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5일 일요일

OneDrive에 굴복하다

약간의 편법(?)으로 설치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365(관련 글 링크)의 구독 상태에 문제가 생겼는지 1TB 저장 공간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 오피스 365 프로그램 자체의 작동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5GB OneDrive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자꾸 나오는 것이 성가셔서 조금 고민한 뒤에 OneDrive Standalone 100GB 플랜을 구독하기에 이르렀다. 월 지불 금액은 2,900원이다.

한글로 '플랜'이라고 쓰는 것이 참 어색하다. 

원드라이브는 바탕화면이나 문서와 같이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존재하고 이름을 바꾸기도 어려운 폴더를 대상으로 작동한다. 아마 이런 정책을 쓰는 것은 사용자들을 원드라이브 생태계에 자동적으로 충성하게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플랜을 구독한다면 충분한 원드라이브 저장공간을 확보함은 물론 확실한 오피스 정품을 사용하는 효과까지 거두게 된다. 하지만 월 8,900원이란 금액은 나를 번뇌에 휩싸이게 하기에 충분히 높았다.

오늘 촬영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영어로는 'Bodhisattva in pensive position'). 국보 제78호(왼쪽)와 제83호. 못난 중생들처럼 무엇을 살까, 무엇을 먹을까 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걱정에 잠겼을리는 없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수준의 고민은 번뇌를 낳는다.

월 2,900원으로 원드라이브에 굴복하면서 길지 않은 번뇌는 곧 잦아들었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굴복하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찾는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획일적인 생각을 갖기를 강조한다면 그 자유는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한 자유가 될 것이다.

2022년 성탄절을 맞아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평화는 굴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다툼과 토론 속에 왔으면 정말 좋겠다.

성탄 전야를 맞아 명동 거리를 거닐어 본 것은 내 평생에 오늘이 처음이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시절에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늘 바빴기 때문이다. 거리에 쏟아져 나와 즐기는 것이 성탄절 본연의 정신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명동성당에서.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