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4일 화요일

리플 제거 회로 기판의 전해 캐패시터 폭발!

..이라고 하면 "뻥!" 소리와 함께 파편이 사방에 튀고 자욱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풍기는 사고 현장을 연상하기 쉽다. 어제 겪은 일까지 포함하여 내가 경험한 두 번의 전해 캐패시터의 폭발은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폭발에 대비하여 제조 당시 윗부분에 이미 십자로 금을 그어 놓았기에 그 사이가 벌어지면서 내용물(전해액)이 분수처럼 치솟는다.

지난 주말, 티라미수 앰프(6LQ8 푸시풀 앰프)의 전원트랜스 유도 잡음을 줄이기 위하여 섀시 교체라는 대대적인 작업을 개시하였다. 전원트랜스를 다른 회로와 되도록 떼어 두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발코니에 처박혀 있던 인켈 튜너(스테레오 불량)의 섀시를 쓰기로 하였다. 홀쏘로 힘겹게 방열용 구멍을 뚫고, 어제는 배선 작업을 마무리하려던 참이었다.





전조 증상이 없지는 않았다. 전원을 넣은 직후 어디선가 연기가 솔솔 나는 것이 아닌가. 전압 강하용 시멘트 저항을 섀시에 에나멜선으로 붙들어 맨 상태라서 열이 나면서 에나멜선 피복이 조금 탄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퍽' 소리와 함께 리플 필터 기판의 전해 캐패시터 하나가 '뚜껑이 열린'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하얗게 분출되는 전해액 세례를 맞았다.

오른쪽 전해 캐패시터(400 V 100 uF)가 폭발하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압 400 볼트의 전해 캐패시터가 터졌을까? 이 기판 앞에는 1N4007 다이오드 브리지가 있고, 그 앞에는 전압을 낮추기 위한 시멘트 저항 몇 개, 그리고 그 앞에는 220 V: 220 V 절연 트랜스가 전부이다. 별안간 전압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리플 필터 회로의 그 어떤 부품도 작동 중에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열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부하를 걸치 않아서 그랬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치솟았다가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전해액과 함께 자작인의 자존심도 뭉개진다. 아주 오래 전에 LM1875 앰프를 가지고 놀다가 캐패시터를 터뜨린 일이 있었다. 그때는 전압의 방향을 반대로 연결하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 보드에 사용된 부품이 저급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일단 IC 114에 몇 개의 캐패시터를 주문하였다. 혹시 FET(도시바 2SK1119, 단종 예정이며 이 보드에 쓰인 것은 중고품임)가 죽지는 않았을까? 마침 집에 같은 부류의 N-채널 FET인 IRF740이 몇 알 있으니 교체하면 된다. IRF740의 드레인-소스 간 최대 전압은 400 볼트로서 2SK1119보다는 낮지만 어차피 내가 사용할 전압 범위를 훨씬 초과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SMPS 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FET의 작동 원리 공부도 중단한 상태였다. FET를 이용한 리플 필터 회로의 설명 자료를 몇 가지 찾아서 소개해 본다. 전원회로는 결국 오디오 앰플리파이어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고, 사용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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