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권선에서 총 1350회를 감는다고 가정하자. 에나멜선을 도대체 얼마나 구입해야 할까? 에나멜선은 길이가 아니라 무게 단위로 판매한다. 4년 전에 승리케이블에서 0.35mm 및 0.70mm 에나멜선을 각각 한 롤씩 구입했었는데 무게가 얼마였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 작성했던 글은 여기에 있다.
납걸이에 동선 뭉치를 걸면 권선 작업이 편하다고 한다. |
동선을 감아 나가면서 직경이 조금씩 늘어나므로 한 턴에 대한 길이가 계속 변한다. 따라서 총 턴수를 이용하여 동선 소요량(길이)를 계산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평균 직경을 산출하여 한 턴에 소요되는 동선 길이를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단위 길이의 동선이 몇 그램이나 되는지 계산하는 것도 상당히 귀찮다.
정확성을 희생하더라도 더 간단한 계산 방법은 없을까? 보빈의 폭(아래 그림에서는 원기둥의 높이 h로 표현)을 동선의 직경으로 나누면 한 층을 꽉 채워 감았을 때 몇 턴(turn)이 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 목표로 하는 1350회를 채우려면 몇 층이나 감아야 되는지 계산이 된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여 온갖 가정을 집어넣어서 계산해 보기로 하였다. 1차 권선 작업이 끝난 뒤의 모습을 다음 그림의 바깥쪽 원기둥(반경 Rin, 높이 h)으로 표현할 수 있다. 내부의 푸른색 원기둥(반경 Rout, 높이 h)은 코일을 감기 전의 보빈에 해당한다. 주어진 보빈의 크기와 동선 규격에 대하여 정렬을 잘 해서 감았다면 Rout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있다.
가장 바깥쪽 원기둥의 체적을 구한 다음, 보빈의 체적을 빼면 구리선이 감겨서 형성된 도넛 모양 입체의 체적이 된다. 이 체적을 구리로 꽉 채웠다고 가정하였을 때의 무게를 알아내면 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가정이 필요하다.
- 동선 외피(절연 피막)가 차지하는 두께는 생각하지 않는다.
- 단면이 원형인 동선이 아무리 정렬권선된다 하여도 빈 틈이 생긴다. 반경 r인 원의 면적과 이에 외접하는 정사각형(한 변이 2r)의 면적 비율은 0.86:1이다. 따라서 내가 고안한 방식으로 계산하면 실제 필요한 구리의 중량보다 조금 더 큰 값이 나올 것이다.
계산용 워크시트는 한컴독스 문서(링크)로 공개하였다. 다음의 사례는 AWG 28번 동선(직경 d = 0.321mm, 허용전류 0.25A), 보빈의 직경(D)과 길이(h)는 각각 26mm와 27mm로 계산한 사례이다. 내가 최근에 만든 보빈은 양 끝에 붙인 바퀴가 꽤 두꺼워서 약간의 손해를 봐야 한다. 이는 더 많은 층을 쌓아야 하므로 다 감은 뒤의 보빈 직경이 늘어난다는 뜻이 된다. 600그람짜리 한 롤을 구입하면 보빈 4개, 즉 트랜스포머 1조(2개)를 만들 넉넉한 분량이 될 것이다.
현실에서는 아름답게 정렬권선으로 시작하다가 막감기로 끝날 확률이 아주 높다. 막감기가 되면 구리선 소요량이 조금 더 증가할 것이다. |
제한 조건은 2차 권선까지 마쳤을 경우 전체 직경이 44mm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초과하면 보빈 두 개가 서로 맞닿아서 코어에 끼우지 못한다. 실제 작업에서는 2차 권선 횟수로 조절해야 된다. 1차가 1350회라면 2차 권선수는 임피던스 비율에 의해서 결정이 되지만, 감다 보면 직경이 예상 밖으로 커져서 이를 다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많은 전류를 감당하기 위해 흔히 쓰인 2차 권선 두 줄 감기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2018년도의 첫 번째 R코어 제작에서는 1차 1050회였고(1350회를 감으려다가 착각을 해서 1050회로 끝마쳤음), 2차는 한 줄 감기로 마무리하였었다.
오늘은 납걸이를 주문해 두어야 되겠다. 납걸이에 구리선 롤을 장착하여 트랜스포머 코일 권선 작업에 흔히 사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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