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4일 목요일

[6LQ8-6П6С SE amplifier 제작] 출력관 하나가 완전히 망가지다

8핀 원형 릴레이용 소켓을 구입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테스트 목적의 회로 구성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소켓 재질의 내열성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밑그림을 그려 놓고 나무 상자에 부품을 넣어 배선을 해 나갔다. 소켓을 고정하지 않은 상태로 조립 테스트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깨달았다.



전원을 넣었다. 히터가 빨갛게 달구어지고, MOSFET 리플 필터를 통해 직류 전원이 점차 공급되면서 스피커에서 무척 심한 험이 들린다. 출력관 그리드에 드라이버를 대 보니 '붕-' 하는 소리가 난다. 전력증폭회로가 작동은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험은 어떻게든 나중에 해결이 된다 치고, 볼륨 노브를 올려 보았다. 스피커에서 소리는 난다. 그러나 음량은 생각보다 작았고, NFB가 걸리지 않아서인지 매우 거북한 소리였다. 이것도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내 문제가 발생하였다. 한 쪽 출력관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소위 적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급히 전원을 내렸다. 몇 번이고 다시 전원을 투입했지만 마찬가지 결과였다. 거듭 확인을 해 보았으나 배선 실수는 없었다. 출력관을 뽑아서 서로 위치를 바꾸어 꽂아 보았다. 적열 현상은 하나의 진공관에서만 일어나고 있었다. 진공관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이 없었다.

엊그제 어설프게 가조립 후 가동했다가 실패로 돌아갔던 일을 돌이켜 보았다. 한 쪽 출력관의 플레이트와 스크린 그리드 배선을 서로 바꾸어 납땜을 한 상태로 전원을 넣었더니, 캐소드 캐패시터가 터져버렸다. 아마 오배선으로 인하여 가청주파수 바깥 범위의 발진이 일어나서 캐패시터가 터졌고, 그러는 도중에 진공관 내부에 단락(short)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기 시작하였다. 히터 전원만 인가한 상태로는 적열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진공관을 뽑아서 멀티미터로 점검을 해 보았다. 오, 이런... 문제가 생긴 6П6С(=6V6GT) 진공관의 스크린 그리드와 컨트롤 그리드 사이 저항이 0이다. 이러니 B 전압이 걸리면 엄청난 전류가 진공관 내부로 흐르면서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이런 일을 취미로 할 자질이 과연 있는 것인가? 차라리 소리전자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완제품 6V6 싱글 앰프 보드만 구입해서 나머지 부분을 조립하였더라면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는 덜하겠지만 소리를 듣기까지의 과정이 훨씬 수월하고 편했을 것이다.

부품과 전선이 어지럽게 널린 나무상자를 방구석 저쪽에 밀어 놓고 생각에 잠겼다. 망가진 부품을 새로 주문하고, 험을 해결하여 작년부터 계획해 온 새로운 싱글 앰프 제작을 완료할 것인가? 직접 힘들여 감은 출력 트랜스포머가 아깝지 않은가? 혹은 더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기 전에 과감하게 그만 둘 것인가? 매몰 비용을 늘리지 않기 위해 현명한 '중단' 결심을 하는 게 나을까?

그러나 다음과 같은 글과 곁들인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납땜질을 멈추고 싶지 않다...

6V6 싱글 앰프 회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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