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차'가 생기지 않게 판재를 직각으로 공들여 붙이고, 나사못을 박을 구멍을 수직으로 뚫는 기본적인 기술이 매우 부족하여 늘 어려움을 겪는다. 단차(段差)는 건축이나 목공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 정작 국어사전에는 정식 표제어로 나타나질 않는다. 다음의 글은 단차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글인데, 가급적 '턱'으로 순화하는 것이 좋겠다.
건물입구와 출입문사이 단차(段差) 크면 오는 손님 막아
나사못을 흔히 '피스'라고들 하는데, 도대체 그 어원을 알 수가 없다. 아주 오래 전 라디오와 모형이라는 잡지의 공작 기사에서 '비스'라는 낱말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은 끝이 뾰족한 나사못이 아니라 볼트였다. 피스는 영단어 piece와도 관계가 없다. 이에 대한 글을 국립국어원에서 찾을 수 있었다(링크).
그러면 screw와 bolt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실 이것도 명확하지는 않다.
어쨌거나 6LQ8 싱글 앰프는 다음 사진과 같이 새 집에 입주하였다. 고전압이 흐르는 부품을 나무판 위에 적당히 늘어놓은 상태에 비교한다면 보기에 훨씬 좋다. 그렇다고 하여 100% 만족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기저기에 '단차'가 보이고, 아크릴판(상판)을 고정하는 나사못은 수직으로 자리잡지도 못했다. 어제 퇴근 후 여기까지 작업을 마치고 한참 음악을 들었다.
앞판은 2T 포맥스인데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
아래에 깔린 것은 인켈 튜너 케이스에 조립해 넣은 6LQ8 푸시풀 앰프. 싱글 앰프와 전원장치를 공유한다. |
오늘 아침에 FM 방송을 들으려고 다시 전원을 연결하였더니 무슨 일인지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잠시 뒤에 전원장치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된 일이지? 리플제거 회로의 MOSFET에 붙인 방열판이 꽤 뜨거워졌고, 전원트랜스 2차와 정류 다이오드 사이에 넣은 전압 강하용 시멘트 저항이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지면서 약간 변색이 되었다. 원인은 간단한 데 있었다. 정류회로를 거치고도 B 전압이 다소 높아서 시멘트 저항을 3개 연결하여 최종 200V 정도를 맞추어 사용하는데, 이 저항의 리드가 앰프의 PCB 서포트와 접촉을 한 것 같았다. PCB 서포트는 하필 금속제였고, 이것이 PCB의 그라운드 패턴과 도통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B전압을 그냥 그라운드에 연결했던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손상이 간 부품은 없었다. 즉시 PCB 서포트를 플라스틱 제품으로 바꾸었다. 만약 300~400V를 쓰는 진공관 앰프였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늘 조심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는 사고를 친다.
독사진을 찍어 보았다. 아크릴 상판에 묻은 먼지가 눈에 뜨인다. 실은 핀바이스로 나무판에 나사못을 박을 구멍을 미리 냈을 때 생긴 나무 가루이다. 좀 털어내고 찍을 것을.
6LQ8 싱글 앰프. 2020년 제작. PCB는 제이앨범에서 구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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