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후 6주 4일이 되던 어제, 다시 S대학병원을 찾았다. 위팔뼈 전위부 골절이 완전히 유합되어 둥근 모습을 갖추었을 것을 기대하였으나 마치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약간의 빈 틈이 남아 있었다. 부러지면서 뼈 가장자리가 바깥으로 약간 터져 나온 부분도 여전히 보였다. 담당 의사의 말로는 고르게 제 형태대로 "리모델링"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아직 완치는 되지 않았으나 깨졌던 위팔뼈의 전위부가 회복되면서 둥근 모습을 되찾아 나가는 과정이 엑스레이 영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이번 기회에 어깨 보조기를 완전히 벗어도 된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지만, 외출을 할 때에는 여전히 어깨 보조기를 착용할 것을 권하였다. 다음 외래 방문은 정확히 한 달 뒤이다. 그때쯤이면 최소한 골유합은 완전히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어차피 세 달은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맨손 재활운동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붙들고 양 팔을 펼친 자세로 앞쪽으로 들어 올려서 오른쪽 위팔이 귀를 스치도록 바싹 붙여서 머리 위까지 올린 다음 팔을 뒤로 돌려서 완전히 회전하는 동작을 하루에 300회 실시하라고 하였다. 특별히 재활 운동용 기계를 쓸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현재 팔꿈치와 어깨 상태로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다. 어깨를 돌리면 특정 각도에 이르렀을 때 힘을 주기가 어렵고 통증이 느껴져서 마치 이러다가 어디가 빠지거나 오히려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 지경이기 때문이다. 팔 곳곳에 아직 통증이 남아 있는 상태로 운동을 하기는 힘들어서 일단 전에 먹던 진통제를 4주 더 처방 받았다.
팔꿈치 관절(주관절)의 통증이 있다고 말하였으나 담당 의사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어깨보조기를 차는 동안 주관절에 강직이 왔던 것으로 셀프 진단을 내렸었다. 다쳤을 때 주관절 주변의 연조직에 손상이 왔을 수도 있다. 주관절을 펼치고 구부릴 때 아픔이 느껴지는 것은 관절염의 주된 증상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던 관절이 부상과 더불어 관절염과 유사한 증세가 생길 수 있는 것인지?
다친 이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저린 증세도 종종 나타났다. 혹시 부상으로 인한 주관증후군(cubital tunnel syndrome, 팔꿈치터널증후군이라고도 함; 대한정형외과학회의 관련 정보)인가? 팔꿈지 관절에서 척골신경(ulnar nerve)이 눌려 발생하는 주관증후군은 외상이 그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즉, 퇴행성 관절염이나 무리한 스포츠 활동으로 외상을 당한 경우, 또는 팔을 무리하게 비틀거나 구부리는 동작으로 인해 척골신경에 압력을 준 경우가 원인이 된다. 척골신경은 팔꿈치 뒤쪽의 인대와 구멍 사이를 지나므로 여러 원인으로 터널이 좁아지면 신경이 눌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다쳤던 당시 오른팔을 활짝 편 상태로 넘어졌던 것을 기억한다. 그 과정에 과도한 비틀림이나 압박이 생겼었을 수도 있다.
그림 출처: 가제트병원. |
주관증후군에 나타나는 팔꿈치의 통증과 약지 + 새끼손가락의 통증(저림)이라는 주요 증세가 나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주관절을 수동적으로 움직였을 때 가동 범위가 예전보다 좁은 것은 확실하므로, 단지 신경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관절 강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밤에 부목을 대고 팔을 곧게 유지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평소 몸 위에 팔을 공손히 모으고 자는 버릇이 있고 다친 직후에는 어깨보조기를 차고 팔꿈치를 90도로 꺾은 상태로 온종일 있었으니 만약 척골신경이 눌렸다면 이를 더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내 맘대로 진단을 내려서는 곤란할 것이다. 근전도 또는 신경 전도 검사를 해야 주관증후군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재활과 생활습관 교정을 해 보고, 다음번 외래 방문 시까지 나아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상담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새로 진통제를 받아서 복용하는 한 달 동안에는 팔꿈치와 어깨의 통증을 잠시 약효에 맡기고 어깨관절 재활 운동에 힘쓰도록 하자.
부상 후 꼭 6주가 되었던 지난주 목요일, 얄궂게도 회의 일정이 잡혀서 같은 장소에 가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서울역공간모아(서울 중구 통일로 26 한일빌딩)! 여기서 열렸던 세미나 참석 후 근처의 지하도를 급히 내려가다가 넘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넘어졌던 지하도를 명확히 기억하기 어려웠다. 위치상으로는 분명히 그 지하도가 맞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굴곡과 미끄럼방지 패드 등이 내가 기억했던 모습과 영 달랐다. 심하게 다친 경우 당시의 기억을 명확하게 기억하기 어려운 일이 종종 생긴다고 하였다. 시각과 기억이란 이렇게 불완전한 것이로구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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