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즉 '한국을 빛낸 사람들'은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논문 관련 정보 서비스이다. 생명과학 분야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한국 과학자(제1저자 및 교신저자)의 논문과 인터뷰 등을 소개한다. 취지와 선정 기준 등은 한빛사 안내를 참고하자. 부끄럽지만 한빛사에 내 논문 정보가 존재한다(링크). 나보다 더 유명하신 부산대 약대의 정해영 교수라는 분도 있다(링크).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으나 이메일을 잘못 받은 적은 몇 번 있다. 아마 그분도 검색을 통해서 동명이인인 나의 존재를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BRIC 인물정보에 나타난 두 명의 정해영. 아래 사진이 젊은 시절의 나. |
지메일 계정을 통해서 한빛사 담당자로부터 갑자기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최근 Jourmal of Thrombosis and Haemostasis(JTH, 2023 IF = 16.041)에 실린 논문(링크)이 확인되었으니 이를 소개하고 싶다는... 엉? 내가 모르는 논문이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확인해 본 결과 같은 연구소에 근무하는 이름이 비슷한 다른 박사님('정해용')의 연구 성과였다. 수신인을 영문으로 표기한 정해용 박사님의 우편물이 나에게 잘못 배달되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한빛사 담당자에게 이 논문은 나의 업적이 아니니 정해용 박사께 연락을 해 달라고 답장을 보냈다.
갑자기 1997년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름이 살짝 다른 저널인 Throbomsis and Haemostatis(IF는 6.7)에 레터 형태로 실었던 짤막한 논문이 내 공식적인 학술 경력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4년만 더 지나면 30년 전의 일이 된다. 아래에 논문의 앞머리를 실어 두었다.
미국 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서 검색한 정보에 따르면 두 저널 전부 International Society on Thrombosis and Haemostasis(ISTH)에서 발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ISTH의 공식 간행물 목록에는 JTH만 보인다. 한 학술단체에서 제목이 거의 유사한 저널을 별도로 발간할 리는 없다. Thrombosis and Haemostatis는 JTH보다 발간 역사가 더 오래되었는데, 정작 저널 소개 웹사이트에는 ISTH가 보이지 않는다.
NGS를 거쳐 3GS 시대가 된 요즘 보기 힘든 염기서열 판독 사진. 아마 집에 보관 중인 연구노트에 원본 X-ray 필름이 남아 있을 것이다. 멋지게 현상한 시퀀싱 필름 전체(아마도 14x17인치 크기였을 것이다)를 한 장이라도 기념으로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아쉽다. 대학원 시절에는 너무나 흔해서 보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
위 논문은 안티트롬빈(항트롬빈)의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한 결핍증과 관련한 것이다. 이 단백질은 이렇게 생겼다.
Crystal structure of native antothrombin in its monomeric form. 출처: RCSB PDB |
안티트롬빈은 혈액 응고 경로의 가장 마지막에서 작동하는 단백질 분해효소(그 역시 단백질) 트롬빈에 결합하여 작용을 저해하는 인자로서, 혈중 농도가 떨어지거나 구조가 바뀌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전증이 생긴다. 발생 빈도는 매우 적은 유전질환이다. 위 논문은 내 기억으로는 국내 안티트롬빈 결핍 환자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밝혔던 것으로 거의(?) 최초의 논문일 것이다.
대학원 시절을 끝으로 유전성 antithrombin 결핍증에 관한 연구는 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학위 논문(인쇄본)을 전부 수거해다가 파기해 버리고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고지혈증(2009년 학계에서는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으로 변경)으로 늘 약을 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헌혈자 감소에 관한 문제점을 공부하게 되면서, 잘못 전해진 이메일로 인하여 추억 한 조각을 소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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