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올해 모 대학의 조형대학에 입학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개강도 늦어지고 그나마 대면수업도 아닌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 그 학교는 예술대학 소속의 미술학부가 있고, 별도로 조형대학(영어로 "College of Design"으로 지칭함)이 존재한다. 순수 미대와는 달리 공학적 감각을 배양함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1학년 1학이에 코딩 수업을 필수로 받는 것 같다. 노트북 컴퓨터를 펼쳐놓고 강의를 들으면서 Jupyuter가 어쩌고, NumPy가 어쩌고 종알대면 또각또각 키보드를 두드린다.
"파이썬? 그러면 anaconda도 알겠네?"
"응"
맨날 그림만 그리던 아이가 코딩 공부를 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코딩 교육 열풍이라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을 따로 배우지 않고 철저히 타고난 문과생으로 자라났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에는 전산언어가 필수 교과목이었다. 자연과학부에 속했던 내가 택했던 것은 포트란(Fortran)이었고, 다른 공학계역 친구들은 대부분 C를 택했다. 지금이야 대학생에게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노트북 컴퓨터에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학교 전산실을 이용해야 했다. '찌지지직~' 라인 프린터는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좌우 가장자리에 구멍이 뚫린 롤 인쇄용지에 글자를 찍어냈다. 너무 시끄러워서 별도의 방음용 케이스에 프린터가 들어있던 기억이 난다.
전산 실습을 위해 접속하여 사용하던 SSM-16이라는 컴퓨터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 블로그에도 이와 관하여 두어번 글을 쓴 적이 있다. 그것 말고도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몇 종류의 컴퓨터가 있다. 사촌 처남이 쓰던 PC는 안타깝게도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나의 첫번째 컴퓨터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 벤처기업에 있을 때, 삼성이 라이센스 제조한 Alpha 프로세서가 장착된 서버 보드를 쓴 일도 있다. 초보적인 수준의 클러스터를 만들어 사용했었는데, 하드웨어적으로 뭔가 최적화가 덜 되어서 사용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었다.
파이썬과 R은 요즘 지식인의 필수 도구가 되었나보다. 혹시 딸아이가 한 학기 후에 머신 러닝을 공부한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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