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가 좋은 점은 오래된 컴퓨터의 활용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윈도우로는 지나칠 정도로 버벅대던 Dell Inspiron 660s와 HP Compaq Presario CQ61-304TU에 전부 우분투를 깔아서 넷플릭스 시청이나 웹서핑 등의 용도로 아주 잘 쓰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입수한 롤랜드 사운드캔버스 SC-D70을 USB 케이블로 Compaq Presario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서 관련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글쓴이는 SC-8850이 잘 인식되고 작동함을 보고하였다.
[Reddit] Roland Sound Canvas & Linux
별도의 드라이버 설치 없이 커널이 알아서 기기를 인식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가 즐겨쓰는 저가형 오디오 인터페이스인 Behringer U-Control UCA200처럼 말이다. SC-D70을 USB 케이블로 연결하고 전원을 넣어 보았다.
오! lsusb 명령어에서 SC-D70이 보이고, 설정 창에서도 사운드 출력 장치의 하나로 잘 나타난다. 일종의 외장형 사운드 카드처럼 컴퓨터에서 내야 할 소리를 SC-D70이 잘 내는 것까지는 확인하였다. 그러면 MIDI 신호는 잘 전달되는 것일까? 리눅스를 90년대부터 써 왔지만 MIDI 기능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뭘 시도해본 일이 거의 없다. ALSA나 timidity 등 기억나는 용어는 있지만 이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직까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였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과거 사운드 블라스터 AWE32 카드를 장착한 리눅스 머신에서 미디를 재생하는 방법을 기술한 글에서 지금은 많은 발전을 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검색을 시도하였다. 그랬더니 아주 상세하고 친절한 글이 하나 눈에 뜨였다.
Ted's Linux MIDI Guide
최종 업데이트일이 올해 4월 25일이니 정말 살아있는 정보라 할 수 있겠다. 내용이 상당히 길어서 전부 숙독하지는 못했으나 pmidi라는 프로그램을 명령행에서 미디 파일을 재생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신호를 보낼 포트 번호를 정확히 알아내어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이 가이드를 통해서
Rosegarden이라는 미디 시퀀서를 알게 된 것도 중요한 성과이다. 디지털 오디오에 관한 기초적인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Rosegarden으로 미디 프로그램을 재생하는 모습을 캡쳐한 것이다.
Waveform Free라는 무료 DAW 프로그램을 우분투와 윈도우에 각각 깔아놓기는 했는데 처음 화면을 열었을 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FL Studio를 처음 실행했을 때의 당혹감이랄까.. 미디 파일만 간단히 로드해서 재생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내 수준에 너무 복잡해 보였다. 아직은 컴퓨터 안에서 디바이스 간에 미디 신호와 오디오 신호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다음의 목표는 Artist Sequencer ML-20이라는 물건을 어떻게 해 보는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와 패럴랠 포트로 연결되는 32 채널 미디 인터페이스에 음원을 내장한 것이다. USB를 이용하여 연결하게 만든 장비는 리눅스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하지만 패럴랠 포트로 연결하는 장비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포트는 이제 'legacy port'가 되어서 컴퓨터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컴퓨터의 USB 단자에 꽂아서 패럴렐 포트를 제공하는 케이블을 써도 전용 드라이버 없이 작동을 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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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은 이렇게 생겼다. 미디 단자와 오디오 출력 단자가 전부 구비되어 있다. |
무슨 음원이 들어 있을까? 인터넷에서 찾은
설명(2002년)에 의하면 롤랜드 SC-88 음원이 보드 형태로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뚜껑을 열어보자.
전면부(사진에서는 윗쪽 방향)의 작은 기판이 음원 보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DREAM이라고 찍힌 칩이 두 개 보인다. 하나는 노래방 반주기의 음원으로 알려진 SAM9703, 다른 하나는 GMS963200-B인데 여기에는 GS라는 로고도 같이 찍힌 상태이다. 뒤의 것은 롤랜드의 폰트 카피버전인 4MB 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품 SC-88이 아니라 그것과 호환되는 음원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DAC칩은 Burr-Brown의 PCM1717E가 쓰였다. 나무위키의 금영엔터테인먼트 항목에는 이런 글이 있다(2020년 9월 18일 접근). 아아, 도축이라니...
사운드 캔버스 음원이 사용된 기기는 저렴한 중고매물로 나오니 도축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노래방 기기용 보드가 따로 나오다보니 실용화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SC-88 보드는 실험 단계의 도축이 성공하긴 했지만 디지털 OUT으로 나와서 알맞는 DAC칩이 필요하다고 한다. SC-55 보드는 사운드 보드에 IC 마냥 납땜되어 있어서 그런지 도축이 시도된 적은 없다고. 사운드 캔버스 음원이 아닌 금영 코러스용 Dream SAM9703은 음원 보드가 분리되어 있어서 실험 단계의 도축에 성공했다고 한다. 예외로 극초창기 모델인 뮤직파트너 3000A, B, C 모델은 컴퓨터용 SCC-1 사운드카드를 사용해서 모조리 도축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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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보드에서 나오는 케이블은 오디오 신호, 전원, 그리고 미디 입출력 신호일 것이다. 여기에서 MIDI OUT을 위한 5-pin 단자를 구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소리가 정 궁금하다면 MIDI IN에 신호를 넣어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커넥터 핀의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다...
내 모습은 마치 ISA 버스를 갖춘 확장 카드를 구해서 요즘의 컴퓨터에 어떻게든 꽂아서 작동시켜 보려는 것만 같다. 새로운 장난감이 생겨서 소일거리로는 적당하게 되었다.
2020년 9월 18일 업데이트
반주기 내장 음원을 활요하고 싶었지만 구글에서는 별다른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더니 《도스박물관》의 카페 회원이 노래방에서 적출한 음원 보드를 이용하여 미디 신호를 넣어서 재생에 성공다는 글이 간간이 보였다. 그 중에서 내가 갖고 있는 보드와 같이 10핀 신호로 커넥터가 이루어진 보드를 이용한 성공 사례가 있어서 소개한다. DREAM칩에 찍힌 형번도 SAM9703으로 동일하다. 보드 연결에는
CHiLL이라는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CHiLL은
DreamBlaster라는 미디 도터보드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글을 보려면 카페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글에 pinout 정보가 있다. 이것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