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작년에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서 입수한 낡은 노트북 컴퓨터이다. 다나와 자료를 찾아보니 2010년에 출시된 아주 오래된 노트북 컴퓨터이다. CPU는 펜티엄 듀얼코어 T4400(2.2GHz)이고 DDR2 2GB 메모리가 하나 꽂힌 상태이다. 처음 입수했을 때에는 파워 어댑터가 없어서 작동이 되는지 불분명한 상태였다. 근처 HP 서비스센터에 가서 전원을 연결해 보니 부팅은 되는 것 같아서 전원 어댑터를 새로 구입하고, 내장된 복구 기능을 사용하여 운영체제(윈도우즈 7)을 초기 상태로 되돌려 놓았었다. 배터리는 수명이 다 된 상태이고, ODD는 이젝트 버튼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실행속도가 너무 느려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로 방치한지 벌써 1년이 가까이 되었다.
출장 근무지 숙소에서 직접 만든 진공관 앰프를 무려 세 대나 번갈아 가며 듣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CD를 들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서 듣자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거치형 CD 플레이어를 따로 사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요즘 팔리는 휴대용 CD 플레이어는 전부 군인을 고객층으로 하는 저가품이라서 매력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벽걸이 CD 플레이어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라즈베리파이를 구입해서 USB 단자에 ODD를 연결하여 듣는 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라즈베리파이에 입문을 해 볼까? 종류는 왜 이렇게 많지? DAC 보드를 꼭 달아야 하나? Volumio 하나만 설치하면 다 해결이 될까?
그러다가 몇 달 동안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컴팩 노트북 컴퓨터를 떠올리게 되었다. 우분투를 설치하면 윈도우보다는 좀 더 원활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우분투 18.04 LTS를 설치하였다. 올해가 2020년이라서 새로운 LTS 버전인 20.04(Focal Fossa)가 최근에 나왔다고 하는데, 발표 다음 달에 설치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18.04를 쓰기로 하였다. USB 매체에 부팅용 이미지를 설치하는 프로그램으로는 Rufus라는 것을 사용해 보았다.
내장 ODD의 작동 여부를 알기가 어려워서 근처 알라딘 중고책 매장에 가서 CD를 두 장 구입하였다. 즐겨 듣는 CD는 모두 대전 집에 있으니 별 도리가 없었다. 오늘 구입한 음반은 European Jazz Trio의 Saudade와 Kodály의 Music for Cello(Three Chorale Preludes/Cello Sonatas Opps 4 & 8). eject라는 명령어를 커맨드라인에서 입력하니 트레이가 툭 빠져나온다. CD를 삽입하고 기본 오디오 플레이어인 리듬박스를 실행하였다. 오디오 출력은 USB로 받아서 Behringer UCA200를 거쳐 6LQ8 싱글 앰프에 연결하였다. 음악이 잘 흘러나온다! 유뷰브에서 김봄소리의 바이올린 연주도 들어 보았다.
2020년 5월 18일 메모리를 증설하고자 2GB DDR2 중고 부품을 주문하였다. |
KBS Kong도 이 노트북 컴퓨터에서 실행할 수만 있다면 완벽한 음악 재생기가 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바랄 수 없다. 웹주소를 리듬박스에 넣어서 KBS Classic FM을 듣는 방법이 있다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컴퓨터는 팬 소음이 있어서 음악감상용 장치로 쓰기에는 약간의 불리함이 있다. 전기적 노이즈까지는 구별할 귀가 아니라서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쓰는 것으로 만족한다. 디지털 음원의 효율적인 재생에 대해서 공부를 할 시대가 되었으나 진공관 앰프나 오디오 CD 등 '손에 만져지는' 전통적인 기술을 아직 더 좋아하는 편이라서 진도가 늦다. 갖고 있는 CD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다가 리핑과 정리라는 수고를 아직은 하기가 싫다. 왜 MS 미디어플레이어가 아니라 foobar2000을 써야 하는지, 업샘플링이란 무엇인지, 지터 노이즈는 무슨 의미인지.. 이제라도 음악감상용으로 라즈베리파이에 입문한다면 분명 많은 것을 새로 익히게 될 것이다.
낡은 컴퓨터는 리눅스를 깔아서 이렇게 새로운 용도를 찾는다. 지금 쓰는 글도 오늘 되살린 컴팩 노트북 컴퓨터로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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