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3일 목요일

코로나19, 항체가 생긴 환자에게서 계속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바이러스성 질환의 공식 명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Coronavirus Disease 2019)라 부른다. 이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이름은 SARS-CoV-2다. 더 이상 신종코로나바이러스(novel coronavirus, nCoV)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2002-2003년에 전세계에 번졌던 SARS(흔히 '사스',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우리말로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원인 바이러스는 SARS-CoV이다.

대학 교과서에서 보던 pandemic이라는 용어를 전 국민이 다 알게 만든 원흉이 바로 SARS-CoV-2 아니겠는가. 2000년대 초반의 SARS는 pandemic이었나, 혹은 epidemic이었나? Pandemic, epidemic, 그리고 outbreak의 차이를 알아보자. WHO가 뭐라고 선언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pandemic을 선언했을 때 경제에 미치이 워낙 심해서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 실제 단어의 의미를 알아보자는 이야기이다.

https://intermountainhealthcare.org/blogs/topics/live-well/2020/04/whats-the-difference-between-a-pandemic-an-epidemic-endemic-and-an-outbreak/

  • AN EPIDEMIC is a disease that affects a large number of people within a community, population, or region.
  • A PANDEMIC is an epidemic that’s spread over multiple countries or continents.
  • ENDEMIC is something that belongs to a particular people or country.
  • AN OUTBREAK is a greater-than-anticipated increase in the number of endemic cases. It can also be a single case in a new area. If it’s not quickly controlled, an outbreak can become an epidemic.
Pandemic의 'P'에서 여권(passport)을 연상하면 쉽다. Pandemic은 여권을 가지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epidemic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이들 용어는 우리말로 표현하기에 아직 적당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pandemic과 epidemic을 각각 '(감염병) 세계적 유행'과 '(감염병) 유행'으로 일컫기로 했다는데(링크), 아직 입에 잘 붙지 않는다. 보건의료 측면에서 쓰이는 outbreak도 적당히 번역할 말이 없다.

백신의 명칭에는 질병의 이름과 병원체의 이름 중 어느 것을 앞에 붙이는 것이 옳은가?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슨무슨 바이러스 백신'이 아니라 'COVID-19 백신'이 맞다고 본다. 감염병이 아닌 경우에도 백신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옳은가? 병의 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치매 백신' 말이다. 2016년 기사(링크)에 의하면 수년 내 치매 백신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는데, 2020년 4월 현재 특별한 새소식은 없다.

어제 있었던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COVID-19 확진자 25명을 조사한 결과 모두 중화항체가 생겼으나 이들 중 12명(48%)는 여전히 호흡기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동아일보 뉴스 질본 "항체 형성된 확진자 48%, 코로나19 '양성' 판정"). 뉴스만으로는 검사 대상이 된 25명이 COVID-19의 모든 증세에서 회복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희한한 현상이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이라 해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입자를 뿜고 다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혹시 비활동성 B형간염보유자와 비슷한 상황인 것일까? 바이러스 감염과 면역학에 대한 지식은 수십년전 대학 다니던 시절에 미생물학·면역학·바이러스학 수업을 들은 것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으니 짧은 지식에 근거하여 함부로 내뱉지 말아야 되겠다.

COVID-19 대유행에 의해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어쩌면 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감기 등이 덜 걸리고, 여행이 줄면서 관광지의 환경도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반면 경제가 곤두박질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문제이다.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덜 한 것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머지 않아 나타날 것이다. 관광지의 환경은 잠시 좋아졌지만 급속하게 늘어난 쓰레기 -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용 쓰레기, 배달이 늘어나면서 급증한 포장재 등 - 는 튀어오르는 공처럼 환경에 큰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교역이 줄어들면서 꿀벌(농업인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고, 주요 곡물 수출국도 식량 안보를 위해 수출길을 막고 있다(경향신문 - "코로나 식량위기? 반도체를 먹을 수는 없다").

문화도 이미 많이 바뀌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가까이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마스크를 늘 쓰고 다녀도 범죄자가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행위로 인식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올라서 다른 사람을 타라고 버튼을 눌러서 문을 닫히지 않게 했더니 '저 같이 안 탈거예요'라고 거절했다는 일화를 엊그제 보았다. 낯선 사람은 일단 더욱 경계하게 되는 모습은 마치 인류가 수렵시대 혹은 부족시대로 돌아간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여담이지만 인사를 할 때 악수를 하거나 손을 들고 손바닥을 펴 보이는 것(손을 들되 주먹을 쥐고 있으면 공격하겠다는 의사이지 인사가 아니다), 혹은 머리를 숙이는 것은 '나에게는 당신을 공격할 무기가 없고, 당신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믿음'을 보여주는 몸짓이 행위가 지금까지 전해내려와서 관습이 된 것이라고 믿는다. 문화인류학자는 다른 해석을 내릴지도 모르겠으나...

영화 '데몰리션 맨'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구역질 나는군요! 액체 관계 말이죠? 그 방식은 이제 안 써요. 체액 때문에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체액 교환이 사회 몰락의 원인이라고요! AIDS 다음에 NOS, 다음에 UBT! 콕도 박사가 처음에 한 일이 액체 전이 불법화예요. (링크)
악수 금지법, 공공장소 재채기 금지법 등이 생기지 말란 법이 있을까. 뉴 노멀 2.0을 사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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