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6일 화요일

자작 권선기 개량 아이디어

본격적인 권선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벌써 개량 아이디어를 다듬고 있다. 출력 트랜스포머를 딱 한 조만 만들고 권선기는 해체하겠다고 다짐을 하였으니 조금 불편한 점이 있어도 참고 쓰면 되는데 말이다. 전동드릴 회전수 조절기는 어제 완성하였다(작동 동영상 링크).




이번 권선기(v2.0)의 설계(?) 초기부터 구동축 고정 방식이 늘 고민스러웠다. 현재는 드릴 척과 구동축 반대편 끝의 로드엔드베어링 2점에서 지지하는 형태이다. 드릴 고정대의 일부분인 베어링(검정색 하우징 내에 있음)은 내경이 너무 커서 직경 6mm인 구동축(전산 볼트)을 전혀 지지하지 못한다. 구동축에 무엇인가를 끼워서 베어링에 꼭 맞게 해 보려고 머리를 굴렸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로드엔드 베어링은 내부를 관통하는 축을 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보빈을 넣고 빼려면 먼저 드릴 척에서 구동축을 분리한 뒤 다음 그림과 같이 움직이면 된다.

출처: 2022년 10월 5일 작성 글(링크)


이러한 방식은 축의 끝부분(드릴 반대편, 사진에서 왼쪽)에 상당한 클리어런스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클리어런스'를 대체할 적당한 국문 단어를 떠올리지 못함이 매우 죄스럽다! 다음의 그림을 보면 좀 더 명확할 것이다. 축을 분리하기 위한 1번 동작 단계에서 로드엔드베어링과 보빈 뭉치 사이에 충분한 간격이 있어야 한다.



만약 로드엔드베어링을 현재 위치에서 분리하여 위 사진에서 보이는 보빈 뭉치의 바로 오른쪽, 그러니까 드릴 척에 가까운 부분에 고정을 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 짧은 구동축을 쓸 수 있게 되고, 구동축을 드릴 척에서 분리하지 않고도 보빈을 꺼낼 수 있다. 

로드엔드베어링이 구동축의 끝 부분을 지지하는 현재의 구조가 구동 안정성 면에서는 가장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꽤 긴 축의 양 끝을 지지하게 되므로, 축의 수직 방향으로 힘이 가해지는 권선 작업 중에는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동축이 1/3 정도 짧아진다면 구동축 지지점이 드릴 쪽으로 치우친 상태라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금 긴 드릴 날을 사용한다고 보면 되니까.

오늘은 동선 뭉치를 올려 놓을 납걸이(엑소 EXD-51)가 배송될 것이다. 연습 감기를 해 보면서 최적 회전수와 구동축 고정 방식을 결정하도록 하자.


2022년 12월 7일 업데이트

구동축은 양 끝 2점을 지지하는 방법으로 확정하였다. 로드엔드베어링을 고정하는 꺾쇠의 배치를 바꾸어서 탈착이 용이하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드릴 척을 풀지 않고도 보빈 뭉치를 넣고 뺄 수 있게 되었다.





검정색 L자 모양의 꺾쇠 좌우로 날개처럼 튀어나왔던 자작나무 합판의 일부를 잘라내어 평탄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볼트 하나를 푸는 것으로 '로드엔드베어링 + L자 꺾쇠' 뭉치를 쉽게 분리할 수 있고, 따라서 구동축을 드릴 척에서 풀어내지 않고도 보빈을 넣고 빼는 것이 가능하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에 딸린 조그마한 톱이 큰 일을 하였다. 



이로써 자작 권선기 v2.221206이 완성되었다. 자작 권선기 v1은 2018년에 처음으로 만들었던 수동 버전에 해당한다. 다음번 도전 과제는 회전수 측정이 될 것 같다. 사실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속도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디머 스위치에 대략적인 눈금을 붙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로터리 엔코더와 아두이노 같은 고급스런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회전속도를 측정할 방법이 없을까?


참고 - 베어링(bearing) 이야기: 나의 자작 권선기에는 로드엔드 베어링이 한 곳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베어링의 원래 사용 목적과 잘 부합하지는 않는다(이전에 쓴 글 '로드 엔드 베어링은 그런 물건이 아니었다' 링크). 로드엔드 베어링은 어깨 관절과 같은 방식으로 동력을 전달('전달'이라는 것도 좀 어울리지 않지만 아래 동영상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님)하는 물건이다. 구동축을 드릴 척에서 빼내기 위해 각도를 주어 움직이는 동작을 생각한다면 로드엔드 베어링이 꽤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원래 이런 목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다음의 유튜브 동영상 "Rod End Bearings in your Experimental aircraft"를 보면 도대체 이 물건이 기계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로드엔드 베어링은 구면내륜에 체결한 구동축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 용도라면 볼 베어링을 써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만든 권선기에서는 구동축에 베어링에 고정조차 되어 있지 않다. 만약 고정을 한 상태라면 너무나 뻑뻑하여 수백 rpm 혹은 그 이상으로 잘 돌지 않을 것이고, 축의 중심을 잘 정렬해야 했을 것이다.

현 상태는 로드엔드 베어링의 구면내륜과 구동축이 약간의 유격을 둔 상태이다. 0.몇 mm 정도의 여유를 두고 축이 이탈하지 않게 지지하는 정도로만 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당연히 축이 회전하면서 직접적인 마찰에 의해 마모가 될 것이다. 아주 단순한 형태의 베어링인 슬리브 베어링(sleeve bearing)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용할 물건이 아니니 마모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약 내가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볼베어링을 사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축을 넣고 빼는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집어 던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타입의 베어링에는 구동축이 꽉 끼게 들어가니 말이다. 권선기에는 보빈을 수시로 끼웠다 뺐다 반복해야 하니 구동축의 한 끝이 열려 있거나, 혹은 축 자체를 빼고 끼우기에 편리해야만 한다.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3D 프린터를 자작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베어링에 관해서 공부와 고민을 거듭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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