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베이스 기타는 절대로 피크로 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아주 많다. 기타에 대한 경험이 일절 없이 베이스를 처음 잡는 사람이라면 손가락으로 줄을 퉁기는 핑거 피킹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일렉트릭 베이스의 세계에서는 '꼭 이래야만 한다'는 불문율이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다. 연주에 사용하는 손가락은 처음에는 엄지였다가 엄지+검지, 검지+중지로 점차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은 검지와 중지를 사용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얹는 곳, 검지와 중지의 각도, 피크를 쥐는 법 등 개인마다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서 익숙해지면 그만이다. Think Lizzy의 메인 작곡가이며 베이시스트이자 보컬이었던 필 리놋(Phil Lynott) 또한 피크로 베이스를 연주하지 않았었던가. 두 장의 LP(Live and Dangerous와 Black Rose)를 오래전에 소장하였으나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익선동의 한 카페에서 약속이 있었던 아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낙원상가에 들렀다. 베이스 전용 피크를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매장을 가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골목을 따라 걷고 있는데 멋진 베이스 연주 소리가 들렸다. 그곳은 바로 더원악기라는 베이스 기타 전문 매장이었다. 박승원 대표는 베이스 전공자로서 기타 매장에서 일하다가 11월에 베이스 전문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유튜브 핸들도 운영하고 있는 박 대표는 박점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하였다.
베이스 기타용 피크를 종류별로 전부 구입해 보았다. 기타 교본에서나 보았던 정삼각형 모양의 피크, Hina Hikawa라는 만화영화 등장인물이 그려진 ESP 피크(1.15 mm로 추정), 그리고 Ken Smith의 1.5 mm 피크. Ken Smith는 하이엔드 베이스를 만드는 회사라고 한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Hina Hikana는 2014년부터 시작된 BanG Dream!(한국에서는 반도리, 방도리, 밴드림 등으로 불림)이라는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이건 또 뭔지?)의 등장인물이라고 한다. 이런 쪽 문화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크기 비교를 위하여 던롭 Jazz III(0.88 mm)와 같이 늘어놓고 촬영을 해 보았다.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가장 오른쪽의 정삼각형 피크도 그렇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반드시 손가락으로 쳐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피크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고 싶다. 슬랩? 그런 것은 나중에...
다음은 연말 행사를 위해 만든 자작곡 '이마 펑크'(Leema funk)의 뮤직 비디오 일부이다. 제목의 '이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이마빌딩과 관련이 있다(내가 썼던 글 '이마빌딩으로 출근하기'). 기타 솔로 영상은 오늘 따로 녹화하여 넣어 보았다. 녹화와 편집 과정 전부에서 싱크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휴대폰과 무료 프로그램 덕분에 비록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이렇게 즐거운 일을 20년쯤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더라면 지금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베이스가 좋은 점은 무슨 음악을 틀어 놓고도 같이 맞추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연습곡은 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 연습할 곡은 유튜브에 얼마든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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