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일 수요일

[6LQ8-6П6С SE amplifier 제작] 어설픈 가조립, 전원 투입, 그리고 '뻥!'

앰프 상판 설계 및 가공을 마치기 전에 내가 구상한 회로가 올바로 작동하는지 임시로 배선을 하여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내가 구상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는 않다. 왜냐하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에 이미 잘 알려진 회로를 얼기설기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무 상자에 대충 부품을 배치하고 납땜을 시작하였다. 출력관(6П6С)의 소켓을 바닥판에 확실히 고정하지 못한 상태로 작업을 하려는 생각은. 멀티미터 프로브를 제대로 갖다 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입력과 스피커를 연결한 뒤 전원을 넣어 보았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거나 불꽃이 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배선을 점검하였다. 출력트랜스포머와 출력관의 플레이트를 연결하는 것을 빼먹은 상태였다. 그러면 그렇지...

연결을 완료한 뒤 다시 전원을 투입하였다. 스피커에서 '웅~'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설프게 만든 진공관 앰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험과 비교하자면 꽤 큰 소리였다. 그런데 음량조절용 포텐셔미터를 아무리 돌려도 입력단에 꽂은 라디오 방송 소리는 나지 않았다. 침묵 아닌 침묵이 잠시 흐르다가...

뻥! 까지는 아니고 퍽, 또는 피식!

출력관 하나에 연결된 캐소드 캐패시터가 터져 나갔. 이게 무슨 변고인가? 극성을 반대로 연결하였나? 그건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잘못 배선을 했다 하여도 캐소드 캐패시터의 내압(50V)을 초과하는 전압이 걸릴 수도 없다.

회로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문제가 일어난 출력관의 소켓을 납땜 과정에서 플레이트와 스크린 그리드에 연결된 선이 서로 뒤바꾸어 연결한 것을 확인하였다. 이것이 원인이었을까? 구글에서 캐소드 캐패시터가 터질 수 있는 원인을 찾아 보았다. 극성을 뒤바꾼 문제가 아니라면, 발진(oscillation)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플레이트와 스크린 그리드의 오배선이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연결한 출력관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렸어야 한다. 뭔가 총체적인 문제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6LQ8 드라이브단 PCB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았다. 6LQ8 복합관에서 삼극관 부분만 이용하는 대단히 단순한 회로로서 확인 결과 오배선은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잘못이 있었다면 이 드라이브단 PCB 외부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출력관을 소켓과 함께 제대로 고정해 놓고 가조립을 하지 않았더니 전압 측정 등 점검이 매우 불편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하자. 이 소켓은 상판이 만들어진 다음 정식 조립을 할 때 쓰기로 하고, 동일한 규격의 릴레이 소켓(octal base, 위키피디아)을 주문하였다. 새로 주문한  소켓은 바닥면에 쉽게 고정이 가능하고, 볼트로 조이는 단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진공관 앰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유용하다. 다만 출력관에서 발생하는 열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출처: 나비엠알오

진공관 앰프 프로토타이핑의 사례. 사진에 보인 소켓은 8핀 원형 릴레이용 소켓이 틀림없을 것이다. 출처: Cascade Tubes "On Prototyping".


차라리 완성된 6V6 싱글 앰프 보드를 구입했더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자작의 보람을 누린다고 할 수가 없다. 약간의 응용력이 필요한 이토록 단순한 싱글 엔디드 앰프를 만들면서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이 취미를 지속하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함을 증명하는 것일게다. 이 난관을 돌파하지 못한다면 납땜 취미를 그만 두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다시 가조립을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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