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9일 금요일

R-코어 권선 작업 연습을 시작하다

엘레파츠에서 주문한 '납걸이'(solder stand)를 받았다. 역시 국산이라 묵직하니 안정감이 있고 품질도 좋다. 여기에 동선 뭉치를 장착하면 된다.


그럼 연습 삼아서 보빈에 동선을 감아 볼까? 2018년에 최초로 제작했던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의 코일(직경 0.35mm 에나멜선, 보빈은 거의 동일하며 1050회 감았음)을 전부 풀어서 연습용으로 쓰기로 한다. 1~2주 정도 감는 연습을 해 보고 예쁘게 권선 정렬이 될 희망이 보이면 그때 새 에나멜선을 구입하련다. 

대충 권선기와 납걸이의 배열은 다음 사진과 같다. 실제로는 납걸이를 책상 아래에 내려놓고 손으로 동선을 붙들고 약간의 장력을 주면서 감는 연습을 시작하였다. 속도 조절을 잘못하여 전동 드릴이 순간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드릴척에 붙어있던 회전수 카운터용 자석이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만약 자석이 이마나 눈에 맞았다면 큰일이 날 뻔하였다. 다른 곳에 있던 자석을 떼어다가 이번에는 안전을 위해 테이프로 고정하였다. 날아간 자석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 아침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정렬 권선은 쉽지 않다. 결국은 막감기로 끝났다.


코일 감기는 쉽지 않다! 유튜브를 보면 특별히 동선 이송 장치를 쓰지 않고도 맨손으로 선을 붙들고 멋지게 정렬 권선을 하는 동영상이 많다. 도대체 어느 정도로 숙련이 되어야 그렇게 잘 감을 수 있을까? R-코어는 누설 자속이 적어서 코일을 감을 때 정렬 권선에 그렇게 집착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최대한 정렬하도록 애를 써야 동선도 절약이 되고 공간 낭비가 없어서 2차 권선을 할 여유가 생긴다.

다음의 유튜브 쇼츠 동영상을 보라. 빠른 속도에서도 어떻게 정렬이 이렇게 잘 되는지 신기하다. 이게 가능하다고? 신기(神技)에 가깝다. 선을 감싸 쥐고 있는 천은 데님 조각으로 보인다. 1-2주일 수련으로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동선이 가늘어서 가능한가, 혹은 회전 속도가 빨라서 가능한가? 어쩌면 권선 작업 8년차?



1000회를 조금 넘겨 감았을 뿐인데 거의 바퀴의 직경에 이를 정도로 차 올랐다. 2018년 제작 당시보다 훨씬 두껍다. 보빈의 외경이 1mm 정도 큰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아니면 손으로 막감기를 할 때보다 더 못 감았나? AWG 29(직경 0.286mm) 또는 AWG 30(0.255mm)를 쓰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겠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0.35mm 동선에 비하면 상당히 가늘다. 만약 가는 선을 쓴다면 정렬 권선에 좀 더 가까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를 가져 본다.

디머 스위치를 이용한 자작 전동 권선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저속에서는 토크가 낮아서 선을 강하게 붙들면 회전이 아예 되지 않는다는 것. 만약 제대로 된 DC 모터용 속도 조절기 + DC 모터를 사용했더라면 초당 1~5회 정도의 저속에서도 충분한 토크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부하에 따라서 회전수가 변하므로 디머 스위치에 RPM 눈금을 붙이려는 애초의 계획은 쓸모가 없었다.

이런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해서 전동 드릴을 치우고 DC 모터를 이용한 새로운 구동부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어차피 보빈 4개만 다 감으면 더 이상 트랜스포머 자작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켜지지 않을 결심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맨손으로 동선을 붙들고 감는 연습을 여러 차례 했더니 피부가 갈라져서 쓰라리다. 오늘 저녁 연습 때에는 목장갑을 끼고 해야 되겠다. 

전동 권선기는 보빈에 감았던 선을 다시 풀어내는 데에도 유용하다. 2일차 실습 때에는 뭔가 좀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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