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9일 토요일

배송 천국의 명과 암

다음달 9일 우체국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과도한 업무로 인하여 집배원들이 숨지는 일이 잦아지자 전국우정노동조합에서 인력 증원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쟁의에 돌입한 것이다.

[경향신문] 또...30대 '과로사', 집배원이 쓰러졌다
[중앙일보] "'오늘도 무사했네'하며 퇴근... 늘어나는 택배량 감당 안돼"
[한국경제] 다음 달 9일 우체국 파업 예고...우편대란 현실화할까

이제는 필요한 물건을 사러 직접 상점에 나가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만으로 거의 어떤 물건이든 편하게 집에서 배달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도 여럿이 나누어 쓰는 '공유 경제', 혹은 일정 기간 동안만 사용하는 '구독 경제(렌탈도 이에 해당할까?', 그리고 소비자가 직접 시장에 갈 필요가 없게 만드는 인터넷 쇼핑이 소비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해 주는(예: 마켓컬리),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업종도 생겨나고 있다.

유난히 배달 서비스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몇 천원이 되지 않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그나마 기준액 이상이면 무료 배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배송을 포함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너무나 편하다. 하지만 쓰레기를 배출하러 오피스텔 1층에 내려가 보면 매일 산더미처럼 쌓이는 포장재를 볼 때마다 이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할수록 우정사업본부의 직원들(계약직 포함)과 택배 기사(회사 소속 및 개인사업자 포함)의 허리는 더욱 휘어지고, 포장 쓰레기는 갈 곳이 없다.

어딘가 잘못되었다. 물량이 많아진다고 해서 이윤이 더 많아지고, 배달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그런 구조가 전혀 아닌 것이다. 즉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동 주택으로 배달된 다음은 또 어떠한가? 요즘은 경비실에서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일이 많은데, 경비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그 분량이 너무나 많다. 퇴근을 하여 오피스텔로 돌아오면, 줄을 서서 물건을 찾아야 할 정도니 말이다. 입주민이 찾아가기 전까지 물건을 보관할 공간도 부족하다. 어제도 오디오 자작을 위해 구입한 부품 두 상자를 받아오면서 경비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 생수와 세제, 휴지... 이런 생활 필수품조차 상점에 가서 살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그렇게 바쁜가? 이렇게 하여 절약한 시간에 기껏 휴대폰이나 문지르고 있지 않던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세제 종류를 ssg.com에서 구입해 보려고 시도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물건의 종류, 생각보다 싸지 않은 가격,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배송 조건에 지쳐서 결국은 그만 두고 말았다. 결코 시간 절약이 아니었던 것이다. 차라리 장바구니를 들고 근처 가게를 가고 말지...

인터넷 쇼핑 천국의 가장 말단 위치에서 구매자에게 물건을 배달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점차 지쳐가는 것은 배송 기술을 혁신하지 못한 물류회사, 혹은 우정사업본부의 책임인가? 아마존에서는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 정말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무인 보관함 서비스, 드론 배송, 집 안과 차량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아마존 키 등등.

아마존의 배송 혁명, 라스트 마일을 잡아라

하지만 배송이라는 문제는 기계화와 자동화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수령인 개개인에게 물건을 가져다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하된 물건을 물류센터에거 각 지역으로 분류하여 보내는 일은 어느 정도 기계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택배 상하차 일은 극한 직업(극한 아르바이트?)의 하나로 악명이 높다. 아마존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기계가 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아마존 창고 근로자, 81% 다시는 아마존에서 일하지 않겠다). 대신 법으로 보장하는 근로 조건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나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있다.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구입하기에 앞서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 내가 지불하는 배송비 중 가장 고생하는 배송 기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너무나 적다.
  • '우리는 정해진 시간 내에 물건을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는 소비자이며, 배송 기사의 어려운 현실은 우리가 알 바 아니고 그 회사에서 알아서 혁신을 해서 해결할 일'이라고 단순하게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 포장재는 결국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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