB 케이블로 연결해 놓고 백업을 실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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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항목이 백업에 실패하였다. 앱(보안 Wi-Fi), 설정(맞춤형 서비스), 동영상(열어 보니 항목은 없음).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
백업이 끝났으니 초기화를 실시해 보자. [설정->일반->디바이스 전체 초기화]를 선택하여 실행하였다. 정말 잘 하는 짓일까? 안전하게 복원이 될 것인가? 어차피 휴대폰을 새로 구입했다면 데이터 복원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리를 건너고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부수어 버리는 느낌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몇 분이 걸려 무사히 초기화를 마치고 나니 Wi-Fi 등 기본적인 설정 화면이 나왔다. 초기화를 실시한 결과 휴지통은 깨끗이 0%가 되었고, RAMP Plus는 2 GB로 돌아왔다. 주요 앱을 업데이트한 뒤 삼성 스마트 스위치 모바일을 새로 설치한 다음 USB 케이블을 연결하여 복원을 실시하였다. 호환성 경고는 여전히 뜨지만 사용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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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화 직후의 심플한 모습. |
전송이 끝나서 케이블을 분리해도 되지만 갤럭시 M12는 여전히 바쁘다.
홈 화면, 기본 키보드 등 기본적인 설정이 원래대로 복원되었다. 이제 남은 작업을 할 차례이다.
- 카카오톡 대화 복원
- 카카오톡 인증서 재발급
- 지문 재등록(등록된 지문 정보가 복원되는 것 같지는 않다)
- 모든 금융관련앱 및 코레일톡의 재인증(주민등록증 촬영 등... 아이고 지겨워라!)
로그인이 필요한 모든 서비스는 전부 새롭게 등록해야 한다. 로그인 정보가 백업 과정에서 전송되는 것은 결코 안전한 일이 아니니 이런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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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공간은 초기화 전 6.2 GB에서 9.9 GB로 증가하였다. |
소중한 2023년의 마지막 토요일을 이렇게 소비하고 말았다. 과연 이렇게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을까? 오늘의 최적화를 거쳐 앞으로 1년만 더 쓸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배터리 용량도 많이 줄어서 새 휴대폰 구매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삼성 스마트 스위치 덕분에 백업과 복원은 꽤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금융 관련 앱은 전부 개별적으로 다시 인증을 받느라고 매우 불편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휴대폰 하나에 금융과 관련한 앱이나 정보를 다 넣고 다니고, 또 쉽게 백업 및 복원이 가능하다면 사고에 더 쉽게 노출될지도 모른다.
지문은 과연 안전한 생체인식 수단일까? 칼 한 자루만 있으면.... 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